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의미도 없는 짤)
- 어려서부터 남을 웃기길 좋아했지만
크게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나름 다행(?)이었던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그럴싸한 거짓말을
하는 재주는 제법 있었던 것 같다
- 내 마이피를 오랫동안 봤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만우절 거짓말과 장난도 즐겨해서
직장동료를 탈북자(...)라고 다른사람에게 말한적도 있고
심지어 팀장은 게이라서 그 탈북자 동료를
몰래 연심을 품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난 사실 여자라고 하니
다들 속았다는 걸 알긴 했지만)
그리고 어릴때도 이건 다르지 않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나의 최초의 거짓말은
7살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나는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새로 다니게 될 유치원에 첫 등교하던날
어떤 친구가 내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 반가워! 너 이름이 뭐야? 누구랑 살아?
낯선 동네에서 뜻밖에 싹싹한 친구를 만나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묻는대로 대답을 해주었는데
- 어? 그럼 너는 엄마 없어? 어디있는데?
물론 걔도 어렸으니까
아무생각없이 물어본 얘기였겠거니...
그러나 나는 이혼이 무엇인지
어째서 이혼했는지 대략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걸 설명을 하자니 선뜻 대답이 나오질 않았는데...
그때
한 녀석이 가방에서 이걸 꺼내는 것을 보고
나는 엄마가 없는 이유를
꾸며야겠다고 다짐한다
"어... 그게...
우리 엄마 죽었어..."
영광의 레이서 유니콘과
엄마가 죽은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싶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잠시 싸해진 분위기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이 많던 그 친구는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 그렇구나... 근데 왜 죽었어?
죽었다고 하면 끝날줄 알았는데
그쯤되니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도
(거짓말만큼은)
포기를 모르는 꼬마아이였기에
어떤 말을 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친구가 가져온 유니콘을 보며
다시 한번 시나리오를 쓰리라 다짐했다
사실... 우리엄마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영광의 레이서에 나오는
유니콘에 치여서 죽었어"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이었지만
아이들은 잠시 정적에 일더니
아이들은 이내 갑자기
와 하고 열광하며
내가 엄마 죽었다고 한 건
씻은듯이 잊어버리고
그 차가 진짜 있었던 거냐며
마구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
인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그것도 처음 보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사실에
며칠을 밤새 고민하며 잠을 설쳤다
내가 참 왜 그랬을까;;
좀 더 그럴싸하게 할걸...
저 어릴 때는 보통 '해외(사우디)에 돈 벌러갔어' 였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