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피랍자 부모의 신앙간증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납치기간 중 있었던 한 집회에서 문제의 어머니는 딸의 납치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해줄거라 믿고 평안했다며 왜 사람들이 부산을 떠는 지 모르겠다고 간증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한국교회와 그 지도자들이 교인들을 신앙이란 미명으로 얼마나 현실과 유리된 삶을 강요해왔는지 실감하게 된다. 지금 피랍자와 그 가족, 그리고 샘물교회를 비판하는 세상의 목소리도 그들에게는 그저 하나님의 자녀인 자신들을 핍박하는 사탄의 단말마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올바른 길을 가려는 자신들을 억압하는 적그리스도의 행태로 보일 것이다.
이는 바로 한국기독교가 자신들의 울타리를 중심으로 대단히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들은 세상과 담을 쌓은 자신들이야말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 의지하며 사는 독실한 신자임을 확인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탈레반에 의한 납치도 주님을 위한 순교의 기회로 인식하고 한 3천 명쯤 순교해야 한다는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의 발언이 나올수 있었다. 탈레반의 개종요구가 없었다는 김경아,김지나씨의 기자회견내용과 달리 박은조 목사는 개종을 위한 구타와 협박이 있었다고 말함으로써 전투적 순교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들은 이같은 19세기 방식의 전도행위가 오히려 그들이 믿는 공의의 하나님, 정의로운 하나님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유럽백인들이 식민지개척을 목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로 진출할 때 따라 나섰던 선교사들의 임무는 복음전파였지만 그것이 제국주의침략의 한 형태로써, 진정한 '하나님의 선교', 즉 종교영토확장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루라고 지시한 평화로운 공동체를 위한 선교와 거리가 먼 행태임을 알지 못했다.
선교사들은 현지인들의 신을 자신들의 신앞에 무릎꿇리게 하는 근본주의적인 전도활동으로 현지 종교세력과의 갈등 끝에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선교사들의 죽임을 빌미로 본국함대가 총칼들고 쳐들어와 현지주민을 몰살시키고 식민지로 삼는다. 프랑스군대를 끌고와 자신의 나라를 쳐부수라는 황사영백서사건도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류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같은 제국주의 침략의 첨병으로서의 선교사들의 행태를 지금 오만한 한국교회가 신앙이란 이름으로 답습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상의 평화를 깨는 제국주의 세력과 더불어 그 일익을 담당했던 서구 기독교의 행태를 한국기독교가 뒤늦게 따라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국기독교가 오래 전 자신들이 반성하고 있는 그 길을 가고 있다며 '뉴욕타임즈'마저 혀를 차고 있겠는가.
그럼에도 적지 않은 한국교인들, 특히 광신도들은 불나방처럼 짚을 안고 불속으로 뛰어들면서 스스로 순교한다고 여기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한국기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에게 심어놓은 도착적 병증에 갇혀있다. 기독교지도자들이 뒤로는 세속의 권력과 부를 숭상하면서 교인들에게는 세상과 멀리하라며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위한 수단으로 세뇌시키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몰상식한 신앙에 대한 지적을 자신들에 대한 적그리스도의 핍박이라고 믿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피랍된 한 부모의 간증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독교는 7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성장주의에 물들면서 하나님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물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맘몬(돈의 신)주의가 대신 들어 앉았다. 목사들끼리 만나도 교인수를 기준으로 목회에 성공했느니 실패했느니를 저울질한다.
이런 한국기독교가 90년대에는 그 힘을 쏟아부을 데가 없어 초등학교 단군상의 목을 치러 다니는데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사회적 지탄이 일자 이번에는 해외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가난한 이슬람국가도 교세확장의 대상이 되었다. 해외 선교활동을 ' 땅끝까지 내 증인이 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충실하게 세뇌시켜놓은지라 교인들의 헌금도 척척 걷힌다.
이런 비정상적인 교회지도자들이 판을 치는 곳에서 우리는 기독교의 건강성을 확인하기 힘들다. 장사가 안되어 언제 망할지 모를 동네 자영업자들도 내는 세금을 연봉 수억원이 넘는 목사들이 못내겟다고 갖은 핑계와 근거를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말세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 맨먼저 위선에 빠진 종교지도자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아 화있을 진저'라고 외쳤던 말을 상기해야 한다. 예수가 오늘 당장 재림이라도 한다면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향해 2천년 전과 똑같이 채찍을 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진정으로 신을 두려워 할줄 아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그립다.
김석수의 '자유자재' http://blog.daum.net/kss60