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마 지금 자금 사정이 안 좋아서 하루 놀자고 한국 들어올 여유가 안 될낀데..."
라고 말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창동 거리를 거닐고 있는데,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모여있는 가게가 보였다.
새로 오픈한 집인가 싶어서 친구녀석들이랑 구경하러 갔는데, 블핑 로제의 사인회가 열리고 있었다.
아니 서울도 아니고 부산도 아니고 마산 촌구석에서!?
놀란 마음에 계속 보고 있으니 로제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그러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는데, 일본에 사는 친구가 양손 가득 선물 보따리를 들고 머리띠에는 로제를 응원하는 문구 같은 게 적혀있는 채로 나타난 게 아닌가!?
"아, 맞다 점마 저거 로제 좋아했지..." 싶어서 인사를 하고는 "니 로제 보러 일부러 비행기 값 들여서 여까지 왔드나?" 라고 물었더만 그렇댄다(사실 그 친구는 그 정도로 열렬한 팬은 아니다).
밤에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말하고는 헤어졌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비를 맞지 않으려고 두 팔로 머리 위를 감싸고 집으로 향해 가는데, 현재 사는 집이 아니라, 내가 국딩 시절에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간단한 전자제품 가게를 겸한 레코드샵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길 한 가운데에서 시커먼 물체 둘과 마주쳤는데, 어미와 새끼로 보이는 멧돼지였다.
그들과 한참 눈이 마주치고, 겁이 난 나는 아버지의 옛 가게가 보이길래 바로 뛰어들어갔다.
가게 안 인테리어는 아버지가 가게를 하셨을 당시의 그대로였고, 어머니께서 소파에 앉은 채 티비를 보고 계셨다.
"아버지는예?"
"잠깐 밖에 볼일 보러 나갔다"
"가게서 혼자 뭐합니꺼. 손님도 없는데 셔터 내릴까예?"
"그래라"
그래서 난 셔터를 내리려고 가게 문 앞으로 갔는데, 그 멧돼지 모자(부자)가 가게 앞에 비를 맞으며 떡 하니 서있는 게 아닌가.
녀석들이 가게로 들어오려는 눈치라 나는 어머니를 불러서 같이 가게 문을 막기로 했다.
몇번인가 머리로 가게 문을 밀어보더니 이내 포기한 듯 녀석들은 가게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더 멀리 가면 바로 셔터를 내리고 문을 잠궈야겠다 싶어서 잠깐 문을 열고 고개를 빼고 옆 골목을 살펴보니 골목 한 가운데에는 아까 그 멧돼지 모자 이외에도 호랑이 한 마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눈치를 살살 보다가 셔터를 내리는데 갑자기 멧돼지 어미가 달려오는 게 아닌가.
어머니와 나는 셔터를 내리다 말고 재빨리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문으로 다시 막아보려는데 문이 덜컹하고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서 계속 떨어져버린 문을 붙들고 멧돼지를 막고있는데, 내 쪽으로 향한 그 멧돼지의 머리 한 가운데에는 잘린 뿔의 흔적이 있었다.
그 순간에도 멧돼지 이마에 뿔이 있었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 하다가 잠에서 깼다.
한동안 개꿈은 안 꾸다가 최근 몇일 사이에 희안한 꿈을 많이 꾸게 되는데 이거 무슨 꿈인지 아는 분 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