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인닌(隠忍)의 일족 -야규 세키슈사이(柳生石舟斎)와 센고쿠(戦国)
◎ 세키슈사이(石舟斎)의 병법(兵法)
~ 여기서, 야규 세키슈사이(柳生石舟斎)에게 전해진 신카게류(新陰流:「야규 신카게류」라고도 칭한다)란 무엇인가... 라는 것에 대해 다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센고쿠시대(戦国時代)라는 난세에 부침이 심했던 수많은 씨족들 중에서「야규 일족(柳生一族)」이 역사 속에서 이채로움을 띄게 되는 기반이, 이 병법(兵法)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특색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와리 토쿠가와(尾張徳川) 가문에서 전해져 현대로 계승되고 있는 이 유의(流儀)의 선대(21대) 사범인 야규 노부하루(柳生延春: 토시미치) 씨의 저서『柳生新陰流道眼(야규 신카게류 도안)』(島津書房刊)을 읽어 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래에 소개한 기술은 가장 단적인 해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카게류의 특색은, 센고쿠시대 말기의 여러 유파가 일반적으로 본원(本源)으로 삼고있던... 전장에서의 갑주 무사 검술(甲冑武者剣術)... 즉, 카이샤 검술 도법(介者剣術刀法)인 리아이(理合)를 철저하게 혁신하여, 인성(人性)에 자연과 자유, 활발한 검술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카미이즈미(上泉: 카미이즈미 이세노카미 히데츠나) 선생님은 키리아이(截相)의 본질은 켄(懸), 타이(待), 효(表), 리(裡)에 있다고 인식하여, 적의 움직임에 따라 무리하지 않게 전변(転変)하여 이기는 도법,『활인검(活人剣)』을 발휘하는 것을 본래의 취지로 한다」
「적의 움직임에 따라 전변하는 모양새는, 마치 동그란 구슬이 반상(盤上) 위에서 굴러다는 것과 같으며, 또, 원석(円石)이 천길 낭떠러지를 낙하하는 천연자연의 이치에 맞춘 자세(勢位)를『마루바시(転)』라 하며, 당류(当流)의 도법의 본원으로 삼는다」
「介」는「요로우(よろう)」라고도 읽는다. 센고쿠시대의 검술은 갑주를 입고 검을 나누는(신카게류에서는 이를「截相」라는 글자로 표기한다) 데에 있어서의 그것이기에, 한마디로 말하자면, 여력(膂力)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적을 때려 눕히는 방법이 그 도법이라 여겨진다. 개조(開祖)인 카미이즈미 이세노카미(上泉伊勢守)는 난세를 살아간 사람이었지만, 이를 개혁하여 적의 공방(懸待)과 카케히키(虚実: 表裏 혹은 表裡)라는 움직임에 대응하여, 심신(心身)에 자연스런 움직임, 자유자재로 펄펄 날아다니는 움직임을 발휘하여 승리를 거머쥐는 도법을 발명한 것이다.
그야말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그리고 선견지명이 담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쉽게 말하자면 현명한 검도가 신카게류 병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검도란 일방적으로 적을 압도해서 이기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적과 나의 상대적인 관계...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성립된다... 라는 이러한 병법관(兵法観)의 근저에 있는 것은, 선(禅)이라는 사상(思想)에서 온 것이라 한다.
카미이즈미 이세노카미는, 선에 깊히 통달한 무장이었다. 그가 세키슈사이에게 준 전서『影目録(카게모쿠로쿠)』의「엔비노마키(燕飛の巻)」에, 가령「牡丹花下睡猫児(모란 꽃 아래서 잠든 새끼 고양이)」라는 선어(禅語:『五家正宗賛』속에서 나오는 말)가 사용된다는 것이나, 이 유의의 대표적인 타치(太刀: 카타, 세법)인「일도양단(一刀両断)」이나「참정절철(斬釘截鉄)」같은 명칭이 선을 다룬 서적『碧巌録(벽암록)』에서 인용되어 있음을 보더라도, 그것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야규 세키슈사이 역시 선을 공부하였으며, 아들인 무네노리(宗矩)나 손자인 효고노스케 토시토시(兵庫介利厳: 오와리 야규의 선조)도, 고명한 선사(禅僧)에게서 사사받으면서, 이른바「검선일체(剣禅一体)」의 경지를 심화시켰다.
야규 가문에서 전해진 신카게류는, 개조인 카미이즈미 이세노카미가 설파한「지(事: 기법, 도법)」와「리(理: 철리와 이합)」을 본받아 가면서, 세키슈사이가 연구를 더욱 더 깊이 한 것이었다. 후년에 토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에게 피로한「무토노쿠라이(無刀の位)」도 그가 깨달음을 얻은 검의 경지였다. 또, 카미이즈미 이세노카미가 창시한 도법(刀法)을 좀 더 주도면밀하게 고안한 것도 세키슈사이였는데, 그런 독자적인 병법의 특색은, 만년인 케이쵸(慶長) 10년(1605)에 손자인 토시토시에게 직접 전해준『没茲味段口伝書(모츠지미슈단쿠덴노쇼)』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는 그 전부를 다룰 수 없지만, 딱 하나만 소개하자면「무카에(迎)」라는 검리(剣理)가 있다.
「세키슈사이 무네요시(石舟斎宗厳)는 당류의 특색인 활인검을 발휘하는 데에는, 이 "무카에(迎)"야 말로 키리아이에 있어서 당류의 마음가짐이며, 선선(先先)의 선(先)이 작용한다 강조하고 있다」(『柳生新陰流道眼』)
「무카에」라는 것은 그야말로 독특한 용어인데, 상대의 검을 환영한다... 라는 의미이다. 가령 적이 이쪽의 팔을 베려한다고 봤을 때, 이쪽은 자신의 팔을 적에게 내주는 척 하고는 적의 공격을 이끌어내어, 그 움직임에 대응해 이긴다는 것이다. 즉, 선수를 치는 궁극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활인검」은「지(事)」에 있어서는 이렇게 나타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세키슈사이의 병법을 아는 데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미 그 안의 두 수(首)를 인용한『兵法百首(헤이호햐쿠슈)』라는... 무도(武道)의 교가집(教歌集)일 것이다. 만년... 혹은 분로쿠(文禄) 2년(1593), 예순다섯살에 탁발하여 은거하기 전후에 만들어졌다 추정되는 그것은, 무엇보다, 병법과 인생의 관계에 눈을 돌린 그의「병법관」을 토로하며, 후대의 신카게류 사범들의 교훈으로 삼았다는 데에 있다.
센고쿠시대 야마토(大和)의 쟁란에 농락당하며, 일족의 보신과 발전을 꾀하며 고초를 겪어야했던 세키슈사이의 병법관은, 가령 다음과 같은 노래로 보여주고 있다.
【兵法を しりたるよしの 手柄だて しらぬにおとる せうしなりいけり】
(참 된 병법은 살아가며 입게 되는 상처를 바탕으로 한다는 의미)
【へいほうは きょうによらず 其人の すけるこころの たしなむにあり】
("좋아서 하는 것이야말로 잘 하게 된다"는 병법에도 해당한다는 의미)
【へいほうは けいこたんれん つねにして いろにいださでかくしつつしめ】
【兵法は かくしつつしむ 心より まさる極意は あらじとぞ思おう】
(이 두 수의 노래는 늘 단련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이며, 항상 겸허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실된 병법자가 갖춰야 할 자세임을 설파한다)
겨우 병법... 검술이 아니다. 이 길이 수신(修身), 처세(処世), 나아가서는 경세(経世)의 길과 비슷함을 읊은 노래를 다수 볼 수 있는『헤이호햐쿠슈』는, 병법가로서의 야규 가문의 가훈(家訓)이라고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