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교육을 위해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학교 교실 같은 구조로 된 곳에
한 소대 이상의 인원이 책상마다 앉은채로
중간 휴식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나는 상병 꺾인 짬으로
동기와 후임들에게
프라모델을 하나 만드는것을 직접 보여주며
입덕시켜줄 요량으로 만들고 있었는데
어디서도 본적없는 최신 기술의
블래스터 테카맨 블레이드 였다
나랑 사이가 아주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던
내 맞선임이 나를 보고 씹덕이니 뭐니
놀려대는 통에 나도 맞응수를 하며
약간의 긴장감 있는 농담을 이어갔지만
갑자기 헌병대 소속 소령이
우리가 있던 곳에 들이닥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 소령이 그 교실같은 곳으로
들어왔을때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되려 내가 만든 프라를 만지며
우리와 농담 내지는 장난을 하고
장난삼아 내가 만든 프라모델을
다른 소대원에게 몰래 넘겨주는 시늉을 하는 등
분위기를 유쾌하게 끌고 갔지만
내 맞선임의 맞선임이었던 사람이
소령을 보고 "와! 대통령이다~" 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농담을 하자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싸한 경직된 분위기는 10분 이상 지속되었다
소령은 그 농담을 듣고 그 선임을 그저
아무말 없이 노려보기만 하고 있었고
약간씩 욕설을 섞어가며 중얼거리는 듯 했다
그 때 검정색 티셔츠를 입은
마치 조교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헌병대로 보이는 인원들이
그 선임을 가리키며 쟤야? 라면서
마구 뛰어들어오더니 그 선임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구타도 그냥 구타가 아니었다
5명 이상의 인원이
사람을 축구공 패스하고 주고받듯이
정말 사정없이 구타하는게 뭔지 보여줬는데
내가 싫어하는 선임이었다지만
끔찍해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근데 그 구타당하던 선임이
워낙 일은 잘했어도 평소에
밉상기질이 있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진 못하고
그저 다들 참고 넘어가고 있었는데
사람을 축구공처럼 발로 차는 광경에
하나둘씩 갑자기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그 구타당하는 광경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환호들마저 또 다른
구타나 가혹행위로 이어질까봐
감히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인원들의 환호성은 점점 커져만 갔고
도저히 사람이 살아있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구타가 이어진 후에야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구타당했던 선임은 영내 어딘지 모를 곳에서
홀로 실족사 한것으로 처리되었다
그저 버릇없이 장난스런 놀림한번 했다고
군대에서 사람을 구타한 후에
죽은걸로 처리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부대와 헌병대에서는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형식적인 내용의 안내전화와 문자를
가정으로 연락하고 통보할 뿐이었고
우리들은 약 한달 이상을
핸드폰이나 연락망을 사용할 수 없게 통제당했다가
뒤늦게 핸드폰을 돌려받았으나
(꿈에서나마 허용이 되던 때의 군대였던 모양)
전원을 켜보니 얼마남지 않은 배터리 잔량과
통신사 서비스 이상으로
전화통화 및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메세지만이 핸드폰 화면에 출력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