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그 아이를 만났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바로 앞에 나타난 벌을 본 것처럼 놀랐다
하지만 꿈속에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건 꿈이야라고 느끼고 있어서 일 것이다
어릴 때 살던 동네의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고
그 아이는 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저 반대편에서 날 향해 걸어오는 걸 바로 앞에서 인지했던 건지 아니면 옆에서 갑자기 나온 건지
그건 모르겠다 여하튼 내 앞에선 그 아이는 나에게 "가야 한다" 고 말했다
가야 한다는 한마디였지만 자신 혼자가 아닌 나와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더욱 확실히 느꼈던 것 같다
이건 꿈이다 그 아이가 나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 이유가 없다
그 아이를 못 본 지 벌써 십 년도 더 넘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를 몇 초간 바라보다 그냥 뒤돌아 언덕길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애초에 왜 올라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딱히 다시 내려가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자 갑자기 주위가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도로에는 시내버스와 승용차들이 갑자기 줄지어 다니기 시작했고
어디서 나타난지 모를 교복 입은 아이들이 길 위에 쏟아져 나왔다
그 아이들을 피해 길 한쪽으로 비켜 걸으며 모자를 다시 고쳐 썼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내 모자를 가로채 언덕을 빠르게 뛰어내려갔다
그 아이였다 저 멀리 뛰어가는 아이를 보며 쫓아야겠다 생각은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뛰지는 않았다
어차피 꿈이니까 모자를 잃을 일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뛰어도 그 아이를 잡지 못할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까
어는 정도 멀어진 그 아이는 내 모자를 쥔 손을 치켜든 채 흔들며 외쳤다
"우리 빨리 가자 xx가 기다리고 있어"
xx가 누구를 말하는지 듣지 못했다 멀어서 안 들린다기보다 꿈이라서 기억이 안 나는 거 같다
그 아이가 말한 xx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왠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도움이 어떻게 지금의 내가 무엇을?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아이에게 다시 걸음을 향했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눈을 뜨자 어두운 방안에 커튼 사이로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 아이가 보고 싶어졌다
올해 초 6집 발매 때문에 오지게 들어서 그런거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