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상하기 전에 미리 알고있던 사실
- 주인공은 스즈메라는 여자애
- 갑자기 등장하는 문에 뭔가 있다
- 신카이 마코토 감독
- 유튜브에서 트레일러 정도는 봤습니다
# 인상적이었던 점
- 신카이 감독의 극장아니메 특유의 빛과 색의 예쁜 표현은 여전합니다
- 그 외에는 눈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장점이자 단점
- 신카이 감독 아니메 특유의 BGM. 너무 익숙해진 스타일의 곡조인데, 이게 아래 내용과 맞물려서...
굳이 분류하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지만, 단점인 느낌이 좀 더 강합니다.
# 자 이제 메인인 단점... 다름아닌 내용.
개인적으로 신카이 감독은 딱 <초속 5cm>까지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그 아니메는 신카이 감독 특유의 뭔가 뻥 뚫린 여백미가 되레 어울렸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다른 만화들은 그 여백효과가 그다지 와닿지도 않았고, 오히려 몰입에 방해를 주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만화영화는 그 동안 신카이 감독의 아니메를 보면서 불편하다 생각했던 점을 넘어서서, 그냥 너무 뻔하디 뻔한 진부한 아니메 아닌가 싶습니다. 본인 특유의 미려한 영상미와 음악을 씌워놨는데, 스토리가 너무 양산물스러워져버리니 음악까지 진부하게 느껴졌달까요.
* Boy meets Girl/Girl meets Boy 로 시작. 마무리는 ただいま/おかえり. 이 진부한 클리셰를 영화관에서까지 밀어붙일줄은.
* 주 소재가 자연재해 중 하나라는 사실이 뜨자 든 생각. "아 20여년 전 그 사건이 어떻게든 등장하겠구나. 그럼 스즈메는 그 사건과도 관련이 있겠네. 근데 가족 한 명이 사망했네? 그럼 뭐 뻔하잖아." 그리고 전개는 예상한 대로 그대로
* 문에서 보이는 세계가 망자의 세계. 어릴 때의 스즈메가 떠돈 곳도 문에서 보이던 세계. 아 그럼 어릴 때의 스즈메 앞에 등장한 긴머리 누군가는 A 아니면 B겠네. 그런데 용도가 어중간해진 그 의자가 갑자기 등장. 아... B겠구나
* 전형적인 Boy meets Girl 스토리를 따라가나본데, 그럼 쟤네들은 끝까지 남아서 무사히 돌아오겠네. 그럼 누가 쟤네들 대신 희생할까? 답은 하나밖에 없네 ㅠ_ㅠ
* 그 외에 신카이감독 특유의 구도와 레파토리 반복. (사실 이건 신카이 감독만의 문제는 아니라, 재팬 아니메 대부분이 이미 어느정도 정형화, 고착화된 면도 있는 것 때문이기는 합니다)
과거에 <아바타>가 처음 나왔을 때, 딱 15분 정도 보고나서 아 이건 이렇게 저렇게 진행되겠네, 아마 이렇게 끝날거야 하고 예상했는데 아주 흘러가는 족족 죄다 들어맞아서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제임스 카메론을 무지하게 씹었는데 딱 그 꼴. 뻔하디 뻔한 얘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취향인지라. (그래서 최근의 슬램덩크 극장판도 전혀 볼 생각이 없습니다. 내용은 이미 다 알고있으니까요.)
사실 이게 아니메가 아니라 영화였다면, 스토리 라인이 좀 진부해도 배우들의 연기나 감정전달 등의 다른 요소로 얼마든지 커버도 가능한 영역인데... 표현 양식이 어느정도 나올 만큼 다 나온 아니메 장르 자체의 한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게다가 이미 영상의 발전이 정점을 찍어버린 터라 영상미에 예전처럼 눈이 끌리지는 않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아니메 중에서도 전체 스토리는 원작대로 따라가는 뻔한 전개였지만 다른 요소로 그 뻔함을 상쇄시켜버린, <루로우니 켄신 추억편>과 같은 전체적으로 매우 괜찮았던 예외도 극히 일부가 있긴 합니다만... 이건 이미 너무 옛날 옛적 영상이고.
# 결론
예전에 Final Fantasy Ⅶ Remake 에 대한 글을 쓰면서 "최신기법으로 포장한 로도스도 전기"라고 했는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느꼈습니다.
신카이 감독은 저에게는 그냥 <초속 5cm>로 남아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