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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하야세 미사 -하얀 추억 #08 (1) 2017/10/04 PM 11:46

하얀 스케치 #03 下

~ 계절은 알 수 있을 정도로 바뀌어갔다. 나무들의 싹이 솟아 올랐고, 시냇물 소리도 부드러워져 갔다. 그리고, 벚꽃이 지던 중, 미사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라이버 역시 사관학교 제 2과정을 수료하면서 정식으로 소위로 임명되었다.

 하야세 저택 문 앞에 서있던 그는 너무나도 멋졌다. 제대로 예복을 차려 입고서 경례를 하는 그의 모습에, 미사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라이버 플루링, 덕분에 소위로 임명받았습니다!」


 하야세 타카시도 위엄있는 표정으로 답례한다. 그것은 군대. 미사가 끼어들 수 없는 세계. 그녀의 눈 앞에 있는 라이버가 어딘가 달라져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그가 경례를 하고 있는 동안 만이었다. 그가 손을 내렸을 때, 거기에 있는 것은 역시나 평소와 같은 라이버였다. 다만 군복을 입었는가, 아닌가의 차이였다. 나는 군복을 입으면 이렇게 보일 수도 있어...


「라이버, 잠깐...」

「왜?」


 라이버는 몸을 숙이고 그녀의 입가에 귀를 갖다 댔다. 그녀는 살며시 그의 뺨에 키스를 했다. 첫키스였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대담했다. 


「축하해요. 군복이 너무 잘 어울려요」

「고마워. 미사도 2학년이 된 걸 축하해」

「고마워요. 나도 언젠가 그런 군복을 입어보고 싶어요」

「여자아이가 이런 옷을 입고 싶어하면 안 돼. 아차, 이런 이야기는 남녀차별을 반대하시는 하야세 준장님 앞에서 하면 안되는데!!」


 네 사람은 웃었다. 웃음으로 얼버무렸지만, 그것이 라이버의 본심이었을 것이다. 그는 여성이 총을 쥐고 싸우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미사는 제복에 대한 동경을 버릴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라이버는 같은 선로의 5년 앞을 달리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쫓아가려고 하루를 노력하면, 그도 하루 먼저 앞으로 나아가버린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따라잡으려 한다.

 하지만, 라이버가 달리는 선로가 분기점에 가까워져 있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가 달리고 있는 선로는 분기점에서 미사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향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려는 곳의 끝은... 그 끝은...

 시간은 흘러가고, 운명은 흘러간다. 사람은 그 흐름에 농락당할 뿐...

 벚꽃은 꽃이 지고 어린 잎이 난 벚나무가 되었고, 자양화는 장마로 인해 변색이 된 여름. 숨막힐 듯한 대기가 간드러지게 피어오르는, 생명의 내음을 충만시켜주고 있다. 나무 아래를 걷는 사람들 어깨로 사방에서 요란한 매미의 울음 소리가 쏟아진다. 밤이 되면 하늘에 뱀의 독니처럼 예리한 초승달이 떠오른다. 

 그날도 딱 그런 더운 날이었다. 미사는 신쥬쿠 교엔으로 불려나갔다. 

 귀를 아프게 할 뿐인 매미소리. 그 틈을 강한 햇살이 파고들었다. 미사는 챙이 넓은 모자를 손에 들고 나무 그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라이버가 선물해준 푸른색 옷이었다. 

 숲 속은 숨막힐 듯한 풀숲의 훗훗한 열기와, 연못에서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올 것 같은 더위였다. 미사는 여름을 좋아했기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거기다 그날은 습도가 낮은 편이라 나무 그늘에 있으면 약간 상쾌하기까지 했다. 양지에서는 후끈한 바람도, 여기에서는 그저 지나갈 뿐.


「누구게?」


 갑작스레 누군가의 손이 미사의 눈을 가렸다. 상대가 라이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가 한 행동치고는 유치했다.


「라이버죠?」

「정답」

 

 그녀는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라이버가 서있었다. 언제나처럼 밝은 표정을 한 라이버가... 조용한 성격인 그로서는 무리라 여겨질 정도로 밝았다.

 두 사람은 잠시동안 평상시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라이버도 언젠가부터 누이동생 같은 미사에게는 말을 놓게 되었다. 그녀는 설마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라이버는 이야기를 하나씩 하게 되었다.


「전부터 화성에 가고 싶다고 말했었지?」

「어? 으응」


 미사는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실은말야, 오늘 그것을 인가받았어. 나는 화성으로 갈거야」


 미사 안에서 뭔가가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매미의 울음 소리도, 아이들의 함성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화성으로 갈거야」「나는 화성으로 갈거야」「나는 화성으로...」 라이버의 마지막 말이 그녀의 마음 속에서 메아리 쳤다. 자기가 지금 서있는지 어떤지도 몰랐다. 그녀 안에서 또 다른 그녀가 말했다.


「그... 그래. 그거 잘됐네요. 나도 기뻐요」


 또 다른 그녀는 동요를 숨기려 필사적이다. 아아...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기뻐해줘서. 갑작스레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미사에게 미움을 받지 않을까 긴장했어」

「설마... 라이버의 꿈이 이뤄진건데 기뻐해야죠」


 라이버 따윈 싫어졌어. 너무 미워. 너무 미워...


「내가 낸 신청서가 인가를 받게된 데에는, 미사의 아버님의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야」


 어쩌면 이 순간이, 아버지를 원망한 최초의 순간이리라.


「나중에 제대로 인사하러 가겠지만, 내가 감사하고 있다고 전해주길 바라」


 그의 말이 미사의 머리 위를 허무하게 스쳐갔다.

 라이버는 푸른 여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부터는 화성에 사람들이 이주하게 될거야. 나는 한발 먼저 가는거구」

「나도 군인이 되어 화성에 갈래요」

「그래. 기다릴게」


 라이버는 웃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미사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군인이 되려는 결심을 한 것이다. 화성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군인이 되는 것이다. 그의 뒤를 쫓아 군인이 된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벌써 이런 시간인가...」


 그는 시계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수속이라던가 이런저런 일이 있어 조금 바빠. 밤에 인사도 할겸 집에 들릴게」


 미사는 눈을 찡그리며 입술을 비쭉 내밀었다. 라이버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뺨에 키스를 했다.


「그럼...」


 미사는 시간이 멈추길 기도했다. 


「아...」


 시간은 삐걱거리며 그 흐름을 완화시켰다.


「ㄴ...」


 아아... 가지말아줘 라이버... 라고, 백만번 외쳐봤자 소용없다고 하신다면, 저는 몇백만번이라도 외치겠어요.


「ㄴ...」


 거짓말이죠. 거짓말이라 말해줘요. 부탁이니... 그의 뒤를 쫓아 화성으로 가기 위해, 군인이 될게요.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ㅕ...」


 그저 그것 뿐인가요? 단지 이정도로 우린 헤어져야 하는건가요? 하나님, 마지막 순간이 영원히 오지 않게...

 하지만, 신은 잔혹했다.


「ㅇ...」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며 그 마지막 소리가 나와버렸을 때, 무리하게 그 움직임을 늦추려 했던 톱니바퀴가 튕겨나가 버렸다. 막아서고 있었던 시간은 분류(奔流)가 되어 미사의 주변을 흘러갔다. 그녀는 마치 급류에 내던져진 조약돌처럼 휩쓸려갔다. 아연실색한 채, 그저 흘러가는대로...  

 매미 울음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속을 라이버는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미사는 마치 자동인형이 된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

 쓰르라미가 울기 시작했다.

 구슬프게... 구슬프게... 구슬프게... 구슬프게...

 미사는 첫사랑이 끝났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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