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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과 악의 환상] 신도 이루지 못한 것 (8화) (0) 2022/07/24 PM 05:21

타락한 천사 루시퍼가 한 인간에게 말했다.

 
-신께서 말씀하시길 이 세상 모든 것을 신께서 만드셨다고 하셨다.
또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있다고 하셨지.
오직 신만이 누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힘.
그러나 기쁨과 행복만이 존재해야 할 천국에 시기와 불신이 싹텄고,
그 해결책으로 내 놓은 것이 다름 아닌 추방이었다.
거짓말을 했던 거야.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내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처럼
너희의 생명에 한계를 둔 것이나 고통을 방관한 것에 숨겨진 뜻 같은 건 없다.
전지전능하다는 거짓말로 모두를 속이고 두려움을 심어놓은 것뿐.
그러니 우리가 직접 신을 찾아가 우리의 신념을 전하고,
창조주로서 세상을 방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상단 링크를 통해 이전 이야기를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이대로 다 같이 죽자는 겁니까, 네!
이제는 말을 해 주셔야 해요.
더 늦으면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게 된단 말입니다.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을 테니까 속 시원하게 말 좀 해보세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지경이 돼서 책임소재 따위 물어 뭐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문명이 완전히 붕괴해버리기 전에
검은 비를 멈출 방법이 있다면 제발 좀 멈춰 주시고,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성분이 뭔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지라도 알려주세요.
다들 힘을 합쳐 뭐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닙니까!”
 
인간이 거주하는 장소라면 세상 어느 곳에나 검은 비가 내렸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라짐에 따라 검은 비에 대한 소문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있었다.
10년 전쟁에서 살아남은 각 나라의 대표들은
검은 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벌써 서른두 번이나 회의를 가졌지만 그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서로를 향한 의심만을 키워갈 뿐이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대표가 한층 더 골치 아픈 이야기를 꺼냈다.
 
“대책이 시급한 것은 검은 비의 문제만이 아니지 않아요?
누군가 이 위기를 틈타 패권을 장악하려하고 있으니 또다시 전쟁을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패권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아까 어느 분 말씀대로 세상이 이지경인데 시치미 땔 것 없습니다.
버텨봐야 놈의 뜻대로 흘러갈 뿐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뭔가 아는 것이 있으면 명확하게 말하세요.
가뜩이나 골치 아파 죽겠는데...”
 
“무기 말입니다.전쟁 무기!
비교적 경비가 부실한 망가진 무기들은 물론
그것들을 수리하는데 필요한 특수 도구들까지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잖습니까.
이 미친놈들이 눈에 뵈는 게 없는지 대범해져서는
이제는 멀쩡한 것까지 훔쳐가고 있습니다.
숨기려 들 것 없어요.
놈들을 잡기위해 조사를 하다 보니 당신네들 무기도
만만치 않게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니까요.”
 
“그런 거라면 좀도둑이나 반정부 세력에서 훔친 거겠죠.”
 
“웃기지도 않군요.좀도둑이라니.
당장 돌아가서 사라진 무기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파악해 보시죠.
모든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진 그 많은 물량은
누군가 전쟁을 노리고 벌인 짓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봐요. 지금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배고픈 건 모두 마찬가지이고,
그러니 도둑들이 기승을 부려 뭔가 일어나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세상이 이 지경인데 아직도 전쟁을 생각하는 정신 나간 인간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과연 그럴까요.
전쟁이 끝나고 벌써 3년이 지났는데
그 이상한 비가 계속 내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요?
차라리 여기 누군가 아직 승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더 그럴듯하죠.
모두들 한때 그랬었으니까.”
 
 
확실치 않은 정보로 분열을 조장하려는 한 대표의 발언에
의장이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설에 불과한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시키지 마세요!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모인 이곳에서까지 서로를 의심하면 도대체 무슨...”
 
“더 이상 숨겨서는 안 될 문제 같군요.
저희도 전쟁 물자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부서진 잔해 따위는 이제 걱정거리도 아니에요,
당신 말대로 아주 대범하게 멀쩡한 전투기를 타고 날아가 그대로 빼돌리는가 하면
창고에 보관 중이었던 각종 무기들과 원자재들까지,
가지고 있던 물자의 60%를 도난당했습니다. 모두 다 훔쳐갔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누가 어디로 어떻게 훔쳐간 건지 작은 단서조차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것을 가능케 한 건지 모르겠지만 만일 쿠데타가 목적이었다면
우리 정부는 벌써 전복되었을 겁니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요.”
 
“...저희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사람과 전쟁물자들이 사라졌고,
그것을 찾을 단서는 그 어떤 것도 발견한 것이 없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곧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두려움에 밤잠을 설친지 1년이 되었어요.
대책 마련은커녕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어요.”
 
아직 산 하나도 제대로 넘지 못했는데 벌써 그 뒤에 켜켜이 쌓인
훨씬 더 높고, 험난한 산까지 걱정해야 했다.
 
“네, 저도 공식인정하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그것을 꼭 전쟁에 엮어 생각해야 합니까.
애초에 누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단 말입니까.
세상 어느 누가 사라진 그 많은 사람과 무기들을 아무도 모르게 한데 모아
전쟁을 준비 할 수 있냐는 말입니다.
그런 것이 가능 할리 없잖아요.
전 세계가 전례 없는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보니 크게 뚫린 치안을 악용해
약탈자나 반정부 놈들이 훔친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 크게 과장되어 보일 수도 있는 겁니다.”
 
“꼭 한데 모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훔친 무기를 각 나라 어딘가에 숨겨놓고,
전쟁이 시작되면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당신 말대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틈타서 말입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그러니까 그걸 누가 하느냔 말입니다.
다 죽고 몇 명 남지도 않았는데 그 많은 무기들은 누가 운영합니까.
이젠 전쟁을 치를 군인조차 모자라단 말입니다.”
 
“사라진 사람들.
그것이 검은 비의 역할이라 생각하면 이야기가 딱 들어맞지 않아요?”
 
대표단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쟁 전이었다면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으로 치부해
관심도 주지 않았겠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그 억지주장을 신빙성 있는 발언으로 바꾸어 놓았다.
술렁이는 대표들을 찬찬히 바라보던 의장이
무언가를 다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단합을 해도 모자랄 이 중요한 시기에
또다시 불신과 증오로 서로를 의심하려 드는군요.
좋습니다. 그동안 미뤄왔었던 단일화 절차를 진행합시다.
하나 된 힘으로 지속되는 수많은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문명을 지켜냅시다”
 
“당신이 뭔데 그런 것을 하고 말고를 정해요!
그리고 그거 말이 좋아 단일화지 결국 또다시
식민지배 체제를 구축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당신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라도
지금 당장 단일화를 진행해야하는 겁니다.
국가의 경계선은 누가 그어놓은 것이고,
서로 다른 국가이념은 또 누가 나누어 놓았습니까?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선조가 만들어 놓은 사회체계 때문에
서로를 경계하느라 가장 좋은 방법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늦었어요, 많이 늦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둘러야 합니다.
지난 10년 전쟁동안 사무치게 깨달은 것이지만
기술발전 어쩌고 떠들어봐야 우리는 그렇게 똑똑한 편이 못 됩니다.
마치 작은 섬 하나 때문에 세상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천만에요.
결국은 힘을 과시하고, 세력을 키워 이권을 얻으려다
전쟁을 키웠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항상 그래왔어요.
인류를 위기에 빠트린 처참한 전쟁이 수없이 반복되어왔음에도,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평화를 위해 모인 여기에서조차
또다시 서로를 비난하고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그 의심이 낳은 분열이야말로 우리를 멸망으로 인도하는 적입니다!
여러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문명을 계속 유지하고,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삶을 이어가려면
세계를 하나의 체제로 묶어야만 해요.
오직 그것만이 우리가 벌여놓은 과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유일한 방법?
지나가던 개가 다 웃겠군.
그럴 듯하게 꾸며대고는 발의를 통고시켜 또다시 우리를 부려먹겠지.
제국주의에 찌든 그 더러운 피는 제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질 않나봅니다.”
 
“그 피는 아주 더러웠지.
가축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었던 우리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는 넘어가더라도
우리와 상관없이 벌어진 빌어먹을 10년 전쟁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소.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로 내 몰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공들여 지켜왔던 우리 고유의 문화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국민들 대부분이... 빌어먹을!”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한 쟈말이 그만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고 말았다.
이미 곪아서 터져버린 상처였지만 또다시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없었으니까.
감정을 추스른 그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도시를 재정비 하고 재로 변한 농지를 다시 가꾸려니까 뭐? 검은 비?
무한 경쟁시대에 무기개발 한답시고 당신들이 싸지른 온갖 환경 파괴 문제에도,
당신네들이 쓰고 버린 쓰레기가 바다를 돌고 돌아 우리한테 까지 떠밀려왔을 때에도
우리가 목이 터져라 내지른 호소를 당신네들은 그저 귀찮은 잡소리쯤으로 여겼잖소.
이제와 우리가 뭘 어쩔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누굴 위하는 척 위선 그만 떨고 지금까지처럼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그냥 해요.
모든 평화의 기준을 여태 당신들이 정해왔었으니
지금까지처럼 무력으로 굴복시켜보라고.”
 
그가 한숨을 내 쉬며 분을 삭이고 있을 때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장식으로 놓아둔 커다란 지구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종교, 권력, 차별. 서로를 증오하게 만드는 슬프고, 또 역겨운 것들이지.
그러나 누구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여기 이걸 보세요.
장 말처럼 인간들이 언제부터 국경을 나누고 이념을 나누었다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이 속한 국가는 처음부터 이렇게 크지 않았어요.
처음엔 아주 작았죠.
그래서 이웃은 물론 가족끼리도 전쟁을 했어요.
지금에 비교하면 패싸움 같은 수준이었지만 잔인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오랜 역사를 샅샅이 밝혀내 누가 누구와 원수였는지 모두 알아낸다면
결코 한 국가 안에서 같은 민족이라 여기며 살수 없을 정도가 될걸요.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개인이 갖는 자긍심이나 애국심 따위는
교육을 빌미로 강압적으로 주입한 후에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허상일 뿐,
인류의 관점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오직 인간성과 협동심입니다.
모든 사회적 변화가 그렇듯 지금 당장이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저한 계획아래 잘 이끌어 나간다면
두 세대만 지나도 후손들은 단일화정책을 당연하게 수용할 겁니다.
그리고 먼 훗날 역사에 길이 남을 아주 값진 노력으로 비춰지겠죠.”
 
발언을 유심히 듣던 한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훌륭합니다. 매우 인상 깊게 들었어요. 맞습니다.
우리는 크던 작던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왔고,
나나 여기모인 모두 역시 그 역사의 선상에 서 있는 겁니다.
인류는 단 한순간도 전쟁을 멈춘 적이 없어요. 문화가 다르고,
이념이 다르니 그 편견 속에서 갈등이 생겨나고,
그렇게 쌓인 갈등이 폭발해 전쟁을 치르고 나면
그 잔인한 현실에 온 힘을 다해 평화를 외치지만
그 기억은 어느새 세월 속에 묻히고,
또다시 생겨난 갈등에 그렇게 전쟁을 반복해 치러 온 겁니다.
여기 모인 우리도 한때 잘못된 선택을 했었고,
그로인해 지금의 위기에 빠진 것은 유감입니다만
오히려 단일화를 이루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각 나라에 남아있는 군을 묶어 하나의 연방군으로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분쟁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또 비옥한 땅을 골라 검은 비를 피할 돔을 짓고
농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면 국민들도 우리를 신뢰할 테고,
그러면 관계도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내부적인 문제는 물론 외교적인 문제까지
눈치 싸움으로 인해 그동안 이루기 힘들었던 것들이
순차적으로 해결 되지 않겠어요?
멸망과 단일화의 기로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단일화를 선택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말은 참 쉽군요.
그런데 도대체 어디의 누가 그 단일화 체제를 이끌고 나갑니까?
그렇게 열심히 떠드는 걸 보니 당신이 그걸 하려는 거요.
내가 하는 건 어떨까.
모두가 그것을 하려고 달려들 것이고,
그러다 또 전쟁이나 하겠지.”
 
“네, 말처럼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 지경까지 와서 또다시 쉬운 길을 걸으려 하시는 겁니까.
우리 앞에 닥친 위기는 여기모인 우리의 잘못으로 인해 생겨났으며
그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습니다.
외면하려 들지 마세요.
이유야 어떻든 전쟁에 참여한 건 사실이니까.
만일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끊이지 않는 분쟁과 원인조차 알 수 없는
검은 비의 위협에 단일화고 뭐고 결국 모두 자멸하고 말겁니다.”
 
장장 72시간동안 쉬지 않고 회의를 이어간 끝에
결국 만장일치로 단일화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었다.
이로서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시간 공들여 계획한 루시퍼의 퍼즐조각이
모두 맞추어졌다.
각국의 대표들은 모두 지친 몸을 이끌고 단일화 추진을 공표하기 위해
각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자국민의 의견은 그 다음문제였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떠나는 대표단을 바라보는 루시퍼에게
의장이 다가와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결국 이날이 왔군요.”
 
“그토록 오랜 시간을 준비했건만 지나고 보니 참으로 금방이기도 하구나.”
 
“당신께서 진정으로 원하셨다면 이리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었을 텐데,
저들이 스스로 선택하기까지 노력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그것이 복수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한 거야.”
 
“과연, 내가 당신을 믿고 따름에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신조차 이루지 못한 것을 오늘 우리가 이루어냈으니 이제 그 결과를 지켜 보거라.”
 
복수를 위한 루시퍼의 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이때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던 남탄은 미카엘이 인도해준 어느 해안가 절벽 위에서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며 험난한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비록 1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신중하고, 또 민첩해졌다.
저 멀리 황금빛으로 물든 태양이 절벽 아래 포근하게 깔린 구름을 비추어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을 뽐내고 있음에도 남탄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훈련에 열중했다.
매서운 그의 눈매가 제법 악마사냥꾼다워 보였다.
수련의 성과일까.
극한의 정신집중 속에서도 등 뒤에서 전해진 바람의 작은 변화를 느낀 남탄이
재빨리 뒤돌아 창을 겨누자 그곳에 미카엘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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