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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하야세 미사 -하얀 추억 #完 (2) 2017/10/21 PM 10:25

하얀 여행

 

 다음날, 하야세 타카시는 통합군 사령부로 떠났다. 미사는 통합 우주군 사관학교의 입학 수속을 끝냈다. 

 사관 후보생 양성소는 2년 과정이었던 데에 반해, 당시의 우주군 사관학교는 6개월 과정으로 짧았다. 그럼에도 다른 3군(육, 해, 공군)의 그것이 3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긴 편이었다. 그것은, 새롭게 탄생한 우주군이 화성으로부터의 귀환 사관을 잃었기에 우수한 사관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훈련은 양성소에 비해 상당히 힘들어서 탈락자도 많았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가 같은 강도의 훈련을 받도록 했다.

 그러한 것을 전부 알고서도 미사는 원서를 제출하였고 입학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사관학교에서의 훈련은 그녀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저녁밥도 토해낼 정도로 힘든 훈련이 매일 이어졌다.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아가면서 그야말로 식사를 위장에 쑤셔넣었다. 그것은 "식사" 같은 우아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사료였다. 그럼에도 미사는 그것을 먹었다. 그러지 못 하는 자들 대부분은 탈락해 갔다. 

 그럼에도 미사는 이를 악물고서 그것을 견뎌냈다. 그녀는 반년동안 마치 무언가에 씌인 것 처럼 훈련에 임했다. 친구를 만들면 그 사람에게 어리광을 피우게 될거라며, 자신을 단속하고 기숙사 친구들과도 대화을 나누지 않았다. 

 기숙사 친구들은 안 그래도 나이가 어려 눈에 띄는 이 완고한 동료를 역겹게 생각했다. 뒤에서는 여러가지 소문이 돌았다. 미사는 그런 주위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9월. 약관 열아홉살의 미사는 20대의 강인한 남녀들에 뒤섞여 훈련을 마지막까지 통과, 준위로 임명되었다. 그녀는 아버지 앞에서 맹세한대로, 자신만의 힘으로 사관이 된 것이다.

 졸업식에 출석한 사람은, 입학 당시의 1/4 도 되지 않았다. 졸업생 총대표로서 졸업 증서를 받은 미사의 마음에서는 다양한 감정이 넘쳐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 되었다. 

 주임 교관의 말도 허공에 맴돌았다. 하지만, 졸업 증서와 준위 임명서를 받은 순간, 손 안에서 상당한 무게를 느꼈다. 그녀는 이렇게 무거운 종이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이런 존재감있는 종이를 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새롭게 임명된 준위들이 던진 모자들의 향연이 마치 자신만을 위한 축포라 여겼다. 

 그리고, 3개월의 지상 임무를 마친 뒤, 익년 1월이 되자마자 겨우 실전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졌다. 反통합군 조직이 있는 러시아의 어느 지구에 대한, 위성 궤도상으로부터의 낙하 공격 작전이 계획된 것이다. 그녀는 오퍼레이터의 일원으로서 참가하는 게 결정되었다. 

 굉음과 함께,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HLLV가 이수(離水)해 간다. 미사도 다가올 가속에 대비해 몸을 편안히 했다. 


「3, 2, 1, 0」


 때려대는 것 같은 가속과 함께, 그녀가 탄 HLLV는 이수했다. 군용이기 때문에 승무원의 편의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구조이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까지 아슬아슬한 가속이 이어졌다. 토하고 싶어도 아침에 먹은 밥이 나올까봐 토할 수도 없었다. 그저 목구멍을 태우는 쓰디 쓴 위액만이 치밀어오를 뿐이다. 

 HLLV는 부스터를 분리하고 상승을 이어갔다. 하늘의 색이 푸른색에서 보라빛으로 변화하다 나아가서는 칠흑같은 어둠으로 변해갔다. 지구는 이미 푸른색 공이 되었고, 대지에서 혹성으로 변모했다.

 눈 아래에 펼쳐진 지구의 모습에 미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별 위에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아름다웠다. 미사는, 이 지구가 언제까지나 아름다웠으면 하고 바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2년 뒤에 전토가 초토화할 거라고는 그때는 알지 못 했다. 

 조금씩 버니어를 분사하면서 HLLV는 주회궤도로 들어가 낙하가 목전이었다. 

 병사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병장 최종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 소리만이 좁은 선내에 울려퍼지며 그들의 긴장감을 더욱 더 높혀준다. 미사를 비롯한 오퍼레이터들도 명령을 놓치지 않으려고 헤드폰을 귀에 대고 집중하고 있다.

 이윽고 체크 소리도 멈추자, 선내 곳곳에서 정숙과 긴장이 스며나와 그들을 젤리처럼 애워쌌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화를 내거나 군소리를 하는 이도 없었다. 필시 아주 작은 헛기침 소리에도 그들은 전원 놀라서 펄쩍 뛰었을 것이다.

 강하 개시까지 5초 남았음을 알리는 부저가 심장을 옥죄었다. 긴장으로 공기가 압축된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한 다섯 개의 램프가 1초가 지날 때마다 하나씩 빛나기 시작했다. 램프가 전부 켜지면 강하 개시다.

 하나... 앞으로 3초.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진다. 총을 쥔 손에 땀이 흐른다.

 하나... 앞으로 2초.

 무심결에 소변이 마려운 자신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나... 앞으로 1초.

 이미 되돌릴 수 없다. 강하에 대비해서 몸이 굳어온다.

 싶다가 갑자기 카운트 다운이 멈췄다. 병사들은 긴장감으로부터 해방되고, 긴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사는 믿을 수 없는 명령을 받았다.

 0・0・0

 그것은 작전 중지를 의미하는 암호 명령이었다. 미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맥이 빠졌다. 첫 실전 참가였는데, 그 작전 자체가 중지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 끝냈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지상으로 돌아온 미사들을 맞이해 준 것은 평화였다. 평화는 마치 길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는 귀신처럼, 갑자기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있던 反통합군 조직이, 미사들이 강하하기 직전에 항복한 것이다. 이리하여 6년간에 걸쳐 전세계를 혼란케 한 통합 전쟁은 2007년 1월 20일에 끝을 고하고, 지구에는 평화가 되살아났다. 사람들은 이를 축하하며 술통이라는 술통은 모조리 꺼내었고, 세계는 몇일간이나 술 냄새로 진동을 했다.

 미사도 전우와 얼싸안고서 술을 마시며 평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군인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했다. 제대에 대한 유혹이 있었을 때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거기에 승낙했다. 평화로워졌기 때문에, 이제 군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군대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다 전우들 대부분이 제대하기 때문에,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전우들이 마중나온 가족들과 함께 하나, 둘 떠나고 홀로 남겨지자 초라함을 느꼈다. 그녀는 찬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코트 깃을 세우고 집으로 향했다.

 아오야마에 있는 집은 아버지와 결별(訣別)한 그날 그대로였다. 난로에는 바스러진 장작 재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위에도 책상 위에도 먼지가 가득했다. 미사는 손가락으로 먼지를 쓸어보고는 그것을 지긋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보고있던 것은 아무도 없는 저택 그 자체였다. 마중나와주는 가족도, 생활의 내음조차 느껴지지 않는 공간. 그것은 그녀의 마음에 뚫려있던 커다란 구멍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구멍은 평화가 오기 전부터 뚫려 있던 것이다. 그 구멍이 매워지지 않은 채, 그것을 매우기 위해 그녀는 노력해 온 것이다. 지금은 그녀로부터 목적을 빼앗아버렸고, 허무함이라는 외풍이 그 구멍으로 스며들어 와, 그 차가움에 구멍의 존재를 알게되었을 뿐이다. 

 그 자리에 가방을 내려두고, 미사는 지하에 있는 와인 저장고로 내려갔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병을 꺼내어 마개를 땄다. 피처럼 빨간 액체가 전직 군인의 목으로 빨려들어갔다.

 미사는 술 맛을 알게 되었다. 

 들뜬 분위기도 가라앉고 세상이 안정되자, 그녀와 같은 것을 느낀 전직 군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병사가 일상으로 돌아온 데에 반해, 그들은 붕떠있을 뿐이었다. 그들 중 어떤 이는 군에 재입대하였고, 또 어떤 이는 술과 폭력으로 매일 자신을 추락시키고 있었다. 

 마음에 뚫린 구멍은 조금씩 미사를 구석으로 몰아갔다. 군인이 아닌 지금, 그녀는 그것과 대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염없이 술을 마셔봤지만, 이는 구멍을 더욱 더 크게 만들어줄 뿐, 매워주지는 못 했다. 그런데다 몸까지 망가졌다. 그런 공포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그녀는 다양한 일을 했다. 하루종일 책을 읽어본다거나, 저택을 손 본다거나 해 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이미 구멍은 그녀의 발밑까지 쫓아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눈 내리던 날, 장을 보고 돌아오던 그녀는 문득 길모퉁이에 붙어있는 포스터 앞에 멈춰섰다. 그 포스터는 SDF-1의 승무원 선발 센터의 인원 모집 광고 포스터였다. SDF-1은 종전 덕분에 개수 종료에 대한 목표가 겨우 세워져서 2년 뒤로 예정된 진수식에 맞춰 전문 승무원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녀는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그 포스터를 들여다 보았다. 사람들은 찬 공기에 떠밀린 채로 그녀 곁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어깨에 눈이 쌓일 정도로 긴 시간, 그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 안에서 운명의 수레바퀴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과냉각된 물이 약간의 충격으로 얼음이 되어버리 듯이, 그녀의 결심은 한순간에 확고해졌다.

 

「재입대하자!」


 그렇게 외치더니, 그녀는 장바구니를 그대로 든 채로 공항으로 향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조금은 주위의 상황이나, 나중 일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목표 없는 생활을 하고있는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 이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이상해질거야! 그런 확신이 그녀에게 있었다. 

 남 아타리아섬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승객들은, 한 여성 승객을 기이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제부터 남쪽에 있는 섬으로 갈터인데, 두터운 코트를 입고 머플러를 둘둘말고 있다. 게다가, 들고 있는 짐은 프랑스빵이라 적혀있는 슈퍼마켓의 종이봉투 뿐이었다. 하지만, 미사는 그런 눈으로 사람들이 쳐다봐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이제 행복한 기분으로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낯선 이라도 좋으니, 이 행복을 나눠주고 싶었다. 

 이미 구멍은 어디에도 없다. 드디어 나는 달아났어! 하지만, 그건 그저 그녀가 그렇게 느낀 데에 지나지 않는다. 구멍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삶을 부여받은 모든 사람들의 뒤를 구멍이 쫓고 있다. 사람은 그로부터 달아나듯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로서는 그런 걸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꿈을 꾸고 있었다. 지구 최대이자 최강의 전함인 SDF-1이라는 꿈을...

 훗날에 마크로스로 명명되는 그 전함은, 아직 잔해(残骸)로서 남국의 태양으로 철로 된 피부를 태우고 있다. 개수된 SDF-1은 지구의 명운을 싣고 우주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미사도 그 배 안에서 운명적인 남자와 만나게 된다.

 그러한 것들은, 한참 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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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AREA88로 돌아가는 카자마 신이 생각나는데...

번역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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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ㅎㅎㅎ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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