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아꼈다는 조선시대 문인 재상 윤회(尹淮)가 젊어 여행길에 올랐을 때 일이다. 여관 주인이 방이 여의치 않다 하여 뜰에 앉아 있었다. 주인의 아이가 진주(眞珠)를 갖고 놀다가 떨어뜨리자 곁에 있던 거위가 진주를 삼켜 버렸다. 주인은 윤회를 의심하여 묶어두고, 날이 밝으면 관아에 고발하기로 했다. 윤회는 "저 거위도 내 곁에 매어 두라"고 했다. 이튿날 아침, 거위 뒷구멍에서 진주가 나왔다. 주인이 "어제는 왜 말하지 않았소?" 묻자 윤회가 말했다. "어제 말했다면, 주인장은 필시 거위 배를 갈라 구슬을 찾았을 것 아니오." (이긍익 '연려실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