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무려 10년도 넘은 나의 대학 입학때였음
고삐리 물이 반도 안빠지고 순진하고 어리버리하던 나는 2박3일 신입생 환영회가 있는것도 모르다가 겨우 알아서 가게됨
아니 글쎄 환영회 이전에 1박OT가 있었고 이미 거기서 친해진 애들이 친목질하는 분위기였고
그때만해도 내성적이던 나는 첫날에는 진짜 끼기 힘들었음
첫날밤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고 다음날 겨우 일어나 움직이던 나는 희한한 양반을 보게 됨
키는 대략 168 정도 되어보였는데 무려 춤추는 대수사선의 주인공이 입는 야상을 입고 있었음
지금이야 유행 다 지난 야상이었지만 그때 그 비주얼은...
난 그때 수능끝나고 방학때 놀면서 춤추는 대수사선이 재밌다 그래서 봤다가 핵노잼이라고 욕만 했던 기억이 있는데
무려 주인공이 입고 있던 야상을 알아봤음 대체 구하기는 어디서 구한건지도 의문-_-;
안경끼고 깡마른데다 키도 작은데 구부정한 자세까지... 왜 그런 무리수를 뒀는지 모르겠음 ㅠ
알아보면 오덕 취급받을텐데 별 관심도 없었고 신기했지만 굳이 말을 걸고 싶지는 않았음
여튼 첫날밤의 성공적인 술자리로 다음날 방을 쓰는 사람들과 친해진 나는 자체 프로그램도 참가하면서 잘놀다
2번째날 술자리는 선배, 친구따라 이방저방 투어를 다니게 됨
그때 한번 다시 이 양반을 보게 됨
내가 선배라면 전혀 신경안썼겠지만 우리 선배들이 나같은 찐따도 데리고 다니면서 놀아줄 정도로 착한 양반들이라
놀러간 어느 방에서 합석하고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얘길하고 놀게 됨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만 있던 그 양반이 좀 궁금해서 슬쩍 떡밥을 던짐
이 코트는 뭐야? 특이한 스타일이네 하고 물어보니
주위 선배들도 야 그래 그거 뭐야? 첨봄! 이라고 맞장구를 침
그제서야 이 양반이 말문이 터졌는지 좋아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입고 다니던 거라고 설명하더니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드라마, 애니 얘기를 계속 함
내가 선배였다면 끊어버리고 다른 주제로 돌렸겠지만 그때 내 선배들은 역시나 착한 양반들이라 적당히 받아주면서 술을 먹이기 시작함
아마 다크사이드에 눌려서 아무도 상대안해주다가 신난 모양인지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아먹다가 대충 한병쯤 마시고 뻗어버림
그리고 난 선배들이랑 또 한명 보냈다고 낄낄대며 초원을 초토화한후 다른 초원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마냥
다른 방으로 가서 또 희생자를 내며 놀다가 마무리는 결국 모두 필름아웃으로 끝내며 환영회를 마무리함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한달쯤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됨
발표 수업이었고 개인과제였음
그때 과목과 발표 주제가 뭔지는 전혀 기억안남-_-;;;
근데 그 양반이 또 그 코트를 입고 발표를 하기 시작함... 아따 그 코트 징하게 입고 다니네
내용이 무슨 일본 애니 성우들이 대접을 받으면서 산업을 형성하고 있고 한국도 성우를 양성해야한다~ 라는 내용이었던거 같음
주제랑 좀 안맞는 내용이었던거 같은데 발표자가 너무나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발표를 하는거임
여자고 남자고 오타쿠라고 소근대고 있었음-_-; 누군지 아냐고 물어보니 아는 사람도 없음... ㅠ
그때 친했던 여자애가 옆에 있었는데 아 오타쿠 완전 눈치없다~ 싫음~ 이라고 말하는데 난 겜덕인거 절대 안들켜야지라고 다짐--;
그리고 그의 행방은 그 후로 알수없었다
이 정도가 내가 겪은 오덕인듯
고등학교때는 애니 모으는 애들도 있었는데 대학이후로는 못본거 같음
가장 친한 대학 선배 중에 전혀 안어울리게 무슨 겁나 유치한 일본 학생들이 나오는 애니를 보는 양반이 있었는데
그거 보다가 나한테 들키고 1년을 놀림받았음ㅋㅋㅋ
아니 차라리 야애니나 때려부시는걸 보라고 왜 이런 초등학생 관람가를 보고 있냐고 놀림
혼모노 얘기가 나와서 써봄... 그 양반 지금은 뭐하고 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