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양치질을 하던 중에 거울을 보다가 문득 십수년 전에 죽은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건장한 남성이었고, 나는 그를 딱 한 번 봤을 뿐인 사이였다.
그를 만난 건 내가 이십대 초반 때의 일로, 한때 만화를 배우고자 해서 신세를 졌던 작가 형님의 작업실에서였다.
그는 그 작가 형님의 문하생이었고, 내가 화실에 놀러갔을 때 마침 화실 식구들과 위닝 일레븐을 즐기고 있었다.
그냥 인사나 하고 약속이 있어서 화실을 나왔는데, 그로부터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엔가... 만화 그리면서 친해진 형님이랑 만나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그 형님이 하시는 말씀이 그 문하생이 죽은 채로 자취방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강도라도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사인이 영양실조로 인해서 생긴 병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젊은 나이에 참 안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요즘 세상에 영양실조요?" 라고 형님께 물었다.
들어보니 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만화를 그리고자 혼자 알바하면서 자취를 했는데, 그러다보니 먹는 게 부실했다고 한다.
쫄쫄 굶는 생활이 이어지다가 어쩌다 뭔가를 먹을 기회가 생기면 양껏 먹고 하는 생활을 계속했다는 건데, 그러면서도 게임기와 게임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던 그 청년...
참 안타까운 죽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십년이 넘도록 그를 떠올려 본 적이 없는데, 어제는 무엇때문에 그가 갑자기 생각 났을까?
참으로 묘한 일이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문득 잠깐 사귀다 헤어진 보험회사 여자사람이 생각나서.....지나간 일기를 꺼내 보았네요....
역시 일기는 일기장에 쓴느게....^^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