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우리는 한국어로써 의사소통이 자유로워 내가 올바로 쓰든 그렇지 않든 상대방이 적당히 알아듣기 때문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쓰고 있는지 모른다. 언어는 그 나라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내 보이는 좋은 거울이며, 그 겨레의 정신활동을 창조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가장 큰 무기 구실을 하는 중요한 문화 재산인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이 귀중한 문화재를 올바로 가꾸고 튼튼히 키워나가는데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그것은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문제부터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는 정신을 갖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이런 말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써왔는지 돌이켜 보자.
'다르다'와 '틀리다'
'다르다'는 같지 아니하다는 뜻이고, '틀리다'는 맞지 않음을 나타낸다.
[보기] 가을날 곱게 물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철수는 애처롭게 생각하는데 영희는 그 모습을 매우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철수와 영희가 서로 (다른/틀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르치다'와 '가리키다'
'가르치다'는 지식이나 기능 따위를 가지도록 알아듣게 설명하여 인도하고, 모르는 것을 알도록 일러 주는 것이며, '가리키다'는 말이나 동작으로(손가락 따위로) 무엇이 있는 곳을 알려 주는 것을 뜻한다.
[보기] 선생님께서는 내가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친절하게 (가르켜/가리켜/가르쳐) 주셨다. ▣
한글사랑 창간호(1991, 한글코드개정추진협의회)
"벌이다"와 "벌리다"
동사 "벌이다"와 "벌리다"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두 낱말은 동사라는 품사만 같을 뿐이고, 의미와 발음과 표기가 모두 다릅니다.
두 낱말의 발음은 각각 [버ː리다]와 [벌ː리다]로, 어찌 보면 많이 다릅니다. 시각적으로만 인식하려 하지 말고 입으로 소리를 내어 보면 그 차이를 금방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의미는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잘 살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 벌이다
①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
② 놀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리다.
③ 영업을 하려고 시설을 차리다.
④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다.
(2) 벌리다
① 두 사이를 넓히다.
② 우므러졌거나 닫힌 것을 펴서 열다.
③ 접힌 것을 펴서 뻗치다.
④ 속의 것을 드러내다.
의미 차이를 좀더 절실하게 느껴 보기 위하여 보기를 들어 봅니다.
(3)은 '벌이-'의 용례이고, (4)는 '벌리-'의 용례입니다.
(3)㉠ 그는 온갖 물건을 탁자 위에 벌여 놓기 시작하였다.
㉡ 우리는 어제도 술판을 벌였다.
㉢ 그가 벌이는 일은 번번이 실패했다.
㉣ 아버지께서 벌인 사업이 나날이 번창해 나갔다.
㉤ 사원들은 매일 논쟁을 벌여야 했다.
(4)㉠ 손가락을 더 벌려 보아라.
㉡ 모두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입을 벌렸다.
㉢ 새가 두 날개를 활짝 벌리는 것이었다.
㉣ 동태의 배를 갈라 벌린 다음에 속을 넣었다.
㉤ 두 다리를 45도 정도 벌려야 한다.
이것이 표준입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벌이-'를 써야 할 자리에 '벌리-'를 쓰는 일이 많습니다. "술판을 벌렸다."거나 "잔치를 벌렸다." 따위가 그런 잘못입니다. 위에서 보듯이 "벌리다"는 "넓히다, 펴다, 열다, 드러내다" 들과 통하는 점이 많습니다. 그러니 "벌이다"인지 "벌리다"인지 잘 변별되지 않을 때에는 그와 통하는 다른 낱말을 대체해 보면 됩니다.
그리고 '벌여, 벌였다, 벌이는, 벌인 벌여야' 따위는 발음도 [버려, 버렫다, 버리는 버린, 버려야]로 해야 합니다. 이들을 [벌려, 벌렫다, 벌린, 벌려야]로 발음하는 것 또한 표준이 아닙니다. 발음과 표기를 일치시키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다듬은' 이야기 한글 맞춤법(2004, 석필)
"왠지"와 "웬일"
평일 오후에 한 익살꾼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나도 간혹 그 방송을 접하곤 하는데, 아마 젊은이들 사이에 꽤 인기가 있나 보다. 그 중에 "오늘은 웬지~"라는 순서가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 순서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마뜩하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까닭은 바로 "오늘은 웬지~"라는 바로 이 순서 때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 방송 언어를 관찰해 보면 진행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전화 출연자들이 [웬지]라고 발음한다. 발음하는 것으로 볼 때에 표기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발음과 표기를 다 같이 왠지라고 해야 한다.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서 된 말이다. '누구+인지, 어디+인지, 언제+인지' 들이 줄어서 각각 "누군지, 어딘지, 언젠지"가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왠지"의 문맥적인 뜻은 "왜(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도가 될 것이다.
[왠]과 [웬]의 발음은 아주 비슷한데,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는 [왠]을 발음하기가 좀더 까다롭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왠]을 제대로 발음하려면 [웬]을 발음할 때보다 입을 좀더 벌려서 발음해야 한다. [왠]을 발음할 때의 입 벌림 정도는 [ㅐ]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
"웬"과 관련하여 기억해 두어야 할 사항을 알아 보자.
웬이란 낱말의 품사는 관형사이고, 그 뜻은 '어떠한', '어찌 된'이다. 왠과는 의미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품사가 관형사이므로 여러 명사 앞에 두루 쓰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띄어 써야 한다.
(1) 어제는 회사로 웬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2) 웬 차가 이렇게 많으니?
(3) 아니, 이게 웬 떡이야?
(4) 바로 그 자리에 웬 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
(5) 저 사람이 오늘 웬일이지?
그런데 (5)에서 보다시피, '웬+일'은 두 낱말이 붙어서 별도의 낱말(합성어), 곧 명사로 독립된 낱말이 된 경우이므로 붙여 쓴다. ▣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1997, 석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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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내용에 덧붙여서..
안되요 -> 안돼요
안됀다 -> 안된다
이건 정말 헷갈리기 쉬운데요.
확실한 구별법을 알려드릴게요.(저도 사사받았답니다^^;)
가운데의 '되'나 '돼'를 다른 말로 교체해서 써봅니다.
되의 경우는 '하'
돼의 경우는 '해'
이렇게 바꿔서 읽어보는겁니다.
1. 안되요 -> 안하요
2. 안돼요 -> 안해요
2번이 말이 되지요? 그래서 2번이 정답.
1. 안됀다 -> 안해다
2. 안된다 -> 안하다
2번이 말이 되기에, 2번이 정답.
1. 안되 -> 안하
2. 안돼 -> 안해
역시 2번이 정답. '안되요'랑 '안돼'는 충분히 헷갈릴 수 있지요.(맞춤법에 맞지만요.)
헷갈릴 땐 무조건 '하'나 '해'를 넣어보면 알 수 있답니다^^
말이 된다, 말이 됀다 <- 이것도 '하'나 '해'를 넣어보시면 됩니다.
말이 된다가 맞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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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 -> 오랜만
짖궂다 -> 짓궂다
비로서 -> 비로소
왠만큼 -> 웬만큼
바램 -> 바람
(여기서 바램은 색이 바랠때 쓰는 말. 뭔가를 소망할 땐 바람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은, 저도 '오랫만'으로 쓰다가 2년정도 전부터 고치게 되었습니다;
짓궂다의 경우, 지금도 헷갈릴때가 있답니다.T_T;
이 밖에는 당장 더 생각나는게 없는 듯...(갸웃)
아름다운 한글을 사랑합시닷!!!^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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