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케 타카시 감독, 야쿠쇼 코지, 야마다 타카유키, 이세야 유스케 주연의 영화『13인의 자객(十三人の刺客)』(2010)입니다. 쿠도 에이이치 감독의 1963년 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예요.
이 영화, 기존의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영화를 생각하고 보시면 의외로 멀쩡한 내용이라는 사실에 놀라실 분도 계실겁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기 20년 전쯤으로, 아카시 번의 영주로, 현 쇼군의 동생이자 양자인 마츠다이라 나리츠구(이나가키 고로 분)의 기행을 보다 못 한 바쿠후의 로츄 도이 토시츠라(히라 미키지로 분)가 오오메츠케(감찰관) 시마다 신자에몬(야쿠쇼 코지 분)에게 나리츠구 토벌을 의뢰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쇼군의 동생이자 양자인 나리츠구 토벌 임무를 맡는 것에 꺼림칙해 하는 신자에몬이 과중한 세금 탓에 농민봉기를 일으켰다가 주모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양쪽 손발이 잘리고 혀까지 뽑힌 한 여성을 보고난 뒤 마음을 고쳐먹게 되죠. 위에서 의외로 멀쩡한 영화라 말은 했지만, 사실 이 여성과 신자에몬이 대면하는 장면이 어찌 보면 가장 미이케 타카시 다운 기이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 의뢰를 받아들인 신자에몬이 임무를 위해 신분을 박탈당하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자신과 뜻을 함께할 동료들을 모으는 것이 이 영화의 전반부 이야기입니다(어찌보면 지루할 수도 있으나, 의외로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자신을 포함해 12명의 동료를 모아 나리츠구의 행렬이 지나갈 곳을 연구해 오치아이라는 여관 마을에서 치기로 계획한 신자에몬은 오치아이로 가는 길에 산도적인 코야타라는 청년을 구해주게 되고, 이 청년이 가세하게 되면서 전부 13명의 작은 군대가 만들어집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중반부터 마지막까지 약 4~50분 가량 펼쳐지는 전투 장면으로, 오치아이라는 여관 마을을 통째로 사들여 나리츠구의 행렬과 맞싸우기 위해 마을을 요새로 개조, 애초 70명 정도라 예상했던 나리츠구 행렬이 200명 이상 모였을 때, 주인공 일행 13명이 이들과 싸우는 장면들은 처절함 그 자체입니다.
전국시대의 전쟁의 양상을 축소한 느낌의 전투씬으로, 이 전투씬은 초반의 그 지루할 수도 있는 전개에 대한 보상인 마냥 느껴질 정도로 만듦새가 좋습니다.
특정 부분에서는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7인의 사무라이』가 생각나게끔 하는 장면도 있어,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도 있을거예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이긴 하나, 중간에 딱 한번 웃음 포인트가 있습니다(아마 유게이라면 좋아할만한 장면일지도). 소수의 병력이 다수의 병력을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치뤘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꽤 잘 묘사되어 있는 것 같아서,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출연진들이 아주 빵빵한데, 배우들 연기력 보는 재미도 영화를 보는 데에 일조해줍니다. 이나가키 고로의 정신 나간 연기도 좋고, 야쿠쇼 코지나 야마다 타카유키의 연기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게 극중에서 주인공 신자에몬의 참모역인 쿠라나가 역을 맡은 마츠오카 히로키 씨의 연기였네요.
재밌는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감독의 챈으로서 재밌게 봤었는데, 다시 한 번 돌려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