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전 쯤에 따로 살고 있던 동생에게 새턴을 빌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땐 아직 새턴이 플레이 스테이션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동생이 부산 집으로 돌아오면서 빌려갔던 새턴을 가져왔는데, 그때 동생이 집에서 재미있게 하고 있던 게임이 바로 요『YU-NO ~この世の果てで?を唄う少女~(YU-NO ~이 세상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였습니다.
당시엔 미소녀가 잔뜩 나오는 연애 시뮬레이션 같은건가 싶어서 옆에서 지켜보던 전 동생 녀석을 한심하게 여기며 한 소리 했더랬죠.
뭐, 미연시는 여전히 꺼리는 쟝르 중 하나이긴 합니다.
동생 녀석이 군대를 가게 되고, 다니던 화실도 그만두고 홀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작업을 해나가고 있던 어느날, 갖고있던 게임은 거의 클리어했던지라 심심하던 찰나에 눈에 들어온게 바로 요녀석이었죠.
그냥 할 것도 없는데 한번 해보자... 싶어서 플레이를 시작.
당시엔 아직 일본어를 히라가나, 카타카나와 한자를 몇자 읽을 줄 아는 정도였던지라 동생 녀석이 어디선가 구해놓은 공략집과 루트 표를 보면서 플레이를 시작, 서너시간 정도 꾹 참고 플레이하다 보니, 왠걸... 스토리 진행이 꽤 재미난거예요.
아마 이 게임이 없었더라면, 전 평생 이런 형식의 어드벤쳐 게임의 재미를 모르고 살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끄럽게도 당시엔 카피 CD로 플레이했었는데, 몇년전에 일본에 사는 동생을 통해 꽤 양품을 중고로 구할 수 있었네요.
요번에 리메이크 소식이 떴는데, 부디 제대로 나와주길 은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