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뭔가
신기루라도 본 기분이다
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고양이가 비를 피해
주차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이 녀석은
비가 온다 싶으면 거의 100의 확률로
주차장에 있다시피 하는 녀석이다
내가 이 녀석을 자주 보는만큼
이 녀석도 내 얼굴을 기억하지 싶다
근데 오늘 순찰을 돌면서 느낀건데
이 녀석... 나를 쫓아다니고 있다
비가 와서 주차장 안에 머무는 거야 이해하지만
저번에도 내가 가는곳마다 눈에 띄어서
그냥 어슬렁거리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근무하면서 확실해졌다
이 놈은 내가 순찰을 돌면
내 순찰코스를 따라 내 뒤를 쫓고있다!
멀찌감찌 떨어져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내 눈에 띄지 않아도 차 사이에 숨어서
나를 보고 있거나 차량 밑에 있거나
심지어 코너나 벽을 돌아서 안 보이는 위치로 이동하면
내가 가는 방향을 예측해서
내 앞에 나타날때도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건가 싶어서
다가가서 교감하려고 하면
두세발짝 이내로는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그냥 자기가 날 지켜보기 좋은 위치에서
멀리서 쳐다만 보고 있는 거 같은데...
희한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네가 날 싫어해서 그럴 거 같진 않고
그렇다고 가까이있긴 부담스러우니
그냥 네가 편한대로 있는게 좋겠다면서
멀찍이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고양이를 생각하면서
미친사람마냥 혼자 중얼중얼 대화를 했다(...)
말 걸어주는 인간이
나 밖에 없어서 그런건가?
얘가 나한테 뭐 바라는 게 있나?
아까 주차장 들어올 때
가방에 있던 츄르 따서 줄 때는
입에도 안 대더니
뭔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가?
혼자 별의 별 망상을 다 하면서
그 와중에도 계속 고양이랑
넌 나랑 그 정도 거리가 좋구나
그치만 난 너랑 가까워지고 싶다
난 너 어딨는지 찾기도 힘든데
넌 계속 숨어서 날 훔쳐보면 좋냐
이 변태같은 괭이놈아! 하면서
이상한 대화를 계속 이어갔는데
그래도 순찰하는 내내
내 근처에서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계속 잘 있는지 확인하면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별안간 내 앞에 관리실 과장이 서 있길래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겠고
잠시 당황했지만 인사를 나누고
다시 고양이를 찾아보려 했으나...
없다
정말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얘가 어딘가 적당히 숨은 거 같다 생각하며
순찰하면서 날 따라오기를 기대하고
계속 돌아다니고 움직이면서
위치를 확인해보고자 했지만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냥 갈 길 간건가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던 찰나
머릿속에 뭔가 스쳐 지나갔는데
아까 관리실 직원이 대뜸 나타난것과
고양이가 사라진 타이밍 일치...
고양이의 털 색은 노란색이고
관리과장이 입고있던
고양이와 비슷한 색의 주황 패딩...
그리고 무엇보다
빈말이라도 예쁘지는 않았던
고양이의 생김새와
못생겼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관리과장의 생김새...
이런 말하면 미친놈 취급받을 거
어차피 뻔히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언제는 미친놈이 아니었던가?
주차장에서 있었던 이상한 경험에 대해
같이 일하는 근무자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으니...
"그럼 금마(관리과장)가 고양이 맞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주고받자 마자
주차장에 차량 일부가 갑자기
라이트가 켜지고 깜빡깜박 거리다가
이내 꺼졌는데 (ㅎㄷㄷ)
나와 옆에있던 근무자는
갑자기 몸에 한기가 도는 기분을 받으며
이 이상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종결지었다
관리과장 = 노란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