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있었던
생각나는 일화 몇 가지
1. 유치원을 처음 갔던 날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이쁨받고(?)싶어서
교실바닥에 아이들이 흘린 과자를
최대한 아기처럼 귀엽게 냠냠 주워먹고
손바닥 때찌때찌 당하고 서럽게 울었다(...)
2. 아버지가 차를 프라이드로 바꿨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차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형이 시트에 앉아 핸들을 잡고
내가 아래에 쭈그려서 악셀을 손으로 눌러서
약 10m 정도 주행했다가 그 자리에서 붙잡혀서
현행범으로 잡혀들어갔던(...) 기억이 남
(아마도 6살쯤 무렵)
3. 더 이상 차를 운전할 수는 없었지만
자전거를 차에 묶어서 매달면
이병헌의 아스팔트 사나이 부럽지 않은
초고속 오프로드 레이싱이 가능하겠구나 싶어
외삼촌이 아버지 차를 운전하고
(근데 외삼촌도 당시 중학생이었던 기억이...;)
나는 자전거를 차 뒤에 묶고서 들뜬 마음으로
호기롭게 출발!! 을 외쳤는데
아뿔사, 생각해보니
내 자전거는 체인달린 2발 자전거가 아니고
아기들이 타는 세발자전거(...)인데
페달에 발을 올리고선 사고가 날 게 분명했다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로 차가 달리기 시작하니
예상대로 자전거는 엄청난 가속을 받고 질주하다가
외삼촌이 대뜸 커브를 돌아버리는 바람에
나는 그대로 자전거와 함께 날아가서는
수풀더미에 고꾸라졌고 다행스럽게도
무릎만 크게 까졌을 뿐 크게 다치진 않았다
외삼촌을 다시 만날 일이 없다지만
만약에 다시 만난다면 아마도
포르쉐를 렌트로 빌려서
전속력으로 받아버리지 않을까 싶다
4. 어려서부터 형이 나이에 비해서
과도한 짖궂음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었는데
나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성깔을 갖고 있어서
한 번은 밥상머리에서 초강력 어그로를 끌어대며
내 스팸을 다 뺏어먹는 꼬라지가 아니꼬왔던 나는
참다 못한 나머지 포크를 들고
형의 광대뼈를 향해 냅다 찍어버렸고
나는 난생 처음으로 한국 사람이라도
헐리웃 고어물에서나 볼 법한 비명과 리액션을
한국인도 선보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5. 형의 친구중에 빠른 년생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빠른 년생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태어난 해도 나랑 똑같은 놈인데
저걸 형이라고 부르고 대접해줘야 하다니...
이 당시가 7살 무렵인데
이미 이 때부터 나는 남 대접해주고
윗사람 받들어주는 것을 싫어했나보다
(...대체 어린 게 뭘 안다고)
이 또한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쌓여가던 와중에
동갑내기 빠른년생 형님놈의
약올림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집 구석 장독대에 숨겨둔 비밀병기 13호
리코더를 들고 라이트세이버마냥 슁슁 휘두르다
냅다 동갑내기 형님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고
형이 포크에 찔려서 내지르던 비명과 리액션보다
더 고통스럽고 격렬한 반응을 보여준 덕에
나는 집에서 혼나고 쫓겨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뿌듯한 기분으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 모든 일들이 7살때까지 겪은 에피소드
난 떡잎이 남다른 파이터였나 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