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章 야규 일족(柳生一族)의 허(虚)와 실(実)
◎ 센고쿠(戦国) 야규(柳生) 씨의 출생
~ 아오니요시(青丹よし: 나라를 수식하는 마쿠라고토바) 나라(奈良)에 수도가 있었던 나라 분지(奈良盆地)는 쿤나카(国中: 나라의 중심)라고도 불리운다. 야규(柳生) 씨는, 그 동쪽에 펼쳐진 야마토 고원(大和高原: 히가시산츄)에서 발흥(勃興)한 씨족이다.
헤이안시대(平安時代)에 칸파쿠(関白)인 후지와라노요리미치(藤原頼道)는 우지가미(氏神)인 카스가 타이샤(春日大社)에 야마토고원의 네 개 고을을 기부했다. 즉, 오오야규(大柳生: 나라 시 오오야규 쵸), 사카하라(坂原: 사카하라 쵸), 오우치(邑地: 오오지 쵸), 코야규(小柳生: 야규 쵸와 야규시모 쵸), 이 네 개 고을... 이른바「칸베시칸고(神戸四箇郷)」인데, 이들 중 코야규(옛 명칭은 小楊生라 쓰고 코야규라 읽었다)의 장원(荘園)의 관리자... 즉, 쇼칸(荘官)을 배명(拝命)한 이가 야규 씨였다.
장원의 연공(年貢)을 거두거나 치안 유지를 대행하는 쇼칸(게스라고도 한다)은, 카스가 타이샤와 코후쿠지(興福寺: 법상종)의 장원이 있는「사사왕국(社寺王国)」야마토에서는, 승병(僧兵: 슈토)을 고용하고 있던 코후쿠지 세력이 강대해졌기 때문에, 무사단의 발생이 다른 지역에 비해 뒤쳐졌었다. 무사의 발흥은 헤이안시대 말기라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야마토에 있어서는,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무로마치 말기, 야마토에서 가장 빨리 무사단을 형성한 대표적인 씨족은 츠츠이(筒井) 씨다.
코후쿠지의 승병 신분에서 입신한 츠츠이 쥰쇼(筒井順昭)가 통괄한 무사단은 야마토에서 세력을 확대하였으며, 센고쿠시대(戦国時代) 말기에는 쥰쇼의 아들인 요슌보 쥰케이(陽舜坊順慶)가 이 나라를 거의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즉, 히요리미(日和見: 보통은 날씨를 살핀다는 의미이나, 상황만을 살피다 거취를 결정하지 않음을 의미)를 의미하는「호라가 고개(洞ヶ峠)」의 어원이 된 당사자이다.
야규 씨는 츠츠이 씨와 마찬가지로 야마토에서 무사화한「지자무라이(地侍)」에서 난세에 이르러 쇼묘(小名)가 된 씨족으로, 센고쿠시대 말기 때의 가문의 당주가 다름 아닌 세키슈사이(石舟斎)... 즉, 야규 무네요시(柳生宗厳)였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대두할 무렵, 야마토 땅도 무장들의 쟁탈전의 표적이 된다. 그 전투 구도는, 하극상(下克上)이라는 풍조 속에서 어지럽게 변화해 갔다.
주군인 칸레이(管領) 호소카와 하루모토(細川晴元)를 멸망시키고, 쇼군(将軍)인 아시카가 요시테루(足利義輝)를 봉재(奉戴)하여 쿄(京)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미요시 나가요시(三好長慶)는, 킨키(近畿) 일원에서 패권을 확립하기 위해 야망을 드러냈으며, 현재 그것을 달성하긴 했지만, 그동안에는 앞서 말한 츠츠이 쥰쇼의 항전이 있었다.
나가요시가 죽은 뒤에는, 그의 신하라는 입장에서 대두하여 아시카가 요시테루를 자살케 하고 야마토에서 강권을 휘두른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에게 이번에는 츠츠이 쥰케이가 반항하였고, 나가요시의 가로(家老)인「미요시 삼인방(三好三人衆)」을 말려들게 하면서 전투가 차례차례 펼쳐지고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의 위협이 늘어나자, 마츠나가 히사히데는 교묘한 유영술(遊泳術)을 유감 없이 발휘하여 노부나가를 등에 업고 츠츠이 씨를 압도하는가 했더니, 결국에는 등졌다가 노부나가에게 멸망당했다.
변천하는 야마토의 세력 투쟁에, 야규 씨는 세키슈사이의 부친인 이에요시(家厳) 때부터 농락당하며 살아남기 위해 권력자에게 종속, 혹은 이반(離反)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菊池桃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