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2004년 작『스팀보이(STEAM BOY)』를 봤습니다.
모에화 일변도에 빠져버린 일본 애니메이션에 염증을 느껴버렸달까... 특정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풀 메탈 패닉 TSR』이후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끊고 살았던지라 일본에서 신작 애니메이션 소식이 들려와도 그저 무덤덤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래도 7~80년대 활약했던 애니메이터 분들이 신작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또 달라지게 되고마는지라, 이『스팀보이』라는 작품도 국내 개봉이 확정되었을 때 극장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나, 막상 개봉하고나니 살기 바빠서 보러가지 못 했었더랬죠.
몇해전인가 케이블에서 방영해줬을 때 마지막 부분만을 살짝 보기도 했습니다만, 딱히 비디오샵에 가서 비디오로 빌려보려하지도(그 무렵엔 이미 사장세였던지라 동네 비디오샵 구경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었죠), 막상 DVD가 출시되어도 바로 구입하거나 하진 않았더랬습니다. 그러다 작년쯤엔가 블루레이판이 정식 발매되면서 드디어 구입하긴했지만, 묵혀두다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잡설이 길었네요. 최곱니다. 이미 11년 전 작품이긴 하지만, 역시 거장은 거장! 작화 퀄리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감독님의 출세작인『AKIRA』보다 재미도 있습니다(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판 기준).
스즈키 안이나 코니시 마나미의 연기도 좋았고(코니시 마나미는 이 작품이 첫 성우작이라더군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증기기기들의 디자인도 좋았더랬습니다.
음악도 좋았어요. 다만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을 엔딩 크레딧에서 스틸컷으로만 보여준건 좀 아쉬웠습니다. 덕분에 길고 긴 엔딩 크레딧을 다 보긴했네요(성우 출연진 중에 박로미 씨도 보이던데, 극중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2000년대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중흥기였던 80년대 테이스트를 잔뜩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전 이 애니 정말정말 좋아해서 설정집이랑 콘티집, 플스2용 게임까지도 샀습니다.
제가 스팀펑크 스타일을 좋아하는데다 거대병기도 좋아하는데,
이 애니는 스핌펑크 스타일 증기기관 거대병기로 전투하는 소재가 많이 등장하니
정말 보는내내 몸에 전율이 일어나더군요.
작화도 정말 뛰어나고, 스토리가 단순하고 진부하지만 이 진부한 스토리가
오히려 거대병기의 매력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화소재나 스토리가 매니악해서 그런지 흥행을 못해서 아쉬웠던 작품ㅠ
아 그런데 저말고 이 애니가 최고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菊池桃子님이 처음이네요ㅎㅎ
저랑 애니 취향이 비슷하신 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