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편지 #05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네가, 군사비용 증대 같은 것에 흥미를 갖기 시작해서 놀랐어. 약간 연상인 사람들과 생활한다는 게 네게 있어서는 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어.
요즘 통합군에 대한 비난이 강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어. 하나는 「우주인의 위협」이라는 의식이 희박해졌기 때문일꺼야. ASS-1의 추락은 당시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어. 전함 한 대가 무려 지구를 반쯤 괴멸시킬 법한 전투력을 갖춘 우주인이 있음을 알게되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로부터 5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시간이 지났어. 목구멍만 넘어가면 뜨거움을 잊는다(원문은 喉元過ぎれば熱さを忘れる. 어려울 때 남에게 받은 은혜라도 형편이 나아지면 그 은혜를 잊는다는 의미: 역자주)는 속담대로, 모두들 5년전의 충격을 잊고있는 거야. 때문에 언제 공격이 올지, 정말로 공격해 올지도 모르는 우주인 때문에, 세금을 내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거야.
거기다, ASS-1(지금은 SDF-1이라 부른다지?)의 오버테크놀러지를 민간인들에게 감추고 있는 군도 나쁘다면 나빠.
어? 누군가 오고있어. 여기서 이만 줄일께...
하이, 처음 뵙겠어요. 헨리 콜튼이예요. 당신에 대한 것은 항상 라이버를 통해 듣고 있어요. 잘 부탁해요!
미안, 미안. 옆방의 헨리가 찾아왔어. 네게 편지를 쓰고있다 말했더니, 자신에게도 쓰게해달라고 하는거야. 모처럼 편지 내용이 진지해지려 하는데, 엉뚱한 방해꾼이 들어왔어. 이 편지도 전송하기 전에 그가 쓴 문장이 삭제되지 않게 마지막까지 지켜볼 것 같아. 이럴 땐 정말 곤란해.
그래도, 기분 나빠하지 말아줘. 헨리는 좋은 친구야. 다음 편지를 쓸 때에 그와 내가 준비한 멋진 선물을 동봉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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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나 싶었더니 러시아에서는 대폭동이 일어났어요. 2005년은 엄청난 소동으로 시작되었네요.
남아타리아 섬 역시 어쩐지 수상쩍은 상황이예요. 아버지도 오늘 남아타리아 섬 방위를 위해 출항하셨어요. 저도 특별 허가를 받아서 배웅해드리러 갔었어요. 가뜩이나 슬픈 헤어짐인데, 어쩌면 죽어버릴지도 모르는(재수 없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인걸요) 군인을 배웅하는 건 괴로운 일이예요.
사관 후보생이 되면서부터 한층 더 각오를 다졌지만, 역시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어머니는 십년이나 더 늙어버리신 것 처럼 보여요.
제 1차 남아타리아 섬 방위전 때는 매일매일이 힘들고 쓸쓸했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매일 힘든 훈련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저 어머니와 함께 있어줄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해요.
SDF-1 건조 프로젝트는 이성인과 싸우기 위함이라기보다도, 지구 통합의 상징이 되어있어요. 때문에, 반통합군들이 노리고 있을테죠.
어째서 그런 게 남아타리아 섬에 떨어진걸까요? 좀 더 남쪽으로 떨어졌다면, 극동지부가 아닌 오스트리아지부 관할이 되었을터인데... 그랬었다면 아버지도 격전지를 전전하시지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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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라이버, 그리고 헨리 씨. 두 사람이 보내 준 선물이 오늘 도착했어요.
너무나 멋진 선물이예요. 마즈 크리스탈(火星水晶)로 만든 보틀 쉽을 가질 수 있다니... 세상에서... 아니, 전 우주에서도 이런 사람은 나뿐이겠죠?
이런걸 열다섯살 생일에 선물로 받다니, 너무나 멋진 일이예요. 생각지도 못 한 선물이라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오늘은 잠을 못 잘지도 모르겠어요.
같은 방을 쓰는 동료들도 부러워하고 있어요. 언제나 짐짝 같았던 하야세 미사가, 오늘만은 여왕님 대우를 받았어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라이버. 그만한 마즈 크리스탈을 모으기가 힘들었을텐데.
진심으로 고마워요 헨리 씨. 그렇게 정교한 보틀 쉽을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끈기가 필요했을테죠.
다시 한 번 말할게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두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키스를 보낼게요. 이 편지보다 먼저 도착할 것이기에 각자의 몫을 챙겨가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