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2장 -사물에 관한 거짓과 진실
◎ 일본도(日本刀)는 근력(筋力)이 없는 아이나 노인이라도 휘두른다
~ 일본도(日本刀)를 다뤄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있어서,「일본도는 대단히 무거워서 평범한 남자라면 휘두르는 게 힘들다. 옛날 사무라이(侍)는 보디빌더 같은 기골장대한 남자 뿐이었을 것이다」라는 강고한 이미지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시대극 매니아나 시대극 전문 작가가 쓴 책에서 조차「일본도의 무게는 수킬로그램에서 10킬로그램 이상이나 되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이라면 도저히 휘두를 수 없다」라 쓰여있거나 한다.
내 중학생 시절의 이과 선생님도「일본도의 무게는 10킬로그램 이상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근력(筋力)을 단련해 왔기에 고도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믿고있을테지만, 무술 연구가로서 한 마디하자면 대단한 착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무술의 고도화된 기술은 여성이나 아이, 노인이라도 가능한 것이라서 섭씨 40도가 넘는 열기에 휘청거리든, 혼자 똑바로 서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는 상태든 간에 구사가 가능하다!
무도의 세계에서 유명한 일화로, 아이키도(合気道)의 전설적인 달인이라 일컬어지는 시오다 고조(塩田剛三: 초등학생 정도의 체구를 지녔다)가 도장을 견학하러 온 로버트 케네디(Robert F. Kennedy) 앞에서, 2m 정도의 거구인 요원을 간단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증거 영상이 남겨져 있다.
무술은 근력에 의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 두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먼저, 통상적인 사이즈의 카타나(刀)와 도신(刀身: 날 길이)이 2척 3촌 전후. 즉, 70cm 정도이며, 여기에 츠카(柄: 자루)가 24cm 정도가 된다. 칼집에 납도(納刀)된 상태에서의 총 길이는 대략 1m 정도다.
이 사이즈의 일본도라면 칼집에서 뺀 상태의 중량은 800~1100g 정도가 된다. 신폭(身幅), 두께가 커서 특별히 무거운 카타나라도 1300g 정도를 넘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사이즈의 카타나의 무게는 1kg 전후 정도 밖에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하고 있는 중량의 1/10 정도라 할 수 있다.
3척 이상의 긴 도신을 가진 오오다치(大太刀)일 경우에도 2~3kg 정도이며, 츠카가 도신과 비슷한 길이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사용자의 간격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 쥐고 사용하기 쉽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일본도를 만져본 사람은 대부분 예외없이「무겁다」고 느낄 것이다. 왜그런가 하면, 인간을 살상할 수 있는 기능을 감추고 있는 무기라는 공포심이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합금제로 된 베지 못 하는 모의검이라 속이고서 쥐어보게 할 경우,「어, 의외로 가볍네?」라는 감상을 말하는 사람도 몇명인가 있었다.
그런데,「진검이니까 주의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쥐게 하면, 대부분 긴장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쥐면서「무겁네요. 이렇게 무거운 것을 옛날 사람들이 휘둘렀다는겁니까? 현대인이라면 도무지 휘두를 수 없을꺼예요. 이렇게 무거운건... 10kg 정도 나갈려나?」라는 감상을 말하는 사람이 몇사람이나 있었다.
감각을 10배나 둔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점이 재미있다.
에도시대(江戸時代)의 규정으로는 대검의 경우 2척 3촌, 와키자시(脇差)는 1척 5촌(약 45cm)을 정규 사이즈로 정해두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 치수에 딱 맞춰 만들지는 못 했을 것이다.
군학자이자 무예십팔반(武芸十八般) 수련을 제창하고 있던 코부지츠요류(講武実用流)의 히라야마 코조(平山行蔵: 카츠 카이슈의 부친인 코키치나 검성으로 불리운 오다니 노부토모의 스승) 등은 4척에 가까운 오오다치의 칼집 끝에 도르래를 단 것을 허리에 차고 활보했다고 전해진다. 덩치가 작았던 코조가 차고다니면 칼집 끝이 지면에 닿아 질질 끌고다니는 모양새라 도르래를 장착했던 듯 하지만...
[자신의 키보다 약간 더 작은 검을 차고 다녔던 히라야마 코조]
막말(幕末)이 되면서 마을 도장에 쵸닌(町人)들이 다니게 되는 것도 당연해지게 되고, 도박꾼이 나가도스(長脇差)를 허리춤에 차고다니게 되었던 듯 하며, 무사 이외의 백성, 쵸닌도 와키자시를 차고다니는 것 정도는 용인되었다.
와키자시는 도신이 2척(약 60cm) 미만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도박꾼들이다 보니 규정을 지킬리도 만무해서 실제로는 2척 2촌 정도 길이의 카타나를 애용했다. 6cm 정도 더 긴거라면 보기에는 딱히 그 차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카타나는 한 자루 한 자루가 사철(砂鉄)을 천천히 녹여서 정련한 화강(和鋼)을 사용해서 겹겹이 접기와 쳐서 늘리기를 반복하며 단련해 만든다. 녹여 낸 철을 형틀에 부어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똑같은 품질로 만들 수 없다.
같은 길이, 같은 무게의 카타나여도 쥐어 보면 느끼는 중량은 다르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걸까?
그것은, 카타나의 코시라에(拵え: 만듦새. 츠카와 사야)나, 소리(反り: 휨)의 깊이, 도신의 형태 등에 따라 중심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손잡이의 중심이 무거운 카타나는 가볍게 느껴지며, 끝이 무거운 카타나는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일본의 무술 연구를 위해서는 일본도를 깊히 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예산이 허락하는 선에서 카타나를 수집하고 있으며, 타메시기리(試し斬り) 등도 실천해 보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절약을 위해 코시라에가 붙어있지 않은 녹슬고 오래 된 카타나의 도신 만을 구입한다거나 한다. 이것을 간단하게 연마한다거나 코시라에를 자작하거나 하고 있다.
절약 때문에 하기 시작했지만, 부차적으로 카타나의 성질이나 기능을 연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특히 츠카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쥘 때의 무게에 대한 감촉이 달라지는 것도 발견했다.
대범하게 말하자면, 두꺼운 츠카일수록 가볍게 느껴지고 얇게 만들면 무겁게 느껴진다. 또, 츠카를 쥐는 방법을 바꾸는 것에 의해서도 무게에 대한 감각은 달라진다. 깊히 베는 데에는 도신에 무게를 실을 필요가 있으며, 재빠르게 다루는 데에는 자신의 체간(体幹)과 일체화시키 듯 쥐며, 허리 회전을 이용해서 칼끝의 스피드를 올리는 게 비결이다.
어찌됐든, 검체일치(剣体一致)의 신법(身法)을 사용하는 게 일본 검술의 기본이자 극의(極意)이며, 표면적으로 근육을 비대화시킬 만큼의 훈련은 신체의 중심 밸런스를 무너뜨릴 뿐이며, 마이너스로 작용되고만다.
팔은 동체와 카타나를 이어줄 뿐이며, 카타나의 기동력을 좌우하는 것은 동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