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2장 -사물에 관한 거짓과 진실
◎ 날아오는 화살을 검으로 베어선 안 된다
~ 영상화된 시대극 작품 안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카타나(刀)로 하나 둘 쳐내는 장면이 있다.
화살의 궤도를 피해서 베어내는 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정면에서 베거나 하면 절단된 화살의 촉은 그대로 날아와 퍽 하고 자신의 몸에 박혀버릴 것이다.
실제로 옛날에 연무(演武)에서 그걸 하다가 화살촉이 박혀버린 사람이 있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도신(刀身)에는 날 부분과 반대측인 미네(峰: 칼등) 부분이 있는데, 측면에 내달고 있는 시노기(鎬: 날과 칼등 사이의 살짝 불룩한 부분)라 불리우는 부분이 있다. 일본도의 방어는 이 시노기 부분을 사용한다.
잇토류(一刀流)의「키리오토시(切り落とし)」나, 야규 신카게류(柳生新陰流)의「갓시(合掌)」라는 기술은 공격해 오는 적의 움직임에 맞춰 아주 약간 늦게 적의 도신에 비비듯이 베어버리는 것으로, 이쪽의 카타나의 시노기에 적의 카타나가 튕겨나가면서 궤도가 빗나가버리게 되며, 이쪽의 카타나는 그대로 적을 베어버리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기술이다.
잇토류가 발군의 강함을 자랑한 것도 이 극의(極意)의 기술이 있었기 때문으로,「잇토류는 키리오토시로 시작해서 키리오토시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시한다.
일설에 따르면, 야규 신카게류의 갓시는 이 키리오토시 기술의 원리를 채용한 것이라고도 한다. 이 두 유파로부터는 무적이라 불리우는 유파가 몇개나 분파되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키리오토시나 갓시와 비슷한 기술이 다수의 유파에서 전해지게 되었다.
시노기의 효용을 숙지한 옛날의 무술가는 다양한 무기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서 응용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날아오는 화살에 대한 대책이다.
날아오는 화살을 쳐서 떨어트릴 때는, 도신을 횡으로 눞히듯 해서 이 시노기 부분으로 쳐서 화살을 눌러 꺾는다는 느낌으로 쳐서 떨어트린다.
두동강으로 절단하면 화살촉에 남은 운동에너지의 관성이 그대로 작용해 계속 날아오기 때문에 날아든 촉에 찔려버리고 만다. 그래서 화살 전체에 작용하고 있는 운동에너지를, 화살의 몸통을 때려서 눌러 꺾어버리는 것으로 소멸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꺾이면서 く자처럼 꺾인 화살은 그대로 인력(引力)을 따라 밑으로 떨어지는 식이다.
그 외에는, 마니와넨류(馬庭念流)의 비전(秘伝) 중에「야토메노쥬츠(矢留めの術)」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엉거주춤하게 서서 도신을 옆으로 향하게 해서 안면 앞에 세우는 자세를 잡는다.
이렇게 해 두면, 가장 위험한 신체의 정중앙선은 지켜낼 수 있다는...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비전인데, 도신 옆에서 빈틈을 보이도록 하여, 맞을 것 같으면 카타나를 비틀어서 쳐서 날리는 듯 하다.
이 역시 잘못하다간 역으로 상처를 입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연무회에서 실연하다 상처를 입은 사범도 있었던 듯 하다. 화살 끝에 담보(担保)를 달아두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마에 불룩하고 빨갛게 혹이 나버린 듯 했다.
하지만, 야토메노쥬츠는 실제로 사용되었던 기술일 것이다. 오래된 카타나의 도신에 촉이 박힌 듯 한 구멍이 있는 경우도 가끔 보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박혔다기 보다는, 의도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쪽이 자연스럽다.
화살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는 센고쿠시대(戦国時代)의 호로(母衣)가 유명하다. 기마무사의 등에 커다란 풍선 같은 것이 묘사된 그림이 있는데, 그게 바로 호로다.
이는 무엇때문에 장착시켰는지 아직은 알 수 없어서 그저 단순한 장식인가 하고 여겨지고 있는 듯 하지만, 에어쿠션 같은 원리로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내었으리라 추측되고 있다.
화살이나 슈리켄(手裏剣)을 하오리(羽織)로 쳐서 떨어트리는 기술도 있다. 얼마나 유효한지는 알 수 없지만, 다소 위력을 죽이는 효과는 있지 않았을까 하고 여겨진다.
텟센쥬츠(鉄扇術)에도 그러한 경량의 투척 무기를 쳐서 떨어트리는 사용법이 구전되고 있는데, 이는 부채를 펴서 부채질하듯 쳐서 떨어트린다.
부채에 붙이는 종이에 흑칠을 해서 강화해 둔다는 비전도 전해지고 있는데, 이건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실험해 보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의 유효성이 있는지는 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