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곳에 가기 싫어요
왜 저를 골랐어요..?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충분히 어필은 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저를 고른건 괜찮으니까 그렇게 한거죠?
몰라도 괜찮았던 거죠..?
저희 어차피 몇달 보고 말 사이니까..
여기가 교육기관은 아니잖아요
저 붙잡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알려주실껀 아니잖아요
하나하나 알려주셔도 정말로 처음부터 알려주셔야 돼요
언어를 배우는거에 비유하면 "a" 이렇게 생긴 글자를 "에이"라고 읽는 수준부터 알려주셔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은 제 선생님이 아니니까 그렇게 알려주시진 못할거에요..
기대치에 닿지 못할 사람이 가는 것 같아서,
자격없는 사람이 가는 것 같아서,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가는 것 같아서 위축돼요
혹시 제가 잠깐 갔던 그 길을 보고 저를 골랐나요?
그래도 그 길을 갔었으니 조금이라도 무언가는 알겠지 하고 골랐을까요?
그렇지만 저 정말로 정말로 하나도 몰라요..
그 길에 발을 올려놓았다가 그대로 뒤돌아서서 도망쳐버렸는걸요
저 "a" 라는 글자를 보고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먹먹해져서 도망쳤는걸요
도망쳤다고 썼던 것 같은데 혹시 그건 못보신걸까요
적혀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저를 고르는데 별다른 고민은 하지 않으셨잖아요
저 만나고 몇시간만에 결정하셨으니까요
그러면 아무나 괜찮은거죠..?
어떤 사람이던 아무나 상관없는거죠..?
부디 그런거길 바라요..
저는 여러분이 원하는 기대치를 절대로 충족시키지 못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