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2장 -사물에 관한 거짓과 진실
◎ 시대극에 나오는 사카테기리(逆手斬り)는 현실에서 가능하다
~ 일본도(日本刀)로 타메시기리(試し斬り)를 하는 사람이라도「TV나 영화 시대극에서 나오는, 카타나(刀)를 거꾸로 쥐고 베는 일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라는 사람이 많은 듯 하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한걸까? 나는 쭉 의문이 들었다.「일본도는 벨 수 있게 만들어졌는데, 거꾸로 쥐는 것 정도로 벨 수 없는걸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아이키도(合気道) 입문 서적 제작에 작가로 참가하면서 알게 된 이후 때때로 만나서 무술 담화를 나눴던 아이키도 선생님으로부터「카타나는 하스지(刃筋: 검도 등에서 죽도를 휘둘러서 칠 때까지의 날끝의 궤도를 의미)만 맞으면 벨 수 있는 거예요」라며, 타메시기리의 비결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군... 하스지만 맞으면 벨 수 있는 거군. 그럼, 거꾸로 쥐더라도 벨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연습해 보았다. 그러자 처음부터 깔끔하게 베어버렸다. 오른손으로 거꾸로 쥐고 오른쪽 옆구리 아래에서 좌상 방향으로 사선을 그리며 베어 올렸더니 싹뚝 하고 마키와라(巻き藁)가 잘려나간 것이다.
그후에 우상 방향에서 좌하 방향으로 케사기리(袈裟斬り: 가사 베기)를 하는 요령으로도 시도해보았는데, 이 역시 성공했다.
역시, 하스지가 바로 지나갈 수 있게 주의하기만 한다면, 쥐는 방법과는 무관하게 베인다... 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사카테기리(逆手斬り: 역수 베기)는 한 손으로 베는 게 전제이기 때문에, 참격력(斬撃力)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와키자시(脇差)로 시도해 보자, 칼로 치는 합이 맞지 않아서 절반 정도 밖에 베지 못 했던 경우도 있었다.
사카테기리에는 소리(反り: 휨)가 얕거나, 소리가 아예 없는... 혹은 구르카 나이프(gurkha knife) 같은 휨이 안쪽으로 나있는 검 쪽이 베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서 소리가 없는 검을 입수해서 시도해 봤는데, 역시나 생각했던대로 사카테기리가 훨씬 쉬웠다.
다만 이 검은 2척 4촌(약 73cm)으로 약간 길기 때문에 한 손으로 다루기에는 너무 길어서 꽤 무게가 느껴지는 게 난점이다.
스스로 실험 검증해 보고「사카테기리는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긴 했지만, 고류 검술(古流剣術)에도 사카테기리라는 기술이 존재했던 게 아니었을까?
텐신쇼덴 카토리신토류(天真正伝香取神道流)의 발도술(抜刀術) 중에는「사카누키노타치(逆抜きの太刀)」라는 기술이 있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쥐고 뽑아서 왼쪽 어깨 위 위치에서 바꿔쥐고 내려 치는 기술이지 거꾸로 쥐고 베는 기술이 아니다.
「역시 없었나?」라며 포기하고 있었더니, 있었다! 타이샤류(タイ捨流)의 발도술은 뒤에서 갑자기 벨 때에 뒤돌아 봄과 동시에 케사기리 처럼 사선 아래 방향으로 베었다가 그대로 8자를 그리듯 검을 붕붕 휘두르면서 뒤로 도약하여 납도(納刀)하는 「갸쿠아쿠(逆握)」라는 기술이 있다.
이미지대로 화려하고 준열(峻烈)한 기술이다. 너무나도 멋진 기술이라 꽤 흉내를 내가며 연습해 봤다. 그 이외에 엔신류(圓心流)나 텐신쇼지겐류(天真正自源流), 쿠키신덴류(九鬼神伝流), 신토무넨류(神道無念流)에도 거꾸로 검을 쥐고 쓰는 기술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해외에서 실전적인 무술로서 주목받고있는 필리핀 무술의 양날 대거 나이프술(dagger knife術)은 거꾸로 쥐는 게 일반적인 듯 하다. 이소룡(李少龍)의 제자였던 댄 이노산토(Daniel Inosanto)에 의해 확산되었다. 덧붙이자면, 이소룡의 쌍절곤 기법은 댄 이노산토가 가르쳐 준 필리핀의 기술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대거 나이프술은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를 경유하여 전해졌으며, 유효성을 인정한 군의 특수부대 대원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으며, 군용 택티컬 나이프(tactical knife)는 거꾸로 쥐고 사용하는 게 주류가 되어있다.
원래 나이프를 거꾸로 쥐는 것 자체는 암살에 맞춰 숨기고 다니던 시칠리안 마피아의 테크닉으로서 알려져 있었던 듯 하다. 나이프자루를 거꾸로 쥐고 자연스레 아래로 내리면, 날 부분은 전완(前腕)에 가려져 상대가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맨손으로 보여 무기는 갖고 있지 않은 것 처럼 여기게 해 두고 방심한 상대의 급소를 찔러버리는 식이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투술은 상대를 속이는 술법이라는 말에 납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