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낸지는 햇수로 15년. 이성으로 인식하게 된 건 5년 전부터.
구체화 되지 않은 감정이었기에 그냥 그렇게 지냈습니다. 가끔 만나서 밥 먹고 얘기하고...
그러다 그 친구가 어떤 사람과 잘 될 것 같다는 늬앙스의 말을 듣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니
밤에 막 잠도 안 오더군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몇날며칠 잠도 제대로 못자며 고민을 거듭하다가
찾아가서 고백했습니다. 상상도 못한 시츄에이션이었는지 무척 당황하며 고민하더니만 결국 거절하데요.
서로 알고지낸 시간이 길었기에, 제가 봐도 제 자신이 이성으로서 매력적이지 못한 인물인 걸 알고 있기에
거절당할 줄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겪고나니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이틀을 멍하니 보내다가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리고 전화해서 고백하기 이전의 관계로 지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언젠가 각자 결혼하면 소원해질 관계이긴 하지만 이렇게 소멸되는 건 너무 싫어서요. 제가 괜찮다면야 자신도
그러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물론 전과 같이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는 관계론 돌아가기 힘들거라는 걸 압니다.
깨진 그릇은 붙여봐도 흔적은 남으니까요. 그래도...이렇게라도 안 하면 못 견딜 것 같아서요.
부디 이 감정이 언젠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묻어둡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