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SNS에서
글을 올려놓고 질의문답을 받은 모양인데
허락받고 퍼왔습니다
(모바일에 맞게 편집되었습니다)
< 유치원, 어린이집 차량 사고에 대한
10년차 교사의 생각 >
유치원, 어린이집 차량 사건 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진다. 거기에 수많은 댓글과 의견들이 오간다.
나에게 들어온 질문들은 아니지만,
사건 사고 기사들과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내가 속이 터져서 내 생각을 정리할 겸 쓰는 글이다.
먼저, 사고를 낸 원장, 교사,
운전기사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음을 밝힌다.
그것을 제외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경력
도합 10년차의 입장에서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댓글들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글이 길지만,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1) 지각하는 원생에게 왜 바로 전화하지 않나요?
(이 댓글이 제일 많다.)
- 교실마다 전화기가 있는게 아닙니다.
지각한 아이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이
이미 등원한 상태에서, 교실을 비우고
전화를 하러 가도 될까요? 안 될까요?
- 일반적으로 교실에 있는 전화기는,
교무실과 각 교실을 연결하는
인터폰인 경우가 많습니다.
- 그리고 교실 내에 있는 전화기로
전화가 가능하다고 해도, 전화를 하다가
나머지 아이들에게 사고가 생기면 교사 부주의입니다.
- 지각을 밥먹듯 하는 애들도 있습니다.
수업 시작이 10시라면, 일주일에 3번은
11시에 온다는가 하는 그런 애들. 이런 애들은
지각한다고 원으로 먼저 연락도 안 합니다.
그러면 교사는 당연히! 아, 얘는 오늘도 지각이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 교사의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는 경우,
다른 학부모나 외부인이 보기에는 마치
근무 태만으로 보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에게 민원이 들어오면,
교사만 원장에게 혼이 나는 꼴이 됩니다.
- 교사들이 개인 핸드폰을 만지다가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서, 출근하자마자
핸드폰을 수거하는 원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 일단 교사 핸드폰을 수거하지 말아야겠죠?
(교실 전화기가 없다는 전제하에)
교사가 핸드폰을 보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핸드폰 만질 만큼 한가하지 않거든요.
사실 핸드폰 수거는 아무 생각없이 지적질만 하는
학부모님들 때문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모님들 제발 좀 교사를 도와주십시오.
=> 핸드폰 수거는 교사 개인 인권을 침해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의 물품이니까요.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놓고 꺼내지 말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만, 핸드폰 단체 수거라니...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아이들의 학부모님들.
지각은 그렇다 쳐도, 지각할 때 마다 제발
먼저 연락해주십시오. 매일매일 연락해주셔도
좋으니 매일 먼저 연락 해주세요.
2) 원에 도착한 후 왜 차량 내부를 둘러보지 않나요?
- 둘러보는게 원칙입니다! 안 둘러보니까
사고가 생기는겁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3) 차량 지도 선생님들 왜 이렇게 정신이 없어요?
그렇게 바빠요?
- 보조교사 혼자 애들을 태우고
벨트를 ‘매줘야’합니다. 아이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타면 더 오래 걸리죠.
- 특히 좁은 골목에 사는 아이들을 태우러 가는 경우,
아이가 승차 중인데 차량 앞이나 뒤에서
다른 차가 지나가려고 한다. 그러면 원의 차량이
골목을 막은 꼴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원의 차량이차량이 민폐를 끼치는 상황인거죠. 이런 상황이
매일! 있습니다. 그 때 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것
같습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고 머리의 뚜껑이
열립니다. 민폐를 끼치는 이 상황도 싫고,
또 아이들이 이용하는 차량에게 조금의 배려도 없이
클락션을 울리는 맞은편 차는 더 싫습니다!
정말 돌아버릴것같습니다!
- 어디에 사시든지 간에 제발 차량 시간보다
3분 먼저 나와주세요. 정해진 시간에서
1분이라도 늦으실 것 같으면 그냥 차량을 포기하고
원에 직접 데려다주세요. 내 아이가 1분 지각하면
그 다음 아이는 2분 늦게 차를 타고, 또 그 다음 아이는4분이 늦고...............차량 운전 기사와
차량 지도교사의 마음은 어떨까요?
=> 좁은 골목이 있는 주택가에 산다고 해서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리는겁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차량이 들어가도 이런 일은 있습니다만,
골목에서 일어나는 빈도수가 훨씬
높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 보통 골목에 사는 아이들도 걸어서
1~2분 정도만 나오면 차가 비교적 안전하게
아이를 태울 수 있는 대로변이 있습니다.
왕복 2차선만 되어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기어코 자기 집 앞 까지
오시기를 원합니다. 물론 아침에 애를 준비시켜서
데리고 걸어나오신다는게 힘들다는건 알지만,
안정적인 탑승을 위해서라면 걸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냥 좀 걸어 나오세요 제발!!!!!!!
=> 그런데 이게 또...... 원장들이
학부모 눈치를 보고 배려를 해준답시고
골목 안까지 들어갑니다......아이고.....
=> 이것은 바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일뿐,
차량 내부에 아이를 방치하는 것에 대한
이유는 아닙니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사고를 절대 옹호하지 않습니다.
4) 유치원, 어린이집의 차량을 없애면 안 되나요?
-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 10년의 경력으로 봤을 때, 원에 차량이
존재하는 이유는 ‘영업, 그리고 이익’ 과
즉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 학부모님들은 자기 아이를 직접
데려다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맞벌이니까
바빠서, 혹은 너무 멀어서 기타 등등의 이유로.
그런데 10년을 지켜본 결과, 차량이 있으니
차량을 이용하자! 편하고 잘됐다. 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걸어서 데려다주면 귀찮은데
뭐하러 걷냐 같은 그런 생각들. 심지어 걸어서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아이들도 어린이집 차를 탑니다.
- 그래서 원에 차량이 있는것입니다.
원장은 학부모를 무조건 편하게 배려해줘야
영업이익에 득이 되니까요. 차량 운행이 없는 원에
아이를 다니게 할 학부모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 만약에 모든 원이 초등학교처럼 국립화가 되고,
주거지에 있는 원에만 갈 수 있다면,
원장들은 부모의 편의같은걸 생각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 그렇다면 더불어 원장들이 자신의 원을
홍보하기 위해서 하는 교사만 죽어나는
쓰잘데기 없는 행사도 없어지겠죠.
- 하지만 병설유치원을 제외한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영업이익이 있어야합니다.
국공립도 100% 국가운영이 아닙니다.
국가가 운영 자금을 일부 지원해준다는게
있을 뿐입니다.
=> 그러니까 모든 원을 초등학교처럼
국가에서 관리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생기는 원인은,
★★★ 근본적으로 교육에 영업과 이익이라는게
끼어들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생기는겁니다! ★★★
하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원을 국가에서
관리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아마 북한의 김정은이
독재체제를 포기하는것만큼 힘들겁니다.
그러니까 사고를 어떻게든 안 내고 99.999999999999%의 확률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차량을 이용하려면
1) 교실 내에 전화가 되는 전화기를 전부 설치하든가
2) 안 되면 교사 핸드폰은 수거하지 마시고
3) 교사가 전화를 할 동안 아이들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보조교사 인력이
반드시 있어야하고
4) 전화를 하는 교사를 보고 학부모님들이
지적을 한다면, 원장들은 무조건
교사의 편을 들어줘야하며
5) 양심적으로 우리 아이가 지각할 때,
원에 제대로 알린 적이 없는 학부모님들은 반성하시고
6) 아이가 차량 등하원시, 학부모는
원의 차량이 안전하게 설 수 있는곳까지 걸어나올 것
이상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들을
모두 하고있는 원은 하나도 없다는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