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학교.
변호사, 의사, 대학 교수, 대기업, 금융 등등 졸업만 하면 엘리트 코스.
정치, 법조계, 탤런트, 심지어 우주비행사까지... 사회 곳곳의 유명 여성들도 동경대 출신의 엘리트들이다.
동경대 법학부 출신의 기업 컨설턴트, 토쿠다 와카코씨 (31세).
"동경대 여자들은 진짜로 인기 없어요."
"저 빼고 다들 행복해지더라구요."
동경대 문학부 출신의 성악가, 타케이 료코씨 (44세).
"동경대 여자들은 남자들한테 참 인기가 없어요."
"그래서 다들 동경대라는걸 숨기기도 했죠."
"이 사람 좀 괜찮다 싶으면 동경 여자 대학교 학생이고, 이 사람 좀 아니다 싶으면 동경대 학생이라는 말까지 있으니까요."
여기 동경대 출신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여자들이 있다.
그녀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째서 그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오오이시 란씨 (24세).
"동경대 교양학부 출신입니다."
"학생 시절엔 하루 최고 17시간까지 공부해 본 적도 있어요."
그녀가 나온 학부의 일반적인 졸업후 진로는 이러하다.
"저는 지금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동경대 출신의 그녀는 로리타 스타일의 작가.
"이건 제 수험생 시절을 그린 만화책 에세이입니다."
"머리에 달고 있는건 로리타화 시킨 동경대의 상징이죠."
"이건 여자들을 디저트류로 구분시킨 일러스트입니다."
- 재학 시절에도 늘 이런 옷차림이셨나요?
"그랬죠."
- 굉장히 눈에 띄셨겠네요?
"붕 떠 있다고들 했어요. 동경대 학생들은 밝은 색의 옷을 잘 안입거든요."
"그래서 하라주쿠로 같이 쇼핑 갈 친구도 만들 수 없었어요."
- 작가로서의 수입은 어느 정도 되세요?
"굉장히 불안정한 편이죠."
"동경대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코스로 진입한 친구들과 비교하자면 정말로 위태로운 수준이에요."
- 어째서 이 일을 하고 계시나요?
"'동경대까지 나왔는데 아깝다'는 말을 듣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이게 진짜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는걸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한 코미디 소극장.
관객들의 싸늘한 반응이 느껴지는 웃기지 않는 무대 위 개그맨은
동경대 출신의 이시이 테루미씨 (31세).
"공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다가 일단 사회 생활도 했었죠."
"그러다 일 관련으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스스로를 내몰면서 좌절했고, 인생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결심해서 개그맨이 되었습니다."
연수입 1000만엔 이상이라는 외국계 대기업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었던 그녀.
대기업 사원에서 월 수입 5만엔 이하의 가난한 개그맨이 되었다.
여러가지 개그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가장 공들인 힐러리 클린턴 개그가 공연에서 실패. 다시금 새로운 개그를 짜내본다.
고졸 출신의 동료에게 쓴 소리를 듣는건 일쑤. 개그에 학력 따윈 없는 것이다.
대기업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외국계 회사라서 상시 평가 제도가 있었어요."
"결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언젠가는 짤리게 되죠."
"필요 이상으로 평가에 대해 겁을 먹었고, 정말 죽는 편이 낫겠다 싶었어요."
"누가 차로 받아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할 만큼 위험한 상태였죠."
"공황 장애로 인해, 휴일 대낮부터 출근 날을 생각하면서 안절부절 숨도 제대로 못 쉬었어요."
게다가 동경대 시절부터 교제해왔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결혼하고 싶다고 했는데, 저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차였죠."
"남자 친구에게 차이고 2주일 후에 봤던 토익 성적표에요."
"일도 관두고 남자 친구도 없으니까, 토익밖에 할 일이 없었거든요."
"개그에도 토익처럼 정답이 있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어떤 개그를 해야 좋을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며칠 후 공연에서, 새로이 공들여 만든 노래 개그를 선보이며
여지껏 없었던 관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스즈키 스즈미씨 (31세)
"게이오 대학에, 동경대 대학원을 나왔습니다."
원래 게이오 대학을 다니던 그녀는, 인생을 뒤바꿀 일을 접하게 된다.
"대학을 다니면서 밤의 접대부 일을 했었어요."
"호스티스 바에서도 일했고, AV여배우 일도 했었죠."
재학중에 성인 배우 일을 겸했던 그녀. 그러면서 동경대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 대학원에 들어가려면 상당히 공부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저 AV여배우 일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틈이 별로 없었어요."
"제 분야 연구라던지 좋아하는 책을 보는건 했었지만, 수험 준비 같은건 따분하거든요."
- 동경대 대학원으로 진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경대라는건 역시 특수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잖아요."
"게이오 대학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보니, 또 다른 브랜드가 갖고 싶어졌어요."
"뷔통말고 샤넬도 갖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 당시에 밤 관련 일에 대해 부모님께서는 알고 계셨나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당시 사귀고 있던 남자 친구와 헤어져서, 새로운 남자친구랑 사귀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니까 전남친이 열받아가지고 부모님께 제가 출연한 AV를 보내줬더라구요."
"뭐랄까 복수같은 형식으로 까발려지고 말았죠."
그녀는 대학원 졸업 후, 닛케이 신문사에서 기자로서 활동했고
현재는 사회학자 및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