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샤르,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정말 수천 번은 되뇌었을 거야.
이렇게 써 두기라도 하면 너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 닿을까.
네가 옳았어. 그때 난 스패니쉬 포크 북쪽에 있었어.
프로보 베이 따라 77번 도로 타고 도시를 나오는 쪽으로 달리고 있었지.
한 시간이면 집에 닿는 거리였어. 갑자기 엔진이 꺼지더니 내 트럭이 서 버렸어.
반대편 레인에 있던 크라이슬러도 마찬가지였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곧바로 알아차렸지.
1분도 안 돼서 첫 번째 핵이 솔트레이크 시티를 강타했어. 그때 난 남쪽을 보고 있었지.
운도 좋지! 등 뒤에서 꼭 세상이 다 불타 버리는 것 같이 섬광이 번쩍이더라고.
크라이슬러에 타고 있던 노인 부부는 눈이 안 보인다고 비명을 지르더군.
샤르, 네가 죽는 걸 보지 못한 덕에 내 눈이 멀쩡할 수 있었어.
다음 7분 동안 섬광이 열두 번 더 번쩍였고 그 때마다 18초 뒤에 땅이 울렸어.
공격이 멈추고 30분쯤 지난 다음에야 네가 있던 쪽을 봤어. 너와 알렉스를 삼킨 거대한 불구덩이를 말이야.
더 이상 날 속이려 들지 않았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내 배낭과 라이플을 챙겼지.
노인 부부는 그때까지도 그 자리에 있었어. 차 밖으로 불러내서 서로를 꼭 껴안게 했어.
도와줄 사람을 불러오겠다고, 다 괜찮을 거라고 했지.
그리고 머리를 관통하도록 한 발을 쐈어. 확실하게 즉사하도록.
닷새 걸려서 자이온 국립공원까지 걸어왔어.
네가 말했었지. 자연으로 도피하는 건 그만두라고, 남자는 가족을 돌봐야 한다고 말이야.
네가 옳았어. 네가 옳았어. 네가 옳았어. 네가 옳았다고.
너와 알렉스가 죽어갈 때 그 자리에서 너희 둘을 안아줬어야 했는데.
너희 둘이 나 없이 죽어가게 내버려뒀지. 이제 다시는 너희 둘을 안아줄 수 없겠지.
지금이라도 내 머리를 쏴 버리는 게 맞을 것 같아. 그게 나 따위한테 어울리는 최후겠지.
당장은 못하겠어. 얼마 안 있으면 저지르게 될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