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연초까지
어떤 이들에게는 새출발을 다짐하는
설레고 기대되는 시즌이지만
나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기억으로 가득한
찰나처럼 지나갔으면 하는
그런 기간이 찾아왔다
12월엔 생일이 끼어있는데
어릴 때 생일에 집 밖으로 가출해서
공원 벤치에 누워 내리는 눈을 맞으며
그대로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내게 생일이란 건
딱히 반갑지도 않고
이래저래 심기만 불편하다
연말즈음에 안 좋은 일도 많았던 편이지만
12월 말에 형이 사람하나 담가놓고
도피성 자살을 해버리는 바람에
해가 넘어가는 연말 연초는 나에게 있어
기분 잡치라고 있는 날이나 다름 없다
1월은 어떤가
내가 아끼던 친구가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달이고
이 즈음에 가까운 사람을 여럿 잃었다
이 중 절반은 내가 20대가 꺾이기도 전에
겪어온 일들이라 그런지
지금이야 덜하지만 그 당시에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더욱 많이 했다
나 때문인것만 같은 생각
이 사람들이 나랑 엮이지 않았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거라는 그런 생각들
차라리 내가 일찍 죽었다면
이 사람들은 모두 살아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고
이따금씩 잊을만 하면
그 생각들이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이 모든 부질없는 잡 생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 켠은
내 인생과 내 목숨을 바치더라도
그들은 돌아오지도 않을 뿐더러
고작 비루한 내 목숨따위로
그 죗값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비참하고 초라하게 만든다
생각을 멈춰야지
멈춰야 해
그런데 쓸데없는 생각이란 무엇일까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죄책감들이
불러오는 과거의 순간들일까
아니면 이걸 멈춰야 한다는 생각인걸까
쓸데없는 생각을 멈추자
생각을 멈춰야 해
멈춰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