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식 번역판을 읽었다면 상/하권 다 합쳐도 3-4시간이면 끝날 분량이건만
이왕이면- 하는 생각에 원서로 읽고, 거기에 다른 일도 겹쳐서 시간이 거의 안 나다보니
하루에 3-40분 가량 외엔 읽을 시간도 없어서 상/하권 다 읽는데 진저리 나게 오래 걸렸네요;
아무튼 다 읽고 났으니 간단한 소감.
기존에 정식 번역본으로 읽었던 헛소리 시리즈에 비하면 캐릭터성은 훨씬 낫지만
이야기 자체는 더 못한 분위기.
바케모노는 캐릭터 있고 이야기가 그 뒤를 따라오는, 전형적인 캐릭터 소설의 분위기지만
헛소리 시리즈는 이야기가 있고 그 속에 캐릭터들이 있는 형태라고 생각되었거덩요.
이런 인물이 있는데 저러한 인물들 사이에 던져놓으면 이렇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쓴 듯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묻어나는 것 같아서리.
그리고 헛소리 시리즈 읽으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니시오 이신은 캐릭터들의 성격을
살려주는 대화 파트에는 강하지만 상황 묘사가 영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대체적으로 책을 읽고 있으면 해당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말하는지, 행동하는지가 그려지는데 바케모노는 해당 상황이 거의 그려지지 않아서
읽다가 앞부분 다시 찾아 읽거나 귀찮아서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헛소리 시리즈도 생각보다 상황 이해도가 높지 못했기에 전체적으로 2번 읽기도 했고.
책 다 읽고 애니메이션 보면서 '저 상황에선 저랬던가?' 하는 일도 많았네요.
가장 크게 느꼈던게 스루가 몽키에서 후반부의 교실 내에서의 상황 묘사.
게임스럽게 얘길 해보면 초당 120fps은 되야 될 것 같은데 책에선 초당 20fps 수준 밖에
안 되는, 그런 답답한 느낌에 해상도도 상당히 낮아 화면이 뿌옇게 잘 안 보이는 상황.
진짜 동영상이었다면 1.5배 재생 돌렸을 듯.
뭐, 이래저래 불만점도 있긴 하지만 니시오 이신의 스타일이 원래 이렇다는 건 헛소리 시리즈
때부터 알고 있었기 땜시 큰 의미 안 두고 적당히 캐릭터 소설로만 즐기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본다면 바케모노가타리는 레알 수준급.
요약하자면 이야기는 심플, 전개는 허허, 캐릭터는 갑.
암튼 이젠 사놓고 방치한 수십 권의 다른 책부터 해결해야겠네요.
사실 지금 젤 읽고 싶은건 러브크래프트 전집이지만 3, 4권이 나오기 전엔 안 보기로
결심을 한지라...-_ㅠ
덤으로 애니메이션 최대의 희생자는 역시나 칸바루 스루가.
SSS 급인 애를 B- 이하로 만들어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