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저에겐
자그마한
냄비가 있습니다
빨간색의 그 냄비는
저에게는 존재함의
의미를 몰랐지요
항상 물이 채워져 있는
그 냄비는
항상 끓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중간하게 데워지다가
식어버리고 그랬지요
그래도 버리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버리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의 빨간 냄비는
팔팔
끓고 있었습니다.
항상 살짝 데워지다가
식어버렸던
그 빨간 냄비가
계속
끓고 있었습니다.
끓다가
물이 졸면서
냄비가 새까맣게
타고 있는데
전 이 끓는 냄비를
식히게 할 수 없었습니다.
물을 들이부어도
식는 일 없이
더욱 더
더욱 더
전 이 이상한
빨간 냄비에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마음이라고
심장이라고
사랑이라고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심장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 이 냄비는
지금도 펄펄 끓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대여...
영원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