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2장 -푸른 과실(果?)의 성숙(成熟)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의 궤적
◇「?い果?(푸른 과실)」이 되는 행복
~ 모모에의 「본질(本質)」을 열네살의 모모에에게서 봤다고 이야기한 것은, 사카이 마사토시(酒井政利) 프로듀서이다. 그는, 데뷔 인사로 CBS 소니 롯폰기(六本木) 스튜딩에 매니저인 오다(小田)라는 남성을 따라 찾아온 모모에를 보며 아연실색하여 잠시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만큼 눈 앞에 있는 열네살 소녀의 모습은 이쪽의 기를 죽이는 것이었다. 여학생풍의 스트레이트 머리에는 펌을 해 부풀려 귀를 가렸다. 덤으로 의상이 대단했다. 커다란 꽃무늬의 롱 드레스. 마치 어딘가의 아파트 단지의 아줌마가 파티인지 뭔지에 온 것 같은 스타일이다.(『不可解な天使たち』)
하지만 이 스타일에는 그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오다 매니저는 사카이에게 「이 아이에게는 점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모모에에게 「모모에, 잠깐만 돌아볼래?」라고 말하자,
그녀는 시키는대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스르륵, 긴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렸다. (중략) 그저 아무말 않은 채 시키는대로 하는 모습은, 어딘가 애처롭기도 했다. 그리고, 다소 당황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왼쪽 다리 무릎 위에 붉은 꽃잎을 붙여놓은 듯한 멍자욱이 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꽃잎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마치 밤열차 창문에 비춘 그림자처럼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때 오로지 허공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고 있던 그녀의 눈빛이다. 검은 광채가 그늘진 화살을 쏟아내고 있었다. (중략)
마치 비누냄새가 날 것 같은 청결한 소녀가 자그마한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두었을 신체의 비밀조차 남들이 보는 앞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왜 뛰어든걸까? (중략)
어찌됐든, 무릎 위의 붉은 멍 때문에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라는 소녀 안에 있는 일종의 대단함이라고 해야할만한 것을 엿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그녀의 「본질」이라 해야할 것이다. 그 광경을 떠올릴 때마다 그렇게 느낀다.(『不可解な天使たち』)
1973년 9월에 발매된 2번째 싱글 「?い果?(푸른 과실)」에는, 모모에의 이런 「본질」이 스트레이트하게 표현되어 있다.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중학생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노래를 아무렇지 않게 불러, 어른을 쩔쩔매게할 법한 신체적 비밀을, 오로지 허공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던 눈빛으로 노래하는... 「푸른 성(?い性)」 노선의 개시였다. 작사를 맡은 센케 카즈야(千家和也)는 사카이 마사토시가 보여준 타이틀을 통해, 사카이의 의향을 그자리에서 파악, 단 한마디 「알겠어요」로 응답했다 한다.
「?い果?」
あなたが望むなら
(그대가 원한다면)
私、何をされてもいいわ
(나는 무슨짓을 당해도 괜찮아요)
いけない娘だと?されてもいい
(발랑 까진 여자애라 소문나도 괜찮아요)
?した時に?の隅で
(사랑을 할 때 몸 구석구석에서)
別の私が眼を?ますの
(또 다른 내가 눈을 뜨는걸요)
大きな胸に抱きとめられて
(커다란 가슴에 안겨서)
きれいな?こぼすのよ
(예쁜 눈물을 흘려요)
側に居れば側に居れば
(곁에 있다면, 곁에 있다면)
誰も恐らくない
(누구도 두렵지 않아요)
이 이후에도, 처음 세줄의 가사가 두번 반복된다.
이 푸른 성을 노래한 곡은, 모모에의 지극히 일본적인 용모와 둔중한 체형, 나른한 리듬감, 그리고 왁 하고 놀랄 정도의 청결감과 맞물려 19만장을 팔아치우게 된다.
이 두번째 싱글로 모모에는 사쿠라다 쥰코(?田淳子), 모리 마사코(森昌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하지만 모모에 자신은, 열네살 여름이 가까워졌을 무렵, 소속사에서 「이번에 부르게될 곡이야」라며 건내받은 하얀 종이에 쓰여져 있던,
「그대가 원한다면 나는 무슨짓을 당해도 괜찮아요」
이라는 노래의 시작 부분을 읽고 충격에 의욕을 잃고 말았다고 쓰고 있다.
「이런 가사를 부르란말인가요?」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입으로 내뱉지 않았어도 마음은 완전히 거부하고 있었다.
모두와 다르게 보이게 된다면... 어린 공포심과 방어본능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蒼い時』)
하지만, 스튜디오에 홀로 틀어박혀 헤드폰을 통해 곡의 반주가 흘러나왔고, 멜로디를 타고 노래하던 중에 그녀의 망설임은 사라져버렸다. 모모에는 「푸른 과실」이라는 노래가 너무도 좋아져버렸다... 고 쓰고 있다.
가사를 한번 보고는 「싫어...」라고 느끼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스튜디오에 들어가버린 모모에의... 그 일순간의 공포심과 방어본능을 지워버린 것은,
「나의 망설임 따윈, 비지니스 시스템 안에서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해」(『蒼い時』)
라는 포기와 결론이었다. 모모에는 평범한 여자아이라면 「싫어!」라며 소리쳤어야하는 부분에서, 침묵을 선택한 여자아이였다.
일찍이, 망설임 없이 긴 드레스 자락을 스르륵 올리며 아무말 없었던 모모에 안에, 대단함이라고 해야할 법한 그녀의 「본질」을 봤다고 이야기한 사카이 마사토시가 말했던 것은 이것이었다.
그만큼 손쉽게 자신의 공포심과 방어본능... 그리고 망설임을 버리고, 비지니스라는 시스템과 동화(同化)되어버리고 자신을 무화(無化)시켜버린 소녀의... 허공을 바라보던 눈빛 속에는, 밤열차 창문에 붙여둔 붉은 꽃잎처럼, 자신을 무화시킨 시스템에 대한 원념(怨念)을 검은 광채를 띄며 영구(永久)히 허공에 매달아 버린 것이다.
자신을 무화시키는 것이 특기인 아이는, 앗 하는 사이에 과실(果?)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아이는 과실로 비유되었다. 원래 미숙(未熟)이라는 말은, 과실을 형용할 때의 표현이다.
여자아이는 출산이라는 생물로서의 기능 때문에, 식물을 메타포(metaphor)로서 이야기되기 쉽다.
여자아이가 과일이라면, 남자아이는 짐승이다. 야수처럼 거친탓에 아직 성숙(成熟)하지 않은 과실을 탐하는 난폭한 의식 - 그때, 「여성은 자신이 욕망의 대상이라 여겨지는대로 따라가게 되어 있으며, 그 정도에 따라 욕망을 품는다」(Moustapha Safouan).
사춘기(思春期)라는 것은, 「아동기 적의 신체가 그 의미도 효용도 확실하지 않은 신체적 변화와 분명치 않은 심리적 변화에 따라, 미래로 방향을 바꾸는 시기」(나카이 히사오)를 말하는데, 모모에에게 있어서는 그저 그럴만한 사춘기(「としごろ」)는 철저하지 못했던 것이다.
「푸른 과실」에는, 현재의 신체적 변화가 가진 의미도 효용도 예리하게 자각해버린 열네살 소녀의... 대단한 자기무화(自己無化)로... 라는 의지가 있었다.
과실을 덮친 짐승이 소녀에게 있어서의 시스템이라면, 나는 짐승에게 이 몸을 넘겨줘도 좋아. 다만, 내가 강하게 욕망의 대상이 되면 될수록, <사랑받는> 특권을 부여해야할 것이다... 라고 믿었다.
시키는대로 드레스 자락을 올린 것, 공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가사를 받았으면서도 아무말 않고 홀로 스튜디오에 틀어박혔던 것, 그리고 원한다면 당신의 욕망에 눈 질끈 감고 몸을 맡겨버리는 것 - 열네살의 모모에는 <몸을 맡겨버리는 것>... 즉, 양도하는 것에서부터 살아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몸을 맡기는 것을 결정하는 건 나다, 나에게는 이 정도의 욕망을 품게한 시스템과 동화하여, 자신을 무화시키는 것이 내가 쟁취한 사랑의 증명이라 믿고 있다.
키워드는 언제나 <사랑(愛)>이다.
「푸른 과실」 노선은, 세번째 싱글 「禁じられた遊び(금지된 장난)」, 네번째 싱글인 「春風のいたずら(봄바람의 장난)」으로 이어졌고, 1974년 6월 1일에 발매한 다섯번째 싱글 「ひと夏の??(어느 여름날의 경험)」으로 절정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