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창 리코더 뚝배기 사건
6살에서 7살이 되던 무렵의 일인데
나랑 동갑이었던 녀석이 난데없이
형과 친구를 먹더니 (친형과 1살 차이임)
갑자기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라고 함
난 생일이 12월이었고
그 녀석은 1월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1살쯤 차이가 나는 셈이 맞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나 억울했다
7세 소년의 참을 수 없는 분노
그 당시 나는 빠른 년생이란 개념을 이해를 못했는데
동갑내기를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설움(?)과
그 밖에 설명하기 힘든 각종 부조리한 일들이 겹쳐서
난 그 녀석을 조져야겠다 결심을 했고
우리집 마당 장독대 위에 고이 모셔둔
비밀병기 13호 "영창 리코더" 를 가져와서
룰루랄라 가벼운 스텝으로 뛰어들어와서
냅다 그 녀석의 머리에 후려갈겼고
형 대접을 하라고 주장하던 녀석의 머리에선
상큼한 클린히트 사운드와 함께
선홍빛의 적혈구로 물든 체내수분이 뿜어져 나왔고
고작 11개월 인생선배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OOOOOOOOOh!!!! FuXX!!!! 이라는 단말마와 함께
그대로 쓰러진 후 구급차에 실려갔다
내 딴에야 악을 처단하기 위한 행위였지만
어른들의 눈엔 그렇지 않았으므로
난 꼬박 하룻동안 밤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 밖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야했는데
그 때 당시야 서러웠던 기억이었다마는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잘했지 싶다
단순히 형 대접 해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걔 진짜 못된 놈이었음
2. 드워프 배리나 강제 치아 발치 사건
자랑이라고 하기 참~ 그런 이야기지만
이번에도 빌어먹을 누군가의 뚝배기를 부순 이야기인데
앞선 이야기보다 이 쪽은 좀 더 사이다 속성이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아픈 할머니를 모시고 힘겹게 지내는
불쌍한 집 아이로 소문이 퍼질대로 퍼졌던 나는
알게 모르게 학교선생님들에게
동정표를 많이 얻고 있었던 모양이다
성적도 좋은 편이고 학업 태도도 괜찮았고
선생님의 예쁨을 독차지하던 내 모습을
질투하던 여학생이 하나 있었으니...
외모로 사람을 폄하해선 안되겠지만
솔직히 이국주와 배리나와 김영희를 섞어놓은
그 중간 어딘가쯤의 외모인데
인성도 더러운게 내 흉을 보고 다니니
그리 기분이 썩 좋을리는 없었음
그래도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난 왕따인데다가 찐따중의 찐따였던지라
인성이 더럽고 얼굴도 더러운 아이가
내 흉을 보고 다니더라도 감히
내가 싸워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싸울 줄 알았으면
찐따가 아니었지...
그러던 어느 날
이 드워프 배리나가
선을 씨게 넘은 날이 있었는데
난 그 어떤 모욕이든 참으려면 참을 수 있는데
나 키워주신 할머니 욕하는 건 절대 안 참음
거진 일베충은 우스울 정도로
인성터진 배리나 입에서
가히 신들린 패드립들이 미친듯 쏟아졌음
그렇다
뚝배기를 깰 시간이 온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참지 않고
일단 내 주변에 있던 의자를 집어들었다
아재들이라면 기억할 책걸상 세트의 모습
정확히 저런 H형으로 생긴 의자를 들고
냅다 그 배리나를 향해 휘둘렀는데
내가 휘두른 90년대 책걸상세트 의자 부분은
저 고무받침처럼 생긴 부분이
정확히 주둥이에 적중했고
단순히 입을 스쳐 지나간 게 아니라
깊숙히 전진하면서 입 안으로 박혀 들어가서
앞니빨 4개가 슬로우모션으로 튕겨 날아갔고
그 옆 어금니 2개도 살짝 깨지는
초특급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히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역시나
방과후에 선생님에게 오지게 줘 터졌지만
자초지종을 들은 어른들은
나를 탓하긴 커녕 배리나를 조지기에 바빴고
학교생활에 재빠르게 복귀했다는 후문 ^^
3. 중간고사 갬블러
중2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라도
공부를 그리 못하는 것도 아닌데
전과목 시험을 찍으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육각 연필에 번호를 적어놓고
굴려서 나오는 숫자만으로 시험을 쳤다
(육각이니까 6번까지 있는데
6번이 나오면 다시 굴렸다)
기세 좋게 전부 찍어버렸으나
막상 그 이후가 감당이 안되는 상태인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대다수의 과목이 생각보다 점수가 괜찮았으며
(물론 직접 풀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국어와 사회 과목이
전교생 중 최고 점수가 나와버렸다!
그 이후로 난
중간고사 갬블러로 불리게 되었다
자랑스러운 나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