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생크 탈출의 심심하고 깔끔한(?) 결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가
앤디가 무엇 때문에 자유를 꿈꾸었나 떠올려보니
앤디에게 있어선 '음악' 에서 느끼는
정서같은 부분이 제법 중요했던 거 같아
야간에 근무를 하다 보면
옆에 같이 앉아서 떠들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임만 붙잡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롭지만도 않으니
가볍게 음악을 틀어놓고 자주 몸을 풀어주며
공상에 빠지거나 기분을 달래보곤 하는데
드라마틱한 퀸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Under pressure를 들으며
광장과 무대에서 마치 그들과 한 무대 위에서
무대에서 관중에게 환호받는 느낌과도 같은
황홀감에 심취하곤 해
어떨때는 꿈꾸는 것도
이보다 좋을리가 있겠나 싶을 정도니깐 말이지
영화 속에서 앤디가 레드에게 말해주었듯이
음악이란 것은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되고 있어서 그 누가 내게서
이것이 내게 주는 그 느낌을 내어달라 하거나
억지로 뺏어가려고 해도 뺏어갈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느낌이자 소중한 것
물론 음악의 주인은 따로 있지만
그걸 듣고 느끼는데서 오는 감정들은
프레디 머큐리나 엘비스가 온다 해도
절대 나에게서 뺏어갈 순 없을테지
나에게는 퀸이 그러하듯
누군가에게는 비틀즈나 밥 딜런,
저스틴 비ㅂ... 그럴리가 있겠냐만은... 아무튼
록맨 역시도 그렇겠지
예전에는 그게 나에게 있어서
그저 좋아하는 캐릭터이자 과거의 향수, 내지는
꽤 좋아라 하는 게임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건
불과 2,3 년? 정도의 시간밖에 안 되는 거 같다
나라는 사람은
원체 험한 꼴을 많이 보고 당하고 살아 그런지
성격적인 외로움이나 고독감도 강하고
알게 모르게 강한 죄의식을 지니고 사는데
록맨도 그렇고 저 음악들도 그렇고
그것들을 느끼는 시간 동안에는 내 외로움들과
무겁고 거뭇한 내 죄의식들이 가뱌워지고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
어쩌면 나는 보잘것 없는
게임이나 짧은 음악 안에서
위로를 받았는지도 모르지
앞으로 나에게 있어
아내와도 같은 역할을 해 줄 여자친구에게
내 엄마가 되어달란 소리를 했는데
이건 자칫하면 내가 머리에 뿔 달고
시뻘겋게 하고 다니는 이상한 군인같아 보일까봐
두 번은 그런 소리 내뱉기도 힘들고 말이야
물론 내 딴에는 진지했지만...
그래도 샤... 샤ㅇ... 아즈ㄴ...
아니다... 그만두자
아무튼 나에게서 그 누군가가
뺏어갈 수 없는 것들이란,
내 가슴속에 심겨 있는 퀸의 음악과
파란 헬멧의 영웅과
밀로스 포먼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빼앗을 수 없다는 말과 다르게
역설적으로 내 가슴속의 소중한 것들이 주는 것은
내 스스로는 가질수가 없는 것들인데
내 자신 스스로가 느끼질 못할 감정들을
거기서 대신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고 생각하니
왠지 좀 비참하단 기분이 들기도 해...
새벽에 이 무슨 감성터지는
센치한 뻘소리인가 싶긴 하지만
볼 사람 많은 것도 아니고 뭐 어때? 새벽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