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실패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이번엔 성공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2013년에 개인사업자를 내고 개발과 서비스를 해오면서 무엇이 가장 성공적이었나 돌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이것만큼은 성공했다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생각나질 않았습니다.
(아 갑자기 눈물이 ㅠㅠ)
배우고 깨달은 것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남들을 가르치거나 공유할만큼 다져진 분야는 없더군요.
몇일을 더 고민하고 자신을 돌아본 끝에
"아 이것만큼은 대부분의 사람(개인개발자)들이 실패해도 나는 성공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를 찾았습니다.
4년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모바일 게임, 앱을 만들고 서비스한 것.
그것만큼은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조그만 자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동안 개인개발자의 길을 계속 걷게해 준 원동력이 무엇일까 되돌아보았습니다.
ㅇ 사회 공헌
저는 고향이 제주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당시에는 제주도에 게임 업계의 회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은 네오플도 제주에 내려와 있지요)
기획자인 제가 제주에 내려가서 개발자와 그래픽 디자이너를 찾기 어렵겠구나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프로그래밍 개발을 겸해야겠다 생각했었고,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사업자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사업자로 시작하지만 돈을 벌면 팀으로 확장하고 싶었고,
이러한 상상의 나래를 이어가다보니 "제주도에 (게임을 포함한) 컨텐츠 산업의 씨앗을 심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과 조직의 비전에 대한 내용과 위의 제 생각이 연결이 되더군요.
개인사업자를 내고 게임을 만들기 시작할 때에는 추상적이고 미약하나마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을 미션으로 삼게 되었고요.
어렵고 힘든 시간을 버틸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ㅇ 컴플렉스 극복의 욕구
10년 가까이 게임 기획, 관련 일을 했지만 기획자로서의 자기 평가 점수는 50점 정도?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몇 개의 기획들이 모두 제품화에 실패했었습니다. 실력 + 경험 부족 때문이었지요.
이후로는 맞고류, MMORPG, 퍼즐 등 기존에 있는 (완성도가 보장되는) 장르의 프로젝트들에만 참여했고요.
그나마도 이미 라이브 서비스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기획자로 투입되어서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때문에 기획 업무 처리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지만,
제가 꿈꿔왔던 소위 창조적인 기획자의 모습을 기준으로 보면 스스로에게 보잘것 없는 점수밖에 줄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개인개발자로 작업하면서도 단발적인 재미 요소들은 많이 기획하고 있는데, 하나의 구조로 뽑아내어 완성도 높은 기획 결과물로 뽑아내는 것에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실제 구현하기 전에 머리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한 20%정도의 추상적인 그림 정도? 그나마도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 없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중간 결과물까지 작업하고 수정 혹은 폐기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기획자라면 팀과 팀원들을 낭비하고 실망시킬 수 밖에 없지요.
이렇게 기획자로서의 부족한 점을 옛날부터 많이 느꼈고 극복하고 싶었고요.
회사 안에서 이러한 기회를 받을 수 없으니 (받아서도 안되죠. 팀원들의 소중한 시간과 회사 돈을 낭비할 순 없어요)
개인개발자로 작업하면서 확인하고 달성하고 싶었습니다.
발화점, 임계점을 한 번 넘은 후에는 자신있게 일 하고 싶고요.
ㅇ 재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작업하고 있는데요.
3년이 넘은 시점부터 제 레벨이 올라갔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프로그래밍만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도 울며 겨자먹기로 제가 하고 있는데요.
여전히 하수이고 거북이손이지만 조금씩 작업을 깨우치고, 가끔씩 실력 이상으로 잘 그린(그렸다고 착각하는) 그림들이 나와서 즐겁습니다.
(스스로 보기엔 너무 잘 그린 그림)
프로그래머 레벨이 올라가면서 관리자로서의 시야도 넓어졌고요.
나중에 팀을 만들거나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좀 더 개발팀을 잘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위해 읽은 디자인 관련 서적들도 많이 읽었는데요.
의외로 기획 작업에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재미나 문제 해결에 대해 더 넓은 시야로 보게 되었고, 구체적이고 새로운 방법을 배웠습니다.
서비스하면서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유료 결제, 광고 매출 발생시마다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힘들고 답답하지만 이런 재미 때문에라도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합니다.
ㅇ 가족의 지원
지난 번에 먼저 글을 올렸는데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4년 동안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즉, 돈을 벌어다 집에 주지 못했다는 것이 저의 현실인 것입니다.
아내의 응원과 도움이 없었다면 도전을 계속할 수 없었겠지요.
고맙게도 맞벌이 -> (아내의) 외벌이로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해 주고 있고요.
게임을 만들어서 돈을 못 벌어도 좋으니, 정말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대로 작업하라고 응원해줍니다.
재택근무중에도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방을 내어주고요.
육아와 가사도 본인이 가능한 많이 담당하면서 작업 시간도 최대한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들은 경제적인 부분이나 가정에 대한 부담이 덜하시겠지만,
결혼하고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육아와 경제적인 부분에서 압박이 상당합니다.
제 주위에서도 이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원하면서도 뛰어들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요.
글을 쓰면서 이건 좀 너무 자기 위안적인 글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 글이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과 용기를 드릴 수 있으면 하는 생각에 열심히 적었습니다.
개인개발자로 오래 살아남는것이 자랑이 될 순 없습니다.
가능하면 제가 생각하는 작은 성공, 그 도착지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라고요.
제가 아직은 그 과정에 있고, 그 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곳에 도착해서
다른 성공의 이야기를 또 적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두 게임기획자를 꿈꾸고 현재 회사도 들어왔지만 항상 친구들과 나가서 인디게임하나라도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머리속에 간직하면서 일하네요 ㅋㅋ 그러다가 결국 현실로 돌아오곤 하지만 계속 생각하다가 질러버릴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