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진단을 받고 난 후
폐인과 다름없는 삶을 살던 어느 날
처방받은 약도 거부하고
온 몸으로 괴로움을 표출하며
방 구석에서 침구 위를 구르고 있다가
문득 어떤 제3자가 어디에선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그 시선에 대한 느낌을
스프링노트를 찢은 종이에
그림으로 마구 그려서 벽에 붙였던 적이 있다
사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인외마도의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나를 지켜보고 있거나
지옥으로 끌고가려고 찾아오는 건 아닌가 하는
지속적인 망상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 혹은
내 피부나 몸 안에서, 그리고
잠든 나의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느낀것은 처음이었다
그 시선에 대한 느낌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것을 '악' 이라고 느꼈다
남들이 말하는 조현병의 증상처럼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서
혼잣말을 중얼중얼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그 시선이 너무나 무서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시선은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느껴졌다
시선속에서 홀로 고통받던 시기로부터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그 누구도 나를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남들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이따금씩 나에게는 느껴진다
내 곁에 그 시선이
바짝 다가선다
이 눈길을 나에게 보내는 것이
나 자신의 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순간이 그리 쉽게
지나가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정신분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흐려질 뿐이다
마구 섞여서 탁해진 물감처럼
더럽고 혼란스러운 내 마음이
언젠가 개울물에 씻겨지는 붓과 같이
조금씩 그 투명함을 찾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