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2주 된거 같은데
소감부터 말하자면...
아파트경비와는 굴러가는 메카니즘이
전혀 다른데다 노동강도도 엄청 빡센 업종이네여
일단 기본적으로 2시간동안 서 있거나
쉬지 않고 걸어다녀야 합니다
백화점이란 공간이 사람이 몰리는데다
시설이나 설비에도 이상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라
멈추지 않고 움직이면서 살피거나
한곳에 서서 계속 체온측정하거나
고객응대를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운동화도 아니고 구두에 정장이니
불편함이 이루 말할수가 없습니다
거기다 매장 내 시설과 점포를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하며
현장에서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해선
무전으로 보고를 해야하는데
무전은 대부분 '음어' 를 사용해서
음어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전부 다 외우고 있어야만하고
음어라는 특성상 유추하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난해한 단어선택이 무척 많습니다
예를 들면...
근무자의 위치를 묻는 말은 "27" 인데
(이칠 이라고 읽습니다)
위치라는 말과 비슷한 음차를 띄는
단어를 선정했다 싶지만
휴식중을 뜻하는 음어는 "44" 입니다
휴대폰을 습득했다고 말하려면
"케이블 습득" 이라고 하고
거동수상자가 진입했을 경우에는
"사이버 인필드" 라고 합니다
화장실은 뜬금없이 "원룸"이고
고객들은 "물방울" 인데
이런식의 음어가 몇페이지이고
외워야 할 것도 굉장히 많습니다
근데 이걸 3일만에 외우고
3일만에 혼자 근무투입을 하는데
모르면 물어보라고 말이야 한다지만
말처럼 쉽지도 않고 배운 내용중에
배웠었나 하는 것도 있으면
뭘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거기다 군대문화가 제법 짙어서
나이를 막론하고 선배대접이 깍듯한데
그렇다고 후배를 갈구지는 않지만
선배들을 편하게 해드려야하니
후배들과 막내들이 각종 허드렛일과
빡센 잡무를 도맡아하는 느낌이 있더군요
어제랑 그저께는 야간 첫 투입하고
순찰을 돌았는데
첫날은 한명이 붙어서 좀 나았지만
어제는 혼자 순찰하려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너무 빡세서 순찰시간만 4시간이 걸렸습니다
선배가 한명이 전담으로 붙어서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그냥 사람 막 바꿔서
자기식으로 가르쳐놓고는
얼른 외워야 일이 편해진다고 하는데
교육시스템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매일매일 피곤에 찌들어
죽을맛인데도 불구하고
또 외울게 많아서 퇴근후에도
수첩을 꺼내 복습하는것을
빼먹을수도 없습니다
선배 근무자들도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바꾸지를 못한다고 하니
별 도리가 없습니다
적응 못하는 내가 나약한건가 싶으면서도
이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만은...
어쩌겠습니까
돈 벌어야지요
신임경비교육 받은 분들은 부디
백화점은 가지 마시라고 말리고 싶네요
P.S : 장점이 없진 않은데
끼니마다 야식까지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밥은 줍디다
맛이 없어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