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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괴담] 상상실험 (2) 2014/08/28 PM 04:21






때는 4년전 이때쯔음, 겨울이였습니다.

저는 이때 딱 군대로 입대해서 한창 훈련병이였죠.

훈련소에서 4주차 들어갈즈음, 40km 군장행군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게 해보신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발이 아픈건 아픈거지만 막판에 한 새벽 3~4시까지 10시간째 걷고있으면

자면서 걷고 걷다가 자고 침흘리고 꿈꾸고 그러다가 넘어지고 일어나면

헐 내가 왜 쓰러져있지 하고 다시 꾸벅꾸벅 졸면서 걷죠;

그러다 보니 너무 졸려서 뒤에 저보다 3살 많던 동기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기형 : "야, 형이 내가 무서운 이야기해줄까?"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졸리던김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동기형 : "야 우선 저기 가로등 보이지?"

하면서 가로등을 가르키는 겁니다.

나 : "응,보여. 근데 저게 뭐가 무서운데?"

그러더니 갑자기 제 뒤에 빠른걸음으로 훅 오더니

동기형 : "저 가로등에 목 맨 여잔 안보여?"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겁이 없는 편이라 자부해왔는데, 사방은 캄캄하고,

수천명이 땅만보고 2열로 걷는 도중에 갑자기 등뒤에서 저런 이야길 하니

순간 쫄았었죠....;;

나 : "아 뭐야 장난꺼져 ㅋㅋㅋ"

하면서도 내심 가로등을 한번 더 쳐다보고...

동기형 : "ㅋㅋㅋ 미안하다 이번엔 진짜 내 실화 들려줄께"

라면서 자기 고3때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동기형 : "나...고삼 때 이야긴데 우리 아랫집 602호에 젊은 아줌마랑 딸이 살았거든? (이형네 집은 702호)

근대 그집이 원래 둘만 살던게 아니구...운송업 하던 젊은 아빠가 있었는데, 사고로 돌아가셨지...

원래는 진짜 행복한 젊은 새댁이라는 느낌이 강하던 아주머닌데, 바깥분 돌아가시고 나선 매일매일

사람이 퀭해진다는게 느껴지더라고..;

뭐 여하튼 젊은 새댁이 딸 하나대리고 살기가 쉽지가 않잖냐...

그래서 우리 엄마도 막 일부러 가서 김장같은거 있음 도와주고

그랬어..나도 딸애 보면 웃으면서 인사해주구...

근데 그때부터 우리 아파트에 사고? 비스무리한게 나기 시작했지......................................"

나 : "형, 그 다음에는? 계속 이야기해봐...;;"

동기형 : "응 하튼 그래서 그 사고가 뭐였냐면...우리집 아파트가 한층에 두집이 마주보고 그 가운데에 엘레베이터가 있

는 그런 구조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한 그림

[엘레베이터]
701호(옆집)------복도------702호(동기형집)

근대 내가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올라 갈 때 마다 맨날 6층에서 엘레베이터가 서는거야?

그래서 맨 처음에는 '내가 피곤해서 6층도 같이 눌렀나' 하면서 지나갔지

근데 하루, 이틀 거의 매번 일주일마다 엘레베이터가 6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는거야.

열리고 보면 환장하게 밖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내가 누른게 아니면 누가 밖에서 올라갈려고 누른걸꺼 아냐...

근데 사람이 없으니 귀신이 곡할노릇이었지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 요즘 엘레베이터 고장인가봐 6층에서 자꾸 문이 열려'

라고 말하니깐 엄마가 놀라면서 '너도 그러니?'라고 하는거야..;;

난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다음날 일어나서 학교가는 도중에 경비 아저씨한태 엘레베이터 고장난거 같다고 말해줬지

근데 경비아저씨가 이런말을 하는거야

"요즘 그런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확인해봤는데 엘레베이터엔 문제가 없고....."

그러더니 한마디를 덧붙이더라

"아마 602호 과부 딸이 장난치는거 같아 학생..."

그래서 딸 얼굴이 머리에 팍 스치면서 "아 그녀석 장난이었구만.....뭔가했네 ㅋㅋ"

하면서 학교를 갔다가 야자 끝나고 집에 돌아왔지

올라오는 엘레베이터에서 mp3로 음악듣고 있었는데.....

근데 아니나 다를까....또 6층에서 엘레베이터가 문이 열리는거야

그래서 난 피곤한데 아까 그 딸 얼굴이 팍 생각나면서 짜증이 나서

7층으로 안올라가고 6층에서 바로 내려서 602호 초인종을 막 눌렀어...

잠시후...문이 열리더라...근데 난 사람이 그런 몰골을 처음봤어....

602호 아줌마 볼이 뼈랑 거의 붙어서 눈 검은 동자가 희미하고 그러면서 날 쳐다보더라

거기다가 이때가 가을 날씨였는데 집안에서 패딩을 껴입고 계시더라구

그래서 나도 순간 쫄아서 암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아줌마가 아무말도 안하고 문을 닫을려고 하는거야

그래서 난 정신차리고 아줌마한테 말을 걸었지


"아...아줌마....저기 아줌마 딸이 혹시 요즘 밖에 엘레베이터로 자주 장난치는거 같은데...."

근데 사람이 그런 몰골을 하고 있으니까 더 말을 못잇겠더라...그래서 그냥

"아녜요 피곤하신거 같은데 죄송합니다..."

하면서 인사하고 뒤돌아 설려니까

"우리 애는 안나가요..."

라고 하면서 문을 천천히 닫으시더라

그래서 귀신에 홀린듯 집으로 돌아왔어...그리고 그날 꿈자리도 사납게 꾼거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서 학교가려고 나왔는데, 사람들이 우리 아파트 동 입구에 막 모여있는거야...

엠뷸런스 막 와있고...그래서 뭔가 하고 볼려니까 경비아저씨가 제지시키더라...

그래서 내가

"왜요 누가 다치기라도 했어요?"

하니까 경비아저씨 얼굴이 납빛으로 싹 굳더라고

그 때서야 이게 보통일이 아니구나...하고 생각이 들더라....

경비아저씨가 그러더니

"학생 빨리 학교나 가봐, 이런건 신경쓰지말고...."

하면서 뒤돌아서길래 아저씨가 저렇게 말리는데 괜히 인파 헤집고 그러기가 좀 뻘쭘해서 그냥 학교에 왔지...

그리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집중은 안되고 머릿속에서 자꾸 뭔가가 왔다갔다하는거야....

거의 2주간의 엘레베이터 장난....춥지도 않은 가을날에 패딩을 입고 있던 아줌마....오늘 아침 아파트 입구의 엠뷸런스.....

그리고 수업중인데 나도 모르게

"씨...씨발!!!이거 뭐야!" 하면서 혼잣말을 했어
....

.........

......................

.......................................

내가 왜그런지 알겠냐?"

동기형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더이상 아무말도 없었습니다......

너도 그때 나처럼 생각해보라고....

그러면 뭔가가 니 머릿속에서 한 생각밖에 안날거라고.......

그리고 저도 한 5분간 생각끝에....

아...씨...바....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던 얘기였습니다..



(여기서부턴 사실 그 동기형의 추리입니다.)

엘레베이터가 올라 갈 때 중간에 서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내려가는 경우는 자주 서지만요.

즉, 6층에서 누군가가 꽤 자주, 위로 올라갈려고 버튼을 누른거죠.

위로 올라가려고 말이죠......

동기형의 추리는 쌀쌀하지도 않은 초가을에 패딩을 입었다는건,

그 아줌마가 엘레베이터가 자꾸 서던 2주전부터

자살을 이미 고민하고 있었다는거죠. (집앞에 나가는게 아니라 완전 바깥을 가려는거니깐)

그래서 하루에도 몇번씩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잡고,

그러다가 딸 생각에 집에 다시 들어가고, 다시 자살하려 엘레베이터를 잡고,

다시 딸생각에 들어가고 이런 극도의 혼란속에서 피골이 상접해갔고,

결국 그 형이 주의를 주러 간 그 날 새벽,

마음을 먹고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몸을 싣고 떨어진게 아닌가...

라는게 그 형의 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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