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케 타카시 감독, 이치카와 에비조, 에이타, 야쿠쇼 코지, 미츠시마 히카리 주연의 영화『一命(いちめい) ~HARA-KIRI: 사무라이의 죽음』입니다.
타키구치 야스히코의 소설『이문 로닌기(異聞浪人記)』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62년에 만들어진 코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영화 이후, 두번째로 영화화된 작품입니다.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온 시대, 주인을 잃은 로닌들이 거짓으로 할복하겠다 하며 높으신 양반네 집을 찾아가면, 일이 귀찮게 될 것을 염려한 영주들은 돈을 주거나 관직을 주거나 하는 일명「쿄겐셋푸쿠(狂言切腹)」가 유행하던 중에, 명문 이이 가문의 에도 저택에 츠구모 한시로라는 초로의 무사가 나타나 할복을 신청하고, 이이 가문의 가로인 사이토 카게유가 한시로에게 어느 젊은이의 할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목만 보면 무슨 사무라이의 할복에 대한 뽕빨미화물로 착각할 수 있으나, 영화를 보다보면 오히려 그 반대로, 영화 전반에 당시 사회상과 사무라이들이 내세우는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합니다.
특히 마지막 난투 장면에서 쓰러진 이이 나오마사의 붉은 갑옷을 앞에 두고 반쯤 넋이 나가있는 이이 가문의 가신들과 한시로를 미친놈이라 매도하는 카게유에게 한시로가 내뱉은 대사가 정말 걸작입니다. 이치카와 에비조 특유의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내뱉는 그 말들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 영화치고는 정말 정말 멀쩡합니다. 아마 그가 감독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멀쩡한 영화라 봐도 무방할 듯 해요.
참고로, 블루레이의 경우 일반 버전과 3D 버전을 선택해서 감상할 수 있는데, 일본 시대극 중에서는 최초로 제작된 3D 영화라고 하네요.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았기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려 귀도 즐거운 그런 영화입니다.
덧붙여, 츠구모 한시로의 딸인 미호 역할을 맡은 미츠시마 히카리는 폴더5 시절에 비해 정말 예쁘게 성장했더군요.오랜만에 한때 좋아했던 아이돌 유닛의 멤버를 봐서 뜻밖의 즐거움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