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편지 #08
아버지께서 겨우 병원으로 와주셨어요. 그덕인지 어머니께서 쾌활하게 마중나가셨어요. 오늘은 밥을 한 그릇 더 드셨을 정도예요. 어머니께서 다 나을 때까지, 아버지께서 어디로 가버리지 않았으면 하는데.
하지만, 제 2차 남아타리아 섬 방위전은 길어지고 있어요. 반년 가까이 싸우고 있어요(아버지와 헤어지고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게 느껴졌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교련으로 바빴어요).
아버지는 전공을 인정받아 소장(少将)으로 승진하셨어요. 글로벌 중좌(中佐)는 대좌로 승진하셨어요. 그런데다 글로벌 중좌... 아니, 이미 대좌겠네요. 대좌께서는 오베르트급 2번 함인 고다드의 함장으로 임명되신 듯 해요(취임은 다음주예요).
아버지가 돌아와주신 덕분에, 짐을 좀 덜게 되었어요. 대신에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어요.
덧붙여, 동봉한 사진은 하야세 소장과 글로벌 대좌 사진이예요.
-------------------------------------------------------------------------------
아버님께서 돌아오셔서 너도 한시름 놓았다니, 나도 안심이야. 너도 오랜만에 아버님을 만나러 가겠지? 그래서 희소식 하나 알려줄께. 헨리와 알리사 해거드라는 여성이 약혼했어. 두 사람은 이곳에서 알게되어서 사귀다가 약혼을 했어. 두 사람 모두 우주군이 발족하게 되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이곳에서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이야. 태곳적 화성인은 멸망했지만, 새로운 화성인이 탄생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
헨리 씨에게는 축하한다고 전해줘요.
그런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저는 또 다시 불행해졌어요.
아버지께서 다시 작전 참가로 떠나셨어요.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미국에서 게릴라전이 발발하고 있어요. 이를 지원하기 위해 反통합군의 주력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어요. 아버지께서는 그 주력군을 치기 위해 출진하셨어요. 게다가, 승진했기 때문에 최고 사령관으로서...
어머니의 용태는 회복되고 있는 듯 했지만, 아버지의 출병 소식을 들으신 탓인지 또 다시 악화되었어요.
임무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약해지신 어머니를 남겨두고 전장으로 가신 아버지를 뭐랄까... 납득할 수 없는 점을 느끼고 말아요. 물론, 저도 군인의 딸이기 때문에 군인의 도리로서는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건 너무나도 냉정한 도리예요.
군의 필연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이런 지독한 짓을 하는 군이라니! 라고 생각해버린 오늘이예요. 어머니의 용태가 신경쓰여서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아요. 가족이란 게 이렇게 뿔뿔이 흩어질 수 있는걸까요?
-------------------------------------------------------------------------------
어머님의 용태는 어때?
7월이 됐는데도 아직 우주군은 발족되지 않았어. 화성 기지에 있는 모두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매일이 음울해서, 모이면 그 이야기 밖에 하지 않아. 어떤 이는 우주군 발족 자체가 거짓말이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당장 내일이라도 발족할거라 말하고 있어. 모두 의심만 가득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있지. 세계 각지에서 발발하는 게릴라 활동이 발을 묶고 있을테지? 하지만, 이대로 발족하지 않고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불안해 견딜 수 없어.
통합군은 우주군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게 원래 목적이었을텐데. 인류에게 총을 겨누지 않는 유일한 군대가 되었어야 하는데. 대체, 군 당국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