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내 인생은
벼랑 끝에 뿌리를 내리고 말았다
나아갈수도,
돌아갈 수 조차 없는
좌초된 인생이란
매번
수 없이 낙방하는 이들의 시간과 함께
곰팡이 핀 고시원 구석의 벽지처럼
덧 없고, 부질없는
어떠한 쓸모 없는 것이었다
존재 자체가 거짓이고픈
덧 없는 세월이란
더 이상 증명해야 할 가치조차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나는 나의 밑동을 잘라내고
저 공허하고 푸른
심연 깊숙한 곳에
사라지겠노라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