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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하야세 미사 -하얀 추억 #09 (0) 2017/10/06 AM 07:15

하얀 편지 #01

 

 친애하는 미사에게...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잘 지내.

 3개월간의 오랜 항해를 거쳐 겨우 화성에 도착했어. 말이 3개월이지, 결코 즐거운 시간은 아니었어. 좁은 배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3개월간이나 함께 지내다보면 많든 적든 이상해지게 되어있거든. 때문에 화성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은 컸어. 화성은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죽음의 세계야. 하루종일 모래폭풍이 불고 있어. 그 모래 폭풍 속에는 바위에 매달린 듯 인류의 작은 요새가 있어.

 내가 맡은 일은 주로 관측임무야. 저기압이나 고기압의 이동을 관측해서 모래 폭풍 예보에 한몫하고 있지. 하지만, 지구에서의 일기 예보 방식을 거의 사용할 수 없어서 불편해. 화성의 일기 예상 방식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기 때문이야. 그외에 천체 관측도 하고 있어. 공기도 적고, 남아 도는 빛도 없기 때문에 별이 놀라울 정도로 확실하게 보여. 당직을 서는 날에 모두가 잠이 들면 망원경을 지구로 향하게 하고서 바라보고 있어. 지구는 푸르게 빛나는 우주의 보석 같아.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잡힐 것 같은데, 3개월 이상이나 걸리는 넓은 우주가 가로막고 있어. 대기와 물이 풍부한... 태양계에서는 유일하게 생명체가 번영한 별. 그리고, 유일하게 전쟁을 하는 별... 화성에 있다보면 그런 것이 다 슬퍼보여. 

 기지 안에서의 생활은 단조로운 데다 규칙이 엄해. 모두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고, 정해진 시간대로 임무에 임하고, 정해진 시간대로 잠들어. 지구의 정세가 꼴보기 싫어 화성까지 왔는데,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없으면 괴로워져. 그리고, 자신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놀라게 돼. 모두들 시간을 때울 방법을 이것 저것 찾아보고 있어. 책을 몇번이고 되풀이 해서 읽는 녀석, 게임을 하는 녀석, 옆방의 헨리 -이 녀석은 반응로 기술자- 는 보틀 쉽을 만드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 나는 화성의 대지를 보며 시를 쓰고 있어. 

 그럼, 여기서 내가 쓴 이상한 시를 보내줄게(주의: 상당히 이상하니 웃지말아줘)


 적막한 공간과 황량한 대지 만이 펼쳐진다

 대지는 아득히 먼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피로 붉게

 하늘은 그 슬픔으로 자주빛으로 물든다


 사람으로 가득한 도로

 활기를 띄고 있는 가게

 왁자지껄 떠들썩한 소리들이 들리는 주점

 행복이 가득한 집

 하지만

 이젠 아무도 없다

 사람들의 마음마저 사라질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바람의 정령만이 긴머리칼을 휘날리며 달려간다

 그럴 때마다

 풍화되어버렸어야할 사람의 마음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소리를 낸다


 태곳적 도시 위를

 완전히 썩어버린 기둥 사이를

 그 소리가 공허하게 울려퍼진다



 이야기가 이상해져버렸는데, 극관 기지에서는 히트 플레이트 준비를 하고 있어. 히트 플레이트에서 극관의 얼음을 녹여서 화성 전체의 기상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거야. 그렇다고는 해도, 인간이 살 수 있게 되기까지는 백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테지만. 이 극관 기지 요원은 교대제로 3개월에 한번 정도 당직을 맡게 되. 아직 나는 당직을 맡은 적이 없지만, 다녀온 녀석의 말로는 상당히 괴로운 작업이었던 듯 해. 거기다 상당히 추운가봐. 그래도 나는 현재 탐욕적으로 화성에 대한 지식을 흡수하고 있어. 아마 극관 기지에서의 작업도 즐거울 거라는 느낌이 들어.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현재 오전 2시야. 이제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나 했더니만... 내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야 하거든.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있어. 화성의 대지에 대한 것, 바람에 관한 것, 친구들에 관한 것, 등등... 그래도 내일을 위해 슬슬 펜을 놓을게.

 잘 자라는 키스를 편지와 함께 보낼게.


P.S: 별편으로 화성의 모래를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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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가 오늘 도착했어요. 집으로 돌아왔더니 책상 위에서 저를 기다려줬어요.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예요. 신천지에 도착해 기뻐하고 있을 라이버의 마음이 편지를 통해 잘 전해지는 느낌이예요.

 여기는 벌써 11월이라 바람이 차가와졌어요. 라이버가 선물해준 옷은 이젠 추워서 입을 수 없네요.

 라이버가 떠난 그날부터, 저는 군대에 들어갈 결심을 했어요.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어요(저는 어머니를 울린 나쁜 딸이예요).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어요.

 나중에 들은 바로는, 아버지는 저를 군대에 넣으실 생각이 없으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저는 아직 열세살이예요!!)만이 우수한 군인이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현재 군대 안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겠죠? 때문에, 여전히 여성 사관에 대한 비난이 강하기에, 부모님이 말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닐거예요. 부모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거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힘낼거예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한번 입에 담은 이상 뒤로 물러서는 일은 없을거예요(고집불통이라고도 하죠). 반드시 부모님을 설득해서 군대에 들어가보일게요. 

 이야기가 이상해졌지만, 편지에 써준 시는 꽤 멋지다 생각했어요. 전혀 우습지 않았어요. 화성의 대지는 그 시에서 표현한 것 처럼 멋진가요? 만약 그러하다면 저도 화성에 가보고 싶어요. 라고 생각해서 더욱 더 군대에 들어가고 싶어지네요. 

 당신이 없어서 그런지 매일매일이 쓸쓸해요. 정확히 작년 여름인가, 아버지께서 남아타리아 섬으로 가신 듯 한 기분이 들어요. 당신에게서 받은 선물이나,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그리워져요.

 편지를 받아서 흥분한 탓인지, 아무래도 이 이상은 쓰기가 힘들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래요. 편지는 매일 써서 보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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