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이모가 셋 있습니다.
나이차가 꽤 많이 나는 큰 이모는 둘째치고, 둘째 이모는 저와 아홉살 차이, 막내 이모는 저와 겨우 세살 차이인지라, 제게 있어선 큰 누나, 작은 누나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어요.
이 노랜 제가 열한살 때 나온 곡인데, 그 무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 때문에 마산에 있던 저희 집에서 같이 살았던 둘째 이모가 어느날 퇴근하고 와서는 숙제를 하고 있던 제게 "이 노래 한번 들어볼래?" 하면서 직접 불러줬던 게 이 노래였죠.
작년 연말에 다시 창원으로 이사를 오고 저랑 동갑인 막내삼촌, 둘째 이모와 함께 장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다시 이모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스무살의 꽃다운 처녀가 아닌 군대 간 아들,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간 예쁜 딸을 둔 아줌마가 되어버렸지만, 둘째 이모를 볼 때면 이 노래를 불러주던 그때 생각이 가끔 나곤해요.
언젠가 이모께 "이모 예전에 이지연 참 좋아했었제?"하고 물었더니, "뭐라하노? 난 항상 구창모 오빠 팬이었데이!" 이러시는 게 아닙니까. 옆에서 들으시던 어머니도 거드십니다. "느그 이모는 어릴 때부터 구창모만 좋아했다. 그래서 느그 아부지 레코드 가게했을 때, 외갓집에 갈 때마다 이모한테 구창모 레코드 가져다주고 그랬다이가"
이모께 제가 어릴적에 이지연 노래 불러줬던거 생각 안 나냐니까 그런적 없다고 딱 잡아 떼시는데... 창피해 하시는 게 마치 그 옛날 이모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랬었네요.
언젠가 가게에 식사를 하러 온 손님 중에 구창모랑 비슷하게 생긴 분이 오셨길래 옆에 있던 이모께 "이모 저 아저씨 구창모 안 닮았나?" 했다가 등짝 스매싱 당한 적도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