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 압승이 기쁩니다. 기쁜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은 노무현의 전철을 밟을 것 같지는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의 분열, 보수 진보 양 쪽의 총공세, 언론의 공격, 국민들의 냉소 모두 받아낸 노무현에 비하면 최소한 정치에서만은, 국회에서만은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전통적인 대형 언론들 또한 그 당시에 비해서 영향력이 많은 부분 축소된 것도 있고요.
다만, 이렇게 실린 힘이 과용될까 싶은 걱정은 있습니다. 고인 물은 썩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아마 보수든 진보든 지금 상태에서 일어서기에는 쉽지 않은 상태이기에, 당분간은 민주당의 독주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뭐, 암만 그렇다 해도 옆나라 자민당처럼 될 것 같지는 않고, 될 수도 없는 나라이긴 합니다만.
생각난 김에 몇 가지 덧붙여봅니다.
# 자칭 보수가 망한 진짜 이유는 “계산기를 내려놓지 못해서”입니다.
황교안은 기본적으로 친박이지만, 그렇다고 반박에 대한 직접적인 비평은 자제해왔습니다. 두 쪽 모두 당 안에서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손도 놓지 못한 형세입니다. 중간에 서서 어느 정도 위치가 가장 좋을까 하고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었다고 해야할까요. 비단 황교안 뿐 아니라 다른 리더급 인물들도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니 중간에서 계속 엇박자, 리더쉽 축소, 막말 등이 생겨난 건데... 상황이 이런데 김종인이라고 뭐 어쩔 도리가 있나요.
이제 계산은 좀 그만하고, 방침 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죠. 친박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들인데 언제까지 친박타령 할 생각인지. 진짜 변하려면, 친박 정리하고 호남 쪽에도 관심 좀 쏟아야합니다. 이미 TK에서도 미련없는 친박에 언제까지 기댈 건지.
# 진보가 망한 이유는 현실정치를 못해서입니다.
정치적 이상 좋고, 올바른 정치 해야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상대편이 비례정당 꼼수를 쓰는데 우리는 원칙정치하겠다,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다... 뭐 이런 어거지 바보같은.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범진보비례정당 제안하니 꼼수라고 비난이나 하고. 이래서 진보는 안된다고 봅니다. 올바른 정치 좋습니다만, 이렇게 표가 넘어갔을 때 불어오는 후폭풍은 진보의 그 누가 감당한답니까? 그것도 상대편이 먼저 도발했다는 명분도 있는데 끝까지 원칙만 고집하면 뭐...
옛날부터 진보는 특히 자신들의 이상을 고집하고 그게 아니면 말로 비난해왔는데, 노무현의 이라크파병, 그리고 최근의 조국 사태, 그리고 이번 비례정당 문제에 그 절정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진중권같은 입진보들이 그 좋은 예가 되겠구요. 이번 비례정당 문제에서는 최소한, “참석 고려하겠지만 대신 이번에 이기면 선거법은 확실히 개정하자” 정도의 워딩만 날렸어도 이렇게 정의당 6석(지역구 1석)같은 결과는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진보들을 봐 온 걸로 유추해보면, 쉽지 않겠죠. 어쩌겠어요?
아무쪼록 월급이 좀 오르게 경제를 살려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