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진중권, '조국' 관련 공개토론 제안.."토론하고 싶은 분은 연락처 남겨라"
https://news.v.daum.net/v/20200103134222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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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름 정치적 성향이 진보 쪽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의 발언이 현실성이 없다고 폄하할지라도,
한 번 들어줄 이유는 있다고 생각하여 경청하는 쪽입니다.
관점을 바꾸면 그들의 말 중에 와닿는 말들이 꽤 있거든요.
제가 동의하지 않는 무리들의 주장일지라도 - 페미니스트 단체라든가 -
한 번은 듣고 이해하려 하는 편입니다. 그들이 쓴 책도 진지하게 읽어보는 편이고요.
하지만, 누구보다 진보세력을 걱정해 준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내린 해외 파병 문제에
기를 쓰고 반대하다가, 악다구니를 물면서 저주를 퍼붓던 때를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진보세력, 진보언론에게는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나름 즐겨보던 모 신문사의 영화 주간지마저도 절독해버렸으니까요.
그게 벌써 10년도 훨씬 전의 이야기인데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칭 진보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밀려올 때가 많습니다.
당신들의 말은 도덕적으로 옳습니다.
논리적으로도 흠결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수십년의 대한민국 발전사에서, 레드컴플렉스의 파도에 휩쓸려서
당신들의 목소리가 무시당한 적도 적지 않았기에 당신들에게는 명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역사가 점진적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합니다.
섣불리 발전하면 잃는 것도 많기에 변화에는 조심스러운 자세가 필연이고
정책의 입안에는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기에, 발전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설득이 따르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유치원법마저도 표류하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얼마나 있을까요?
당신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딴지를 늘어놓는 그 퇴행적인 정치인들 또한,
국민이 뽑은 민주주의의 대변자입니다.
그래서 연대해야 합니다. 정치세력화 해야합니다.
2보 전진을 위해서는 1보 후퇴도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선 안에서의 진영논리도 필요합니다.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일정한 선에서 타협도 해야하고 투쟁도 해야합니다.
물론 권력의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변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겠지만 말이지요.
당신들이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원없이 떠들어보세요.
당신의 말은 논리적으로 타당할 지도 모릅니다. 정치의 원론적인 입장에서 명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허나, 당신들은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며
당신들의 그 잘난 언어유희 뒤에서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