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이터?”
정말 이번 사건의 범인에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탐정의 작명 센스를 불신하는 나도 이번만큼은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진짜 무릎을 치는 소리에 탐정의 허벅지 위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고양이 ‘오묘’가 깜짝 놀라 뛰어 올랐다.
얼마 전까지 씩씩하게 길거리를 활보하던 녀석은 금방 집고양이가 되어 버린 거 같다.
모니터를 향해 의자를 돌린 탐정은 키보드 키를 눌러 컴퓨터 본체를 켰다.
“범인 녀석은 내 컴퓨터를 몰래 켜 집필 중이던 소설을 찾아냈어.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짓을 하고 갔지……
바로 소설을 이어 쓰고 간 거야.”
고스트 라이터라고 이름 붙인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원치 않았던 고스트 라이터.
탐정의 인생 역작(?)이 될 소설을 감히 건드리고 가다니.
“탐정, 자네가 보기에 고스트 라이터의 필력은 어땠어?”
“그건 소설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네.
“그건 소설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네.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건 아무 의미 없는 글자들의 나열일 뿐이었지.”
탐정이 보여준 모니터 화면을 보고서야 나는 탐정의 말이 아주 정확한 사실임을 깨닫게 되었다.
화면 가득히 정말 알 수 없는 글자와 문자들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암호문 같기도 했는데,
뭔가 어떤 의미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탐정이 잔뜩 독이 오를 만했다.
“나는 이 글자들을 만들어낸 내 키보드의 자판들을 모두 검사해보고 아주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지.”
“혹시 범인의 지문이라도 나왔나?”
“아냐, 오히려 그 반대지.”
“반대?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내 키보드 자판에 잔뜩 찍혀 있던 내 지문들은 오히려 많이 지워져 있었네.
“혹시 범인의 지문이라도 나왔나?”
“아냐, 오히려 그 반대지.”
“반대?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내 키보드 자판에 잔뜩 찍혀 있던 내 지문들은 오히려 많이 지워져 있었네.
그 얘기는 이 범인 녀석이 장갑 따위를 끼고 키보드 자판을 썼다는 얘기가 아닐까.
장갑이 원래 있던 내 지문들을 자연스럽게 지워버린 거라고.”
그리고 탐정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는데, 나는 그때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요 며칠 창고 정리를 하느라 장갑을 자주 끼고 있었다는 것을.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탐정,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내 친구로서의 자네는 의심하지 않지만, 범인으로서의 자네는 의심할 만하다고 생각하네만.”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소설을 오랫동안 보고 싶어 했고, 키보드의 내 지문을 지울 수 있는 장갑을 지금도 끼고 있지 않은가.
“내 친구로서의 자네는 의심하지 않지만, 범인으로서의 자네는 의심할 만하다고 생각하네만.”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소설을 오랫동안 보고 싶어 했고, 키보드의 내 지문을 지울 수 있는 장갑을 지금도 끼고 있지 않은가.
이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있을까? 아니면 스스로 무죄를 증명해 보시든지.”
뭔가 잘못 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의 억울함을 풀 방법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