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야마 아키라와 그의 초대 담당자 토리시마 카즈히코
이 둘의 악연은 상당히 긴데
디자인 회사 때려치고 생활에 쪼달리던 토리야마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년점프에 만화를 투고함.
그 만화를 눈여겨 본 토리시마가 토리야마를 불러서 더 그려와보라고 시킴.
그 말을 듣고 토리야마는 만화를 더 그려가지고 옴.
원고를 본 토리시마는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한 다음에...
토리야마의 눈 앞에서 원고를 갈아버림.
이에 빡친 토리야마는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겠다며 2년 간의 수행을 거듭하여...
닥터 슬럼프를 연재하게 됨.
(그리고 여기서부터 전설이 시작되지)
이후 악연의 극치인 토리시마를 담당자로 두고 닥터 슬럼프를 연재하게 된 토리야마는 소재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악역 캐릭터를 만듬.
근데 토리시마가 악역에게 임팩트가 없다면서 토리야마에게 "니 기준으로 가장 악당같이 생긴 사람을 모티브 삼아 만들라!" 고 시키는데...
토리시마 본인을 그려가지고 옴.(...)
릭터가 닥터 마시리토.
처음엔 몇번 쓰다 버릴 캐릭터였는데 인기가 높아져서 장기 출연하게 됨.
담당자를 디스할 수 있어서 신이 난 토리야마는 이후 마시리토를 통해서 토리시마를 디스하게 됨.
마시리토로 저주인형을 만들기도 하며
독자 응모로 토리시마를 본딴 흉측한 키메라를 모집하기도 하고
단행본에 토리시마가 사고 친 일화를 실어서 디스도 하는 등 점점 겁대가리를 상실하게 됨.
개인적으로 가장 레전드라고 생각하는 사연.
마쥬니어 편 연재 직전에 토리야마는 토리시마에게 "오공이 나이 꽤 먹었으니까 슬슬 어른으로 성장시켜야 되지 않음?" 라고 물으니까
토리시마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라고 꾸짖었다고 함.
그 말 듣고 바로 어른으로 성장시킴.
당시 러브코미디에 빠져있던 토리시마가 오공과 부르마를 이어주라고 말하니까
씹고 치치랑 이어줌.
드래곤볼은 배틀만화인 만큼 강력한 악역이 필요하다니까 또 토리시마를 모티브로 피콜로 대마왕을 만들어서...
죽임.
(사실 이전에 만들었던 닥터 마시리토도 개그 만화인걸 이용해서 수시로 죽이긴 했음.)
'편집자는 만화가의 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물론 토리시마의 경우엔 도가 좀 지나치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니 역시 편집자의 존재는 중요하다고 봄.
편집자가 힘이 없어 미쳐 날뛰는 요즘 원피스나 편집자가 없어서 개판인 한국 웹툰 업계 꼬라지를 생각하면...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 입장에선 정말 싫을지언정 능력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