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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과 악의 환상] 두개의 길 (3화) (0) 2022/06/07 PM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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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천사 루시퍼가 한 인간에게 말했다.

 

-신께서 말씀하시길 이 세상 모든 것을 신께서 만드셨다고 하셨다.

또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있다고 하셨지.

오직 신만이 누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힘.

그러나 기쁨과 행복만이 존재해야 할 천국에 시기와 불신이 싹텄고,

그 해결책으로 내 놓은 것이 다름 아닌 추방이었다.

거짓말을 한 거야.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내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처럼 너희의 생명에 한계를 둔 것이나 고통을 방관한 것에 숨겨진 뜻 같은 건 없다.

전지전능하다는 거짓말로 모두를 속이고 두려움을 심어놓은 것뿐이야.

그러니 우리가 직접 신을 찾아가 우리의 신념을 전하고,

창조주로서 세상을 방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링크를 통해 이전 이야기들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두개의 길 (3화)

 

 

 

망상에 빠져 자문자답하는 남탄의 그림자 속에서 

스멀스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이 점점 사람의 형태를 갖추더니 금세 인간으로 변했다

키가 매우 큰 이 연기인간은 온 몸을 검은 천으로 칭칭 감고 있어 

마른 몸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그가 소리 없이 남탄 옆에 다가서 허리를 숙이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대단한 신앙심이야, 남탄.”

 

이에 화들짝 놀란 남탄은 뒷걸음치면서도 

그에게서 눈을 때지 않았다

그런 남탄의 눈을 마주보며 연기인간이 이어 말했다.

 

너를 속인 것은 신이지 우리가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네 말처럼 함정 같은걸 파긴 했지만 

그건 우리의 신념을 네게 전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야

진실을 보여줄 매개체란 말이지.

그동안 네가 왜 신을 믿어왔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아마도 그 시작은 네 의지와 상관없었을 것이고

그렇게 교육을 받으면서 세상을 창조했다거나 

또 전지전능하다고들 하니까 경외심이 생겨났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만일 누구도 네게 신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면 

네가 신의 존재하는지 알게 되었을까?

어떤 사람은 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신이 존재하는 줄 알면서도 

신의 뜻하는 대로 살지 않기도 해

그게 가능한 것은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졌기 때문이야

어째서 신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을까.

신이 정말 전지전능했다면 우리에게 

신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 따위 처음부터 주지 않았을 거란 말이야.”

 

네가 바로 사탄이냐.”

 

그럴 리가

그분은 고작 너 같은 녀석 때문에 이런 곳에 오시지 않아

그러나 루시퍼께서 나 크로울리에게 너를 지켜보라 말씀하시긴 했지

내가 보기에도 너는 상당히 독특한 녀석이거든

그러니까 망설일 것 없어. 네게 흔치 않은 기회가 온 거라고.

이 세상에 만연한 죽음과 공포와 고통과 분노를 방관한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어?

나와 함께 가자 남탄.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

 

크로울리가 남탄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남탄은 

크로울리의 눈을 노려볼 뿐이었다

악마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악마의 속삭임을 신의 계시로 착각했다는 사실에 

또다시 몸속안의 모든 것을 게워 낼 것 같은 구토가 전해져왔다.

그러나 악마에게 그런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이를 지그시 물어 목구멍 밖으로 넘쳐 나오려는 것들을 겨우 참으며 말했다.

 

내가 신께서 뜻하신 길을 걷고 있으니 

언젠가 네놈들이 내 앞에 나타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니 이 시련이야말로 신께서 내게 내려주신 

계시가 아니라면 무어란 말이냐

비극인줄 알았던 것이 희극이었구나.”

 

남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 넣어 

붉게 변한 눈알을 뽑아버렸다

그러는 동안 비명은커녕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통 속에서 그 어떤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는 뽑아낸 눈알을 손에 꽉 쥐어 터트리며 이어 말했다.

 

, 와라

너희가 신의 뜻을 의심하고, 우리를 유혹해 세상에 혼란을 가져오니 

그 책임을 물어 너를 벌하겠다.”

 

우웩. 그거 안 아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이었구나

미안, 인정할게. 내 판단착오였어쉬울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건 그렇고. 나를 벌하겠다니, 뭘 어떻게 무슨 재주로?”

 

빛이 아무리 작다한들 어둠은 결코 빛을 가릴 수 없는 법

내 눈이 부족하면 팔을 뽑을 것이고, 팔이 부족하면 목숨을 바칠 것이다.

내가 내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여 반드시 너를 

파멸로 인도할 것이니 오늘 네놈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러라.”

 

남탄이 크로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단지 신념만으로는 온갖 술수를 부리는 악마를 상대 할 수 없었다

남탄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크로울리가 이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아니지, 아니야. 너무 약해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그보다 내가 좋은 것을 보여 줄게. 아주 재미있을 거야

나한테도, 너한테도 말이야.

네가 믿는 신하고 다르게 우리의 신념은 분명하고

또 확실하거든. 기대 해도 좋아.”

 

한동안 큭큭대며 웃어대던 크로울리는 

처음 나타날 때처럼 검은 연기가 되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남탄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한동안 

주위를 살피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악마가 판 함정에 빠졌으나 

신께서 나를 보살피시니 옳은 길로 인도해주셨다

그 뜻을 따라야해. 악마에게 신의 뜻을 전해야해.’

 

남탄은 악마를 사냥해 세상을 정화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을 어디서 찾고, 또 어떻게 하면 처단 할 수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의문은 뒤로하고

의지를 내세워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막중한 책임감과 그로인한 중압감이 엄습했지만 

의지가 확고하고, 목표가 명확하니 그 또한 쾌감이었다

가족의 안전을 떠올린 것은 조금 후의 일이었다.

 

검은 비가 악마의 술수라면 속삭임이 

나에게만 들리진 않았을 텐데 집사람과 아이는 괜찮은 걸까?’

 

남탄은 건물을 빠져나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비속엔 여전히 사탄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지만 속삭임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믿고, 또 당신의 뜻을 따르니 이 목숨을 

다 바쳐 악과 맞서 싸우겠습니다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사옵고, 그들에게 맞설 힘을 주시옵소서.”

 

한참을 뛰어 집 앞에 다다르자 걸음을 멈추고 

거친 숨을 내 뱉으며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누구도 비를 맞고 있는 이가 없었고

그 어떤 이상한 징조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에 안심하고는 계단을 뛰어올라 현관문을 벌컥 열며 말했다.

 

여보, 나왔어. 소연이는 집에 있어? 밖에 이상한 비가 내리던데...”

 

호들갑스럽게 큰소리치는 남탄과 다르게 

거실 소파에 않아있던 집사람과 딸은 남탄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저 서로를 마주보며 그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것이 이상했지만 어쨌든 두 사람 모두 집에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여보, 지금 박에 검은 색 비가 내리고 있어

절대로 그 비를 맞아서는 안 돼. 그 비는 말이야.”

 

다시 침착하게 검은 비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며 다가서자 

그제야 두 사람이 남탄을 바라보았다.

 

아뿔싸.”

 

경고가 무색하게 이미 집사람과 딸 두 사람 모두 

왼쪽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남탄의 두 다리가 휘청거렸고

마치 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때였다.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 속에서 크로울리가 나타나 말했다.

 

아까 말이야, 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그때 말이야

그때였어. 귀가가 늦어진 너를 걱정해 밖에 나와 있던 

너의 아내와 딸아이가 우리 뜻에 동의한 것이 말이야.

이제 너만 남은거야. 그러니까 그만 단념하고 네 아내와 딸을 따라 

우리와 함께 하자

그러면 우리의 긍지와 신념이 정말 옳았다는 것을 

분명 너도 깨닫게 될 거야.”

 

크로울리는 남탄을 유혹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남탄의 확고한 신념은 이미 넘볼 수 없는 것이 되었고

그런 이유로 크로울리의 헛소리를 통해 오히려 

마구 뛰어대던 남탄의 심장이 차분해졌고

여려 감정으로 혼탁하던 머릿속 또한 맑아져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신께서 말씀하시길 나를 믿고

내 뜻에 따라 살아라 말씀하셨다

세상의 창조주 이신 그분의 말씀은 진리이며 

그분의 뜻을 거역하는 것은 곧 죄이니 세상을 혼란으로 몰아가려는 

너희는 모두는 죽음에 이를 것이며 지옥에서 영원히 죗값을 치를 것이다.”

 

마음을 다잡은 남탄이 고개를 돌려 다시 아내와 딸을 바라보자 

그곳엔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두 악마가 앉아있었다.

존재의 이유, 삶의 목적, 신의 뜻.

남탄의 삶을 지탱해온 것은 그 무엇보다도 신앙심이었다

그 때문에 망설임은 사라졌고, 약탈자들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두었던 무기를 집어 들어 두 사람에게 겨누었다

무기라고 해봤자 기다란 나무 끝을 뾰족하게 갈아놓은 것이 다였지만 

그것은 차라리 총이나 칼보다도 더 살벌해 보였다.

 

너희가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저들의 광기에 빠져 

저들과 같은 악마 되었으니 신께서 뜻하신 대로 너희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죽음은 속죄의 첫 관문일 뿐, 너희가 죽어 지옥에 가더라도 

그곳에서 너희가 지은 죄를 뉘우치고, 또 뉘우치길 바란다.”

 

남탄이 큰 악마의 가슴을 향해 나무창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며 온 집안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비명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무창을 뽑아내 

다시 작은 악마의 가슴에도 찔러 넣었다.

두 사람의 비명이 온 천지에 울려 퍼졌고

두 사람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온 집안을 붉게 물들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큰 악마는 결국 거실 바닥에

작은 악마는 부엌 바닥에는 쓰러졌고, 

이내 마지막 숨결을 내 뱉으며 생을 마감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크로울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해다.

 

이건 좀 너무한데.

그렇게 무식한 나무창으로 아내와 자식까지 마구 찔러 죽이다니

그래놓고 세상의 질서를 논하겠다는 거야

두 사람은 아직 아무 일도 벌이지 않았어

단지 너와 함께하기 위해 너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네가 그랬었던 것처럼 기회를 줄 수도 있었잖아

그런데 이렇게 처참한 꼴을 당하다니, 너무 안타까워.

이미 저지른 일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 네놈이라 할지라도 아직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있으니까 말이야.

그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자기 자식을 죽여야만 하는 세상이라면 

그건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거라고

루시퍼께서 추방당한 이유도 그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의 거짓말.

남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똑바로 바라보아야 진실에 눈을 뜰 수 있다

신의 거짓말로 얼룩진 이 세상을 반드시 바꿔놓아야 해!”

 

더 이상 그 어떤 감언이설로도 남탄을 혼란에 빠뜨릴 수 없었다

남탄은 침착하게 손에 쥐고 있던 나무창을 들어 

있는 힘껏 크로울리를 향해 던졌다

나무창은 정확히 크로울리를 향해 날아갔지만 

연기로 변한 그가 나무창을 가볍게 피했고

이어 한심한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며 그를 조롱했다

그러자 남탄이 말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비웃는 거랑 조롱하는 것뿐인가

그리고 말 좀 줄여. 너는 말이 너무 많아.”

 

그 말에 정색한 크로울리가 냅다 달려들어 

한손으로 남탄의 목을 터트릴 듯 꽉 쥐어 들어 올렸다.

 

, 이걸 그냥 이대로 죽여 버릴까

루시퍼께서는 뭐 하러 이런 놈을 지켜보라 하신거지.

, 얼굴이 왜 그래. 혹시 아픈 거야

아까 눈깔 후벼 팔 때는 잘 참았었잖아.”

 

정신이 아득해 질 정도로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차원이 다른 크로울리의 힘에 남탄은 저항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마지막인가

죽음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남탄은 결코 애원하지 않았다

다만 이 악마를 처단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원통할 뿐이었다.

점점 옅어져가는 의식 속에 그만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지자 

느닷없이 지진이 난 것처럼 건물이 흔들렸다

그 때문에 집안의 온갖 물건들이 요동치며 큰 소리를 내었고

진동은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그러다 천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그제야 극심했던 진동이 멈추었다.

이상한 조짐을 느낀 크로울리가 슬며시 무너진 천장을 올려다보자 

하늘에서부터 눈뜨기 힘든 밝은 빛이 내리쬐었다

그리고 그 빛을 통해 누군가 내려오고 있었다.

 

제기랄, 미카엘 놈이 여길?”

 

크로울리는 들고 있던 남탄을 냅다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남탄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검게 그을린 목을 매만지며 쿨럭였다

그가 힘겹게 몸을 뒤집어 천정이 무너진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커다란 날개를 펼친 미카엘과 

그를 수호하는 천사들이 하얀 빛 안에서 서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왔던 것이다

이런 영관이 또 있을까.

 

제가 죽어 천국에 온 것입니까?”

 

수호천사들은 대답대신 그의 곁으로 다가와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미카엘이 말했다.

 

네가 할 일이 남아있으니 아직 천국에 올 때가 안 되었다.”

 

남탄 앞에 다가선 미카엘이 그의 목을 어루만지자 

크로울리의 검은 손자국이 사라졌고, 어느새 고통에서도 벗어나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왔다

조금 늦었지만 남탄은 예의를 갖추어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미카엘을 맞이했다. 미카엘이 그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일어나라 남탄. 너의 얼굴을 보고 싶구나.”

 

남탄이 고개를 들어 미카엘을 똑바로 바라보자 

눈을 뽑아낸 자리에 흥건한 피가 볼을 타고 흘렀고

미카엘이 그것을 닦아주며 이어 말했다.

 

너의 행동은 참된 용기였고

그 모습을 신께서도 지켜보고 계시었다

신께서 너를 아끼시고, 또 너의 믿음을 원하시니 일어나 곧장 밖으로 나가거라

그리하여 악마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타락한 자들을 벌하여라.”

 

미카엘이 손을 벌리자 거실에 떨어져있던 나무창이 날아와 

그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부드럽게 감싸 쥐자 손 안에서 빛이 퍼져 나가며 사방을 밝게 비추었다

그 빛이 너무 밝아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고, 온화하며 따뜻했다.

몽롱한 기분이 전신에 퍼지니 마치 하늘에 붕 뜬 것 같이 기분이 좋아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빛은 사라졌고, 더 이상 미카엘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꿈을 꾼 것인가.”

 

의심이 들 만큼 신비로운 경험이었지만 분명 꿈이 아니었다

그것을 화신할 수 있었던 것은 미카엘이 기운을 불어넣은 나무창이 

빛을 발하며 눈앞에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탄이 그 창을 집어 들자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미카엘이 앞에 서있는 것 같이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리고 분명 자신의 손으로 뽑아내었던 왼쪽 눈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거실에 걸려있는 거울을 바라보자 두 눈이 온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커다란 감동이 한꺼번에 몰려옴에 

기쁨의 눈물을 한참 흘리고 나서야 죽은 부인 앞으로 갔다.

그 앞에 서서 손을 들어 왼쪽 눈을 가리자 그곳엔 인간 여성의 시신이 놓여있었다

다시 손을 옮겨 오른 눈을 가리자 그곳에 악마가 죽어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남탄은 죽은 아내와 딸을 들쳐 업고 

밖으로 나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묻어주었다.

 

너희가 내 아내로서 그리고 내 자식으로서 

나와 함께 사랑하며 지내온 세월이 있으니 마지막 온정을 베풀어 

너희의 육체를 이곳에 묻는다

그러니 너희가 어디에 있던 그곳에서 너희가 지은 죄를 뉘우치고

또 뉘우치기 바란다

신께서 용서하여 주실 때 까지 뉘우치길 바란다.”

 

남탄은 그 어떤 것도 챙기지 않은 채 

빛의 힘이 깃든 나무창 하나만을 들고 그대로 악마를 찾아 집을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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