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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하야세 미사 -하얀 추억 #20 (2) 2017/10/20 PM 01:54

하얀 결별(訣別) #02

 

 「꽃이란 게 이리도 느낌이 좋은거였나요」


 미사는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래, 딱 그정도가 좋아」


 사키는 그렇게 말하며, 스위치를 누르고 침대로 상체를 일으켰다.


「괜찮은거예요?」

「괜찮다니까. 오늘은 기분이 좋아」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

 찬바람이 병원의 두꺼운 창문을 진동케 했다.


「밖은 추운 것 같구나」


 사키는 추운 듯 어깨를 움츠렸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니까요. 아직 고드름이 얼 정도는 아니예요」

「병원 안은 언제나 난방기구를 틀어놓으니까 계절감이 없어. 그저, 창 밖에 있는 감나무에 붉은 열매가 열려있으니까 "아, 겨울이 왔구나"하고 생각할 뿐이니」


 미사는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열매를 잔뜩 맺어 가지가 부러질 것 같은 감나무가 서있다. 찬바람은 그 열매를 떨어뜨릴 만큼 세게 불고 있었다.


「집에 있는 감나무 열매도 이제 빨갛게 익었겠구나」

「네, 지금이 딱 먹기 좋을 때죠」

「그러고 보면 너는 감을 너무 자주 먹어서 배탈이 잦곤 했지」

「어머니도 참...」

「나무 꼭대기에 열린 열매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 하니까, 눈이 내릴 때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지. 나는, 감 열매 위에 눈이 모자처럼 쌓여서, 그것을 새가 쪼아 먹는 걸 보는 게 좋았단다」

「어서 퇴원하셔서 보러 가요」


 하지만, 사키는 자신이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물론,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사과 깎아드릴까요?」


 미사는 그렇게 말하며 가져 온 사과를 들고 능숙하게 깎기 시작했다.


「너도 이제 기운을 차린 것 같구나」

「네?」


 사과를 깎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얼마전까지는 안색도 나쁘고, 말도 없었잖니」

「벌써 두 달이나 지난걸요. 계속 의기소침해 있을 수는 없잖아요. 지난 달에 글로벌 준장님이 면회를 와 주셔서 기운 내라며 독려(원문은 ハッパ)해주셨어요」

「독려라니, 여자아이 답지 못 하게...」

「네, 네. 죄송해요」


 어머니에게 있어서는 미사는 언제나 아이 취급이었다.


「그래. 글로벌 씨가 면회를 가주셨구나」

「네에」

「그분도 한가하지 않을텐데 일부러 너를 위해...」

「그런 점이 아버지와 크게 다른 점이죠. 앗, 사과 계속 깎을게요」


 미사는 다 깎은 사과를 접시에 담아서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도 한 조각 먹으려 했다. 그런데, 그 손이 도중에 멈췄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하시고」


 사키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미사야, 지금 뭐라 그랬니」


 미사는, 어머니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과 깎아드린다고...」

「그 전에」

「그런 점이 아버지와 크게 다르다고...」

「무슨 뜻으로 한 말이니?」

「무슨 뜻이라니... 말 그대로의 의미예요」


 그녀 안에서, 지금까지 쌓이고 쌓였던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새어나왔다.


「그렇잖아요. 어머니께서 이렇게 입원해 계시는데, 아버지는 돌아오실 생각도 안 하시고. 그야, 저도 군인이니까, 군무의 중요성은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제 친구의 부모님들은 같은 아타리아 전선에서 특별 휴가를 받고 돌아오셨어요. 딱히 몇일씩이나 계셔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예요. 하루, 딱 하루만... 아니, 한 시간만이라도 좋아요. 얼굴이라도 내비치셨으면 하는 마음 뿐이예요」


 미사는 하던 말을 잠시 끊고, 어머니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어머니는 미소를 띄고 있을 뿐이다.


「물론, 전선의 최고 지휘관이 그런 사적인 용무로 반나절이나 직무를 내버려두는 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 줄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와주셨으면 했어요. 편지라도 주셨으면... 편지 한 통 보내시지 않는다구요」

「그런 게 필요했던거니?」


 미사는 놀라서 어머니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어머니는 상냥한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미사야, 너는 우리 가족 사이에 그런 게 필요하다 생각하니? 얼굴을 보여 준다거나, 서로를 보듬어 준다거나, 편지를 주고 받는다거나... 그런, 서로를 확인하는 행위 같은 건 가족간에 필요 없단다.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해 주고 있어.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해 주고 있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니? 우리는 그걸 알고 있고, 지금도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느끼고 있단다」


 그때 그녀는 급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아... 창피한 얘길 해버렸네」


 미사는 놀람과 동시에, 마치 소녀로 돌아간 듯 부끄러워 하는 어머니를 사랑스럽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반면에 어머니의 강함에 놀랐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편지 한 통 없는데, 그런 사랑을 믿는 강인함. 평소의 조용하고, 겸손했던 어머니가, 이렇게나 강하게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하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게도 저런 강인함이 있을까」


 미사는 자문자답했다.


「아니, 없어. 편지조차 필요 없다니... 믿을 수 없어. 만약, 내게 어머니 같은 강인함의 1/10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괴롭지 않았을텐데. 그래. 어머니 같은 강인함을 가진다면, 라이버를 항상 단 하나의 연인으로서 추억할 수 있을거야」


 그녀는 그렇게 결심했다. 과연 그러한 결심은 옳았던걸까? 그것은 그저 그때 뿐인 결심이었으나, 그때의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다음날, 힘든 야외 훈련이 끝난 뒤, 그녀는 주임 교관에게 호출되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주임실에 들어 온 미사의 모습은 볼만했다. 진흙 투성이의 야전복, 거기다 무거운 군장을 잔뜩 들쳐메고 소구경 머신건을 손에 든 채다. 그 모든 게 미사에게는 너무나 컸다. 그런데다, 얼굴도 진흙투성이다.

 평상시라면 웃어버렸을 주임 교관이 오늘은 벙긋 하지도 않고 벌레 씹은 듯 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녀는 불안해졌다.

 

「자네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즉시 병원으로 가보도록!」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장비를 짊어진 채로 방을 뛰쳐나갔다. 평소 같았으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군장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병실의 문 손잡이를 잡은 순간, 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손이 떨려서 문을 열 수 없었다. 지금까지 깨닫지 못 했던 군장의 무게가 갑자기 느껴졌다. 마음에도 슬픔이 밀려와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어버렸다.

 라이버가 죽었을 때에 평생 흘릴 양을 다 흘려버렸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또 다시 흘러나왔다. 그녀는 비슷한 시기에 소중한 사람을 둘이나 잃은 것을 저주했다. 신이나 운명을 저주했다.

 하지만, 신이라던가 운명이라는 것은 인간을 잔혹한 쪽으로 밖에 몰아넣지 않는다.

 장례식은 조용히 치러졌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고인의 취향에 맞췄기에, 장군의 아내의 장례식 치고는 소박하게 치러졌다. 참렬자도 적었고, 모두 고인과 아는 사람 뿐이었다.

 장례식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미사의 마음은 이곳에 없는 상태였다. 깊은 슬픔에 잠긴 그녀의 모습은 그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그날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것이 끝난 뒤, 넓은 저택에는 미사 혼자뿐이다. 밖에는 12월의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어, 연말이라 부산스런 사람들의 발길을 제촉하고 있다. 그런 계절의 제촉도 저택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 했다. 그저, 차가움만이 미사의 등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녀 앞에는 하얀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것만이 어머니의 전부였다. 자신이 사랑했고, 자신을 사랑해 준... 그리고 아버지도 사랑한 어머니의 전부였다.

 미사를 낳아 준 배도, 젖을 물려 준 가슴도, 키워주었던 품도, 모두 한 덩이 뼈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병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것도, 딸의 어리석음에 가슴 아파하는 일도 없어졌다. 그리고, 웃는 것도, 남편이나 딸을 사랑해 줄 수도 없게 되었다.

 인생은 이런식으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넓은 저택과 슬픔 속에 미사를 남겨 둔 채, 시간은 흘러간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은 채로 1년이 끝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6년은 미국에서의 반란 종결로 시작되었다. 작년이 러시아에서의 폭동으로 시작되었던 데에 반해, 금년은 좋은 해가 될 것임에 틀림 없다... 며 사람들은 기뻐했다. 하지만, 미사에게는 아무런 관계 없는 일이었다. 

 타카시는 역시나 전후 처리에 바빴지만, 1월 말에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택에 미사 이외의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선향에 불이 붙고, 천천히 연기가 피어오른다. 타카시는 위폐을 향해 합장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사키와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첫만남, 결혼식, 미사가 태어난 날... 추억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미사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아버지를 독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마치 사무적으로 합장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이제와서 뭐하러 돌아오셨어요」


 스스로도 잔혹한 말이라 생각했다. 아버지는 놀라서 딸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홀로 돌아가셨어요. 아무도 지켜보지 않은 채로... 제가 편지로 부고 소식을 전했는데, 어째서 그때 오지 않으셨나요? 어머니께서 입원하셨던 날도, 돌아가신 날도...」


 그녀의 심한 말에 타카시는 그저 따스한 눈으로 응대할 뿐이었다.


「어째서 그때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군무에 바쁘셨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러면 편지 정도라도 보내주셨어야죠. 어머니는 그저 믿고 기다리셨다구요」


 미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 눈물은 분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슬픔 때문이었을까.


「왜, 왜 그랬냐구요!」


 그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이 목구멍에서 걸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무리해서 할 말을 해보려 해도, 입에서 나오는 건 오열 뿐이었다.

 타카시는 웃지 않았다.

 적막함이 차가운 바람과 함께 두 사람 사이를 흘렀다.

 타카시는 침묵한 채로 포켓에서 애용하던 파이프를 꺼냈다. 증조부 때부터 애용된 해포석으로 만든 파이프로, 한모금 빨자 멋진 색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 파이프가 둘로 쪼개져 있었다.


「그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렇게 됐구나」


 그 말만 하고, 타카시는 둘로 쪼개진 파이프를 파이프 보관대에 두었다.


「극동지부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기운 내려무나」


 타카시는 미사를 가볍게 안아주고는 가방을 들었다. 미사는 그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것 뿐. 단지 그것 뿐인가요 아버지?

 문이 닫히고, 미사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버지가 가버린 저택은 더욱 더 넒어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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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욜    친구신청

마크로스 팬픽인가봐요.
내가 아는 하야세 미사는 하나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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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이 아니라, 카와모리 쇼지의 감수를 받은 정식 소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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